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스크래치 가실 날 없는 시대. 그 세상의 한 가운데에서 김수현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고 외친다. 그녀의 선언은 ‘나를 나답게 살 수 없게 만드는 현실’과 ‘그 속에서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성찰 끝에 얻은 결론이다.
‘노오오오력’ 하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주입당하며 자란 세대는, 실상은 자신들이 저성장 시대에 던져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상과 판이하게 다른 현실과 마주했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을 잔뜩 안기는 사회”에서 어른살이를 하다 보니 “애매한 나이에 애매한 경력과 애매한 실력”만 남았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사람의 모든 걸 숫자로 환원시키”고, 미디어를 통해 완벽한 삶을 생중계하면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자문하게 한다.
“어쩌다, 이렇게 애매한 어른으로 자라버렸을까” 김수현 역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아무 잘못 없는 개인이 왜 초라함을 느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녀가 내린 최종적인 결론은 “세상이 나의 존재를 무가치하게 여길지라도 나는 나를 존중하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는 것.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그 깨달음 속에서 탄생했다.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현실과, 그럼에도 꿋꿋하게 ‘나다움’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향해 “우린 잘못이 없다고” 외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개인으로서 온전히 독립하는 일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제목이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져요. ‘지금의 나는 나답게 살고 있지 않다’고 느끼신 순간이 있었나요?
대학 졸업 즈음에 첫 책을 냈었는데, 글을 쓰고 사람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게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직업으로 생각하고 한 건 아니었어요. 대신 대기업에 가려고 두 번이나 인턴을 했는데 잘 안됐어요. 직장 생활을 하다가 재도전한 거였는데 말이죠. 나중에 ‘내가 왜 대기업에 가려고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졸업 무렵에 주변 사람들이 다 대기업을 준비하고 그게 좋다고 하니까 저도 열심히 했던 것 같더라고요. ‘언젠가는 글을 쓰고 싶지만 일단 대기업에 간 후에 생각하자’ 이런 식이었죠. 저는 꽤나 주체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회가 정한 루트를 충실하게 수용했던 거고 ‘스스로 판단한 삶은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나를 나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대기업 입사를 준비했지만,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오래 일할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언젠가는 글을 쓰고 싶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열심히 했던 건, 그 ‘일’이 아니라 ‘타이틀’이 얻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대학도 취업도, 사실은 저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투쟁이었던 것 같아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인정 욕구 투쟁에 매달려서 참 오랜 시간을 보냈더라고요. ‘남들처럼 살기 위해 썼던 노력과 시간을 글을 쓰는 데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 타이틀을 얻으려고 한다거나, 남들한테 보여지기 위해서 뭔가를 하는 건 최대한 경계하려고 해요. 더 이상 거기에 힘 쏟으면서 살고 싶지 않거든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집단 멘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일종의 정체성 유실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책에서 이 문제를 사회 문화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여기에는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죠. 일단, 자신의 가치관을 스스로 세우는 게 아니라 삼강오륜 같이 사회가 제시하는 가치를 수용하고 집단의 조화를 위해 개인을 수양하는 유교 문화가 베이스에 깔려있어요. 거기에 반공 이데올로기, 군대식 문화, 국가주의 같은 현대사의 모습이 획일화된 삶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봐요. 지금에 와서는 경쟁이 더해지니, 다들 몇 가지의 정해진 스펙을 달성하는 걸 통과의례처럼 여기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사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까요. 자신에 대한 감각은 자신만의 경험과 탐색으로 생기는 건데, 다들 똑같이 살았으니 나만의 감각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타인과 사회의 평가에 신경 쓰느라 자기 안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분명 그렇게 느끼는 면이 있죠. 가끔 결혼도 하고 직업도 잘 갖추신 분들이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깜짝 놀라요. 성적표에 부모님 사인을 기다리는 15살 아이처럼 구니까요. 나로 산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개인으로서 온전히 독립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가족, 친구, 불특정 다수, 그리고 사회의 기대로부터 독립하는 거죠. 그걸 단절이나 배척으로 오해하시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텍스트예요. 예를 들면 제가 부모님의 뜻대로 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고, 주변 사람들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지만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거든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벗어나는 것, 온전한 개인으로서 독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답게 살기 위한 첫 걸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사회 심리학을 읽기 편한 에세이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적으셨습니다. 실제로 책 속에는 개인에게 보내는 위로와 함께 ‘사회적 문제’, ‘사회 안에서 개인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신 이유가 있나요?
사람은 일정 정도는 환경의 결과물이라고 봐요.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가 한 개인의 내면에 평생 영향을 미치잖아요. 조금 더 크게 보자면, 어떤 사회에서 자랐는지도 분명 큰 영향을 끼쳐요. 특정 개인이 우울감을 느낀다면 그건 개인적인 일일 수 있지만, 한국인의 독보적인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병들었다는 방증이라고 봤어요. ‘왜 그럴까?’ 하고 이유를 생각하게 됐고요. 정신분석의 첫 번째 스텝은 문제의 객관화인데, 사회가 개인의 불안과 우울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면, 그걸 객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사회학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의문들이 명료해지는 기분이었죠.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얘기구나 싶었어요. ‘이 중요하고도 좋은 내용이 사회학이라는 학문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러한 논의를 읽기 편한 에세이에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나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하셨나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이 있었나요?
나다움은 두 가지 축에서 고민해야 하는데요. 첫 번째는 타고난 기질이에요. 저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한계, 재능, 욕구 같은 게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걸 이해해야 내가 어떻게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인간인지 알게 된다고 봐요. 또 다른 축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신념과 가치관의 문제인데요. 이건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살 것인지 스스로 답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저는 이 두 가지 축에서 하위 질문들을 만들고 답해온 것 같아요.
프롤로그에 쓰시길,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를 존중하고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셨어요. 특히 많은 영향을 받았던, 혹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책의 마지막 ‘Thanks to’에서도 몇 권을 추천했는데요. 세 번 이상은 읽은 책들이에요. (이번) 책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던 책들이거든요. 특히 심리학자 김태형님의 『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사회』, 김찬호 교수님의 『모멸감』, 알랭 드 보통의 『불안』, 강준만 교수님의 『개천에서 용나면 안 된다』같은 책들이 그래요. 그리고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은 개인적으로 제 삶의 큰 방향에 대해 답을 해준 책이었어요.
두 번째 장의 제목이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예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리스트의 가장 위에 위치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 우선인 것 같아요. 그건 자존감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우월감을 자존감으로 알고 살잖아요. 물론 모든 게 우월하면 자존감이 흘러 넘칠 수도 있겠지만, 우월감이라는 건 상대적인 거라 지속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타인에게 외모나 직업, 환경으로 선별적인 존중을 보내선 안 되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도 무조건적인 존중이 필요하다고 봐요. 타인과 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지 않고, 손상되고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노력하고 있고요.
꿋꿋하게 마이웨이를 가다가 오지라퍼를 만날 때가 있어요. 자신의 기준에 비춰서 나의 삶을 평가하고, 걱정을 가장한 비웃음을 흘리기도 하죠. 작가님이라면 그들에게 시원한 일갈을 되돌려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럴 때 어떤 말로 응수하세요?
사실 한마디면 충분하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만약에 제가 부모님 집을 담보로 돈을 펑펑 쓴다든가, 집에서 고성방가를 하면서 부모님한테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는 없죠. 그건 ‘상관’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말하는 건, 무슨 상관이냐고 묻고 싶어요. 하지만 저도 사회적 인간인지라 ‘정말 못 참겠다’ 수준이 아니라면, 굳이 말로 응수하진 않아요. 대신 썩은 표정 정도를 보였던 것 같은데요. 잘 전달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의 자존감에 치명상을 끼치는 건, 부당한 대우 자체보다 부당한 대우에 굴복한 자기 자신인 거다. 그러니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은 이에게,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에게, 친절하려 애쓰지 말자. 상황을 바꿀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비굴해지지는 말자. 저열한 인간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에겐 최소한의 저항이 필요하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16쪽)
30대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라는 부제처럼 ‘어른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으신 건 언제였나요? 그때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30대가 되는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10대와 20대는 비슷한 틀 안에서 존재하잖아요. 물론 그 안에서 분화되긴 하지만,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죠. 그런데 30대부터는 삶이 본격적으로 분화돼서 결혼을 하기도 안 하기도, 이혼을 하기도, 아이가 있기도 없기도 하죠. 또 다른 예를 들면 어릴 때는 친구들을 만날 때 다들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잖아요. 그런데 몇 년 후에는 누군가는 외제차를 타고 올 테고 누군가는 면허가 없기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삶의 모습에서 차이가 벌어질 텐데 나는 그런 상황들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어요. 저는 제 주변 사람들 틈에서 우월감도 열등감도 느끼고 싶지 않았거든요. 잘 준비를 하지 않으면 휘둘리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른으로 사는데 여러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이런 상황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어요.
책에서 “어른의 사춘기”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작가님은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글쎄요. 조금씩 인정하며 지나왔다고 해야 할까요? 삶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약간은 관조적 태도, 그리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썰미로 잘 지나왔다고 생각해요.
“어른의 숙제”는 잘 마치셨나요?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네(웃음). 솔직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 선택들을 책임지고 있고,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공동체를 위해서 작지만 정기 기부도 꼬박꼬박하고 있고요. 나름 제 몫에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100% 스무 살』, 『안녕, 스무 살』을 읽으며 20대를 지나온 독자들이 이제는 30대가 되었을 거예요. 독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걸 체감하실 때가 있나요?
사실 이 전에는 독자 분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서, 잘 모르겠어요. SNS를 한지도 얼마 안됐으니까요. 다만 제가 나이 들어가는 건 체감하는데요. 20대 때 쓴 글은 패기 넘치고 열정적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현실적이라고 할까요? 지금 보자면 풋풋한 글인데, 전 나이를 먹으면 창피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딱 그 나이 때, 그 나이의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나이대의 생각들을 담으며 독자들과 같이 나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100% 스무 살』에서 “20대의 가장 큰 특권은 바로 실패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하셨는데요. 30대는 어떤 시기인 것 같으세요? 30대의 특권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글쎄요. 20대 때는 막연한 미래를 생각하며 살잖아요. 직업이라는 삶의 기반도 다져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현재의 일상에 충실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걸 30대의 특권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드디어 막연한 미래가 아닌 지금의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평범한 어른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 어린 시절 내가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는 지점, 어른의 사춘기는 그 지점에서 오는 게 아닐까. 물론 그 순간이 슬프고 씁쓸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환상과 기대감에서 벗어나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 어른의 숙제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중략) 어른의 사춘기는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을 때 종결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될 것이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49~50쪽)
꼭 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최근 그림 에세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사실 (제 책은) 대형 출판사에서 낸 게 아닌 터라, 초반부터 홍보가 엄청나게 된 책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알려지더니 꾸준히 사랑 받고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 이유를 찾자면, 저는 결국은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 조금 뻔뻔한 것 같지만, 독자 분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해결책을 주고 싶었거든요. 다들 많이 상처받았고, 지쳤고, 불안하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면서 몰아세우니까요. 주로 사회학과 심리학에서 답을 구했는데, 몇 몇 책들은 서너 번 읽고, 타이핑하고 출력해서 밑줄 그으면서 읽었어요. 제가 완전히 이해해야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는 학자도 아니고, 엘리트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에요.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이 문제를 놓고 열심히 답을 찾아 헤맨 것 같아요. 물론 책의 내용이 진리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어떤 분들에겐 필요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작가님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개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주시잖아요. 각각의 언어가 가지는 특성과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상호 보완되는 측면도 있을 테고요.
사실 처음에 책을 냈을 때는, 그림은 그냥 장식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림을 너무 활용하지 못했더라고요. 그래서 짧은 메시지를 담는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중간 중간 지루함을 식혀주는 역할도 하고 책을 읽는데 부담을 많이 덜어주는 것 같아요. 둘을 비교하자면, 그림은 직관적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예요. 반면 글은 느리고 덜 재미있지만, 어떤 사람에게 깊게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호 보완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어서, 잘 활용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을 공유하기도 하시고요. 최근에 올리신 글과 그림 중에서 인친 분들이 많이 공감했던 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을 때 가장 많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책에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지 않을 것’, ‘나와 맞지 않은 사람과는 거리를 둘 것’ 같은 글들이요. 다들 사람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으시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죠.
다음 책의 집필은 시작하셨나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계획인가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글은 자연스럽게 쓰고 싶거든요. 책을 쓰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책 한 권의 분량이 될 만큼 절실하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책도 읽으면서 지내려고요. 내년쯤엔 완성했으면 하는데, 억지로 쓰진 않으려 합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작가님의 시선도 궁금한데요. 이와 관련해서 책을 쓰실 계획은 없으세요?
사랑과 연애에 있어서 저는 한결같이 사랑 신봉주의자예요. (그런 거에 비해선 연애를 못했지만요.)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이 있는 건, 관계의 ‘시작’ 보다는 ‘지속’이에요. 어떻게 해야 설렘을 넘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유대를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많은 분량도 아니고 실전이 부족해서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가 처음 책을 내게 된 건, 친구들에게 했던 위로의 확장형이었어요. 앞으로도 우정과 애정을 담아 글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독자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다지 성격이 좋은지도 잘난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진짜로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로 말이죠. 저는 굳이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며 살고 싶진 않았는데, 좀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노력해 보려고 해요. 건강하고 괜찮은 인간이 돼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진실하게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책으로 인사드릴 때까지 저도,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도, 꼭 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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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저 | 마음의숲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