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GER PLAY』의 탄생은 제주에서 시작됐어요. 오래 전, 어린이 보육시설 ‘스페이스 닷 키즈’ 브랜딩을 하면서 제주에 꽤 머물렀는데요. 자연 친화적인 제주의 특성상 나무와 풀, 오름, 바람, 햇살 등이 친구가 됐죠. 그 시간 동안 자연스레 편안한 마음이 들면서 유연해졌어요. 길을 걷고 있는데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가지가 "안녕"하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죠. 그 장면을 우연히 그림으로 남겼는데요. 이 그림을 시작으로 자연과 친근한 동식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상상해보았어요.
『FINGER PLAY』는 혼자서 보는 책이 아니라 친구, 엄마 아빠와 함께 보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손가락 캐릭터가 마치 친구처럼, 함께 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줘요. 책에 기본 놀이 방법을 적어뒀지만, 보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상상으로 해석하며 놀이할 수 있어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손은 아빠 엄마의 손, 아이의 손, 할머니의 손, 친구의 손, 나의 손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림책을 함께 보는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책이죠.
손가락 그림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그림은 규칙적이지 않잖아요. 다양한 선으로 자유롭게 유연하게 그리죠. 그래서 『FINGER PLAY』의 그림들은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낙서한 것 같기도 해요. 올록볼록하고 구겨진 종이, 나무의 표면 등을 활용해 다양한 질감과 생동감 있는 색채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더미북을 만들고 엄마께 보여드렸어요.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귀여운 리뷰를 듣게 됐죠. “네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포근하고 순수해지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예쁜 마음을 저만 알긴 아까워 그림책 뒷 표지에 이 글귀를 넣었어요.
라운드그라운드의 모든 책은 콩(Soy Bean)에서 추출한 친환경(Eco-friendly)콩기름 잉크로 제작합니다. 책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용하는 모든 것은 인체에 무해한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잖아요. 특히, 아이들이 많이 보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친환경 잉크로 인쇄했고, 책에 포함된 스티커도 무독성으로 제작했어요. 독자 분들도 아시겠지만, 책을 만드는 공정은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겨 있어요. 작가가 책을 그리고 만들면 책을 인쇄해 주시는 인쇄소가 필요하고, 인쇄된 책을 받아 제본하는 제본소, 만들어진 책에 함께 포함된 스티커를 삽지하고 비닐로 래핑하는 수공소도 거쳐야 책은 완성됩니다.
그림책은 오래오래 자주자주 봐도 좋은 책이에요. 『FINGER PLAY』 그림책은 손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움직이며 표현해볼 수 있어요. 창의적인 경험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덥고 습한 여름, 바깥놀이가 어려울 때 『FINGER PLAY』와 함께해보세요. 부모님도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이 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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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ger Play 손가락 놀이 배수현 글그림 | 라운드 그라운드
함께 보는 그림책 『핑거 플레이(FINGER PLAY)』는 친구들과 함께, 엄마 아빠와 함께, 나와 함께 놀 수 있는 손가락 놀이 그림책이에요.
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