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포켓몬 GO’ 열풍으로 전국민의 관심이 다시 포켓몬에게 쏠렸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인기 애니메이션이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피카츄’조차 모르는 게 실화라고 한다. 게임 덕분으로 포켓몬은 예전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포켓몬은 이제 밀레니엄 베이비에게도 사랑 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해묵은 포켓몬 마니아들의 입맛까지도 만족시키는 재밌는 책이 나왔다. 『상상초월 포켓몬 과학 연구소1』는 34마리 포켓몬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그런데 이 저자, 쓸데 없이 진지하다. 각 캐릭터에 부여된 먼치킨 같은 특징들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이다. 1세대가 151마리, 최신버전인 7세대까지 하면 거진 천 마리가 넘기 때문에 설정을 공들여 만들지 못했을 것인데, 포켓몬의 능력치를 현실의 과학 단위로 열심히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바보 같지만 멋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꽃 포켓몬 리자몽은 ‘무엇이든 다 녹여버리는 고열의 불꽃’을 내뿜을 수 있다고 한다. ‘뭐든 녹일 수 있다?’ 그렇다면 녹는다는 건 무엇일까.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증발하면 수증기가 되듯이 모든 물질은 액체, 고체, 기체로 상태 변화한다. 녹는점은 물질마다 다르지만 녹는점이 가장 높은 물질은 ‘염화탄탈하프늄’으로 무려 4,215도에서 녹는다. 리자몽이 모든 물질을 녹일 수 있다면, 리자몽의 화염은 최소 4,215도인 것이다. 웬만한 생물은 그 온도에서 기체로 증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리자몽을 만나면 도망치는게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전기 포켓몬 피카츄에 관련해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피카츄의 필살기인 ‘10만 볼트’는 전압의 단위 V(볼트)를 사용한다. 전기에너지는 V(전압)XA(전류)의 값이기 때문에, 전압이 커질수록 전기에너지는 배로 상승한다. 10만 볼트의 전기를 사람이 맞으면 200A(암페어)의 전류가 흐르고 온몸의 수분이 0.5초만에 증발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피카츄와 결투하게 되면 직진성있는 전기공격을 피해 옆으로 살짝 도망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피카츄는 ‘고속이동’이라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피카츄와는 아예 싸우지 않는 편이 좋겠다.
이쯤 되면 이런 해석을 하는 책이 나오는 걸 기대하고 포켓몬들의 먼치킨 설정을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른의 입장에서 너무 신나게 읽은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재미있다. 현재 방영중인 7세대 포켓몬들까지 다루고 있으니 현장감도 넘친다. 간결한 문체로 술술 읽히며 과학 지식을 쌓을 수 있다니, 만화 보는 건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고 했던 엄마들의 말이 쏙 들어갈 차례다. 다음 달에 2권이 발간 예정이니 한꺼번에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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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지(도서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