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이 깊어졌다. 아직 가시지 않은 한낮의 더위를 이겨내느라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바람이 차갑다. 여기저기 단풍 소식이 들리고, 결혼 소식이 들리고, 일조량이 줄어 계절성 우울감이 스멀스멀 엄습해오는, 왠지 쓸쓸하고 시린 가을. 다행인 것은 페스티벌 소식도 들린다. 가을날의 남다른 감성을 음악으로 나누고 달랠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 현장으로 운치 있는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서울숲에서도 페스티벌을?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17>
가을의 낭만적인 감성에 가장 어울리는 재즈, 추석 연휴의 끝자락인 10월 7일과 8일 성동구 서울숲에서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Nature, Music and Love’를 모토로 재즈 뮤지션들과 싱어송라이터, 대중가수가 함께 하는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1989년 국내 최초로 뉴에이지 피아노 솔로 앨범 ‘비단구두’를 발표한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은 장필순과,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는 남성 듀오 길구봉구의 봉구와, 재즈 보컬리스트 혜원은 알렉스와 함께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를 주축으로 모인 재즈 현악 오케스트라 ‘디어 재즈 오케스트라’와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피아니스트 윤한의 연주도 가을 서울숲을 더욱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물들일 것이다.
서울숲은 ‘책 읽은 공원, 서울숲’ 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숲속 작은 도서관’, ‘책수레’ 등 야외 도서관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서점, 출판사들과 함께 책이 있는 음악 축제를 만들 계획이다.
재즈의 과거와 현재, 본토와 세계를 담다! <제14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가을을 대표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10월 20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장수 페스티벌답게 이스라엘을 비롯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20개국에서 총 42개 팀, 257명의 아티스트가 초청됐다. 오프밴드까지 포함하면 자라섬 일원 16개 무대에서 90여 개 팀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재즈 마니아를 위한 진정성과 일반 관객을 위한 대중성을 모두 섭렵했다. 특히 재즈의 과거와 현재, 메인스트림과 제3세계가 공존한다. 데이브 그루신과 디노 살루치, 추초 발데스 등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70-80대 재즈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아비샤이 코헨과 노르웨이의 야콥 영 등 다양한 나라의 대표 재즈 아티스트들이 포함돼 있다. 국내 라인업만 봐도 한국 재즈 1세대인 보컬리스트 박성연부터 말로, 서영도, 배장은 등 중견 아티스트를 비롯해 2016 자라섬국제재즈콩쿠르 출신의 이선재, 김준범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런가하면 이번 페스티벌에는 역대 가장 많은 그래미상 수상자들이 참여한다. 데이브 그루신(그래미상 10회, 노미네이트 38회), 추초 발데스(그래미상 9회, 노미네이트 18회), 곤잘로 루발카바(그래미상 4회, 노미네이트 10회), 리 릿나워(그래미상 1회, 노미네이트 16회)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근사한 기회다.
라인업 실화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7>
10월 21일과 2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깊어가는 가을을 짱짱한 라인업으로 책임질 예정이다. 올해로 11번째 가을 음악 피크닉을 준비하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지난 10년을 마감하고 시즌2를 열어가겠다는 각오다. ‘미지의 우주에서 <그랜드 민트페스티벌, GMF>라는 축제를 서서히 꽃피운다’는 테마로 전환과 발전을 꾀하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라인업. 페스티벌 최적화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와 음악 트렌드도 접목하겠다는 시도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올림픽공원 내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잔디마당), 클럽 미드나잇 선셋(핸드볼경기장), 러빙 포레스트 가든(수변무대), 카페 블로썸 하우스 등 4개의 스테이지에서 정준일, 어반자카파, 박재범, 자이언티, 데이브레이크, 옥상달빛, 10CM, 수지, 브로콜리너마저, 노리플라이, 스탠딩 에그, 포르테 디 콰트로 등 50여 개 팀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페스티벌하면 바로 떠오르는 뮤지션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르의 대세 아티스트들이 눈에 띈다. 특히 수지는 GMF를 통해 페스티벌에 처음으로 출연하는데, 첫 솔로 공연이기도 하다.
인천만의 멋을 품었다! <사운드바운드 in 개항장>
인천의 구도심 신포동 일대와 부평 신촌에서 5회에 걸쳐 열렸던 <사운드바운드>가 개항장 일원으로 장소를 옮겨 10월 28일과 29일 펼쳐진다. 몽니, 이지형, 조규찬, 프롬, 말로, 소란, 이정선, 조덕배 등 각자의 장르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뮤지션을 비롯해 떠오르는 신예까지 총 40개 팀이 참여할 예정이다.
페스티벌 사이트는 남다르다. 50년 된 여관건물을 재생 건축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인천여관?루비살롱’, 인천 개항기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100년이 넘은 근대 건축물 안에서 30년 이상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버텀라인’, 1920년대 지어진 개항장 얼음창고를 재생 건축한 ‘아카이브 카페 빙고’, 옛 돌체소극장을 리모델링해 2009년 재개관한 ‘플레이 캠퍼스’, ‘다락 소극장’, ‘흐르는 물’ 등 인천만의 멋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다. 또 2016년 인천 음악씬 이야기를 정리한 전시 <비욘드 레코드>도 챙겨볼 만하다.
가을에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페스티벌
10월 8일 홍대 웨스트 브릿지에서는 아티스트도 여자, 관객도 여자만 참여할 수 있는 <제1회 보라X뮤직페스티벌>이 열리고, 10월 14일 상상마당 춘천에서는 <2017 상상실현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스파클링한 청춘의 스펙터클한 하루’라는 부제답게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소란, 강산에, 커피소년, 잔나비 등 인기 뮤지션들이 청춘들의 하루를 책임진다. 또 11월 11일과 12일 예스24 라이브홀(구 악스홀)에서는 R&B와 SOUL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서울소울페스티벌 2017>이 열린다. 진보, 오왼오바도즈, 수민, 수란, 지소울 등의 무대는 물론 팬 사인회, 인터뷰, 소울 마켓 등을 통해 무대 밖에서도 아티스트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