혹시 우타이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수(歌手)와는 다른, 노래꾼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는 우타이테(歌い手)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유명 웹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 아마추어 보컬리스트들이 보컬로이드의 곡들을 커버해 업로드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1인 미디어가 활발해진 지금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콘텐츠는, 거대한 서브컬쳐 신을 형성하며 많은 스타를 낳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중 특히 우리나라에서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10월 말 한국을 찾는 KK, 카미키타 켄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시키는 가사와 온기를 머금은 목소리는 이미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지 오래. 아마추어를 넘어 자신의 풀 네임을 건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중인 그는, 제대로 홍보 한 번 한적 없는 한국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신기해함과 동시에 무한한 감사를 보냈다. 내향적이었던 그가 사람들의 앞에 나서기까지의 이야기. 그의 행보가 궁금했던 이들에게 이 서면 인터뷰가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10/28, 29 양일에 걸쳐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첫번째 방문이신데요. 간단한 인사 먼저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카미키타 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한국에서 불러 주신 것은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서 제 노래를 좋아해주신 덕분입니다.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연이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평소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는지요.
저에 대한 한국에서의 관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평소에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드디어 보답하러 갈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만) 특히 힘겨운 세상에서 고민하고 계시는 젊은 세대의 분도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뭔가 노래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KK, 카미키타 켄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와 인기가 높은 우타이테 중 한 분이신데요.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솔직히 직접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분들을 향해서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기에, 인터넷에서 서서히 퍼져나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한국 분들이 끌어안고 있는 감정에 제 노래가 힘이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년, 니코니코 동화에 '안녕 Astronauts'를 투고하며 데뷔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투고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무슨 이유로 해당 곡을 택해 부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저는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한, 내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니코니코 동화는 저에게 있어 첫 자주적인 발표의 장소였습니다. 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게 노래였습니다. 곡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멋진 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곡에 정평이 나 있는 KK(選曲に定評のあKK)라는 태그가 붙을 정도로,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을 골라내는 솜씨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선곡을 하는 자신만의 기준이라던가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당시에는 다양한 작곡가분들의 노래에 어떻게 내 노랫소리를 맞춰갈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곡을 고를 때에는 우선 제 목소리로 부른 후 스스로 들어보고 나서 판단했습니다. 불러보고 싶다는 마음뿐만 아니라, 작곡가분이나 들어주시는 분들이 위화감을 느끼진 않을지 신중하게 생각했습니다.
'それがあなたの幸せとしても(그것이 너의 행복이라 하더라도)'엔 원곡에 결핍되어 있는 온기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보컬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KK의 대표곡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 곡을 들었을 당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이 곡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곡만이 특별히 강하게 감정을 넣은 곡은 아닙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기 때문에, 제 노랫소리보다도 더 근저에 있는 곡 자체의 힘이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곡가 하리피(HarryP)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기곡인 'アマテラス(아마테라스)'를 포함해, 그의 작품에 전곡 피쳐링을 담당했던 < Back of the Eyelid >까지 여러 곡을 함께 했는데, 어떻게 그의 곡을 처음 부르게 되었는지, 어떤 점이 잘 맞아 지속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가 만든 '우리들의 Let it be' 라는 곡을 부르고 나서 마침 도쿄에서 보컬로이드 관련 이벤트가 있어서 직접 인사하러 갔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그에게 연락이 왔는데, 다음에 투고할 예정인 'HEAVEN'이라는 곡을 부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물론 바로 OK했고, 처음으로 음악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그 후 첫 라이브도 그와 함께 했고, 진정한 의미로 절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것이 그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겐 그런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2015년 카미키타 켄 명의로서는 첫 작품인 < SCOOP >를 선보였는데요. 전곡 작사, 작곡을 도맡으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높인 작품입니다. 우타이테로 투고하기 전부터 음악을 해오셨던 건지요.
그로부터 3년 전, 2012년 즈음부터 서서히 제 곡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언젠가는 제 곡을 스스로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타이테 KK로도 이미 유명세를 탄 시점에서, 한 발 나아가 카미키타 켄 명의로 앨범을 내게 된 경위를 듣고 싶습니다. 자신의 곡이 담긴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스스로 곡을 만들게 되고 나서부터 그런 욕구가 생겼습니다. 또 한편으로 “KK”라는 존재는 저 개인 안에서는 어디까지나 캐릭터이며, 나 자신의 마음의 대변자는 될 수 없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라면, 카미키타 켄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카미키타 켄의 목소리나 가사가 있는 것은 전부 제 과거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하고 싶은 걸 잔뜩 찾았어요. 그리고 “KK” 덕분에 그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心音>와 비교하면 좀 더 힘을 주어 부르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목소리가 등을 밀어주는 것처럼요. 본 작품을 작업하며 전과 다르게 보컬에 있어 신경 쓴 점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보컬로이드 곡을 부를 때에 있어 마음가짐과, 자신의 곡을 부를 때에 있어 마음가짐의 차이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쓴 곡은 모든 음과 가사에 담긴 의도를 알고 있기에,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보다 리얼리티가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미니앨범인 < TIDE >는 좀 더 서정성이 극대화 된 느낌입니다. 기타보다는 피아노 위주의 편곡을 비롯, 좀 더 힘을 빼고 숨쉬듯 음을 짚어나가 한결 편안하게 들리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KK와 카미키타 켄 간의 구분점이 확실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본인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요.
< SCOOP >에 비해서 < TIDE >는 외향적인 앨범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곡에 대한 언어성이 추가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SCOOP >는 지금 생각하면 과거를 질질 끌면서, 골똘히 생각하며 만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점에서 < TIDE >는 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각 곡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笑え'가 '사랑해'로 들려서 한국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웃으며 피어나줘'가 실려있는 최근작인 < LAYERED > 역시 < TIDE >에 이어 미니앨범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연속해서 풀앨범이 아닌 미니앨범을 내놓은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 TIDE >에 비해 신경써서 작업한 부분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笑え' 이야기는 처음 알았습니다. 화제가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 LAYERED >의 수록곡 6곡은 성격이 다른 곡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LAYERED=층, 감정의 층을 만들어내는 것이 컨셉이었거든요. < SCOOP > 나 < TIDE >에 없는 측면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힘겨워 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듯한, 희망적인 가사를 많이 쓰시는데, 정작 자신이 힘들어 위로받고 싶어질 때 주로 들으시는 음악이 있으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딱히 그런 곡은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툴을 정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느낀 괴로움이나 고민은 결국 왜소한 것이라고 알고 있기에, 그렇다면 저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마음을 음악으로 환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것과,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라이브 투어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앨범을 만드는 것과 라이브를 하는 것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이랄까. '전자가 이것이 좋다면 후자는 이것이 좋다'하는 점을 말씀해주신다면요.
CD를 만드는 것은 문자 그대로 '물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심혈을 기울인 작업의 집약체이므로, 반복되는 갈등과 도전이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서서히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이 제게 있어 가장 충실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라이브는 '표현'입니다. 한 번뿐인 열량과 감정을 전하는 장소이며, 그 순간이 충족되는 시간입니다. 더욱이 그 순간을 관객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첫 한국 공연이 첫 해외 공연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이 스테이지를 만든 것이라는 긍지를 가져 주세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손을 맞잡는 것. 그건 무척 중요하며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스테이지에서 여러분의 그 모습을 제게 보여 주세요.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 황선업
협조 : 제이박스 엔터테인먼트(J-Box Entertainment)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