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졌던 밴드의 연혁이 22년 만에 시작된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1990년대 타오른 슈게이징 광풍에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약간은 실험적이고 조금은 마이너한 성향을 품었다면 슬로우다이브는 그 진입장벽이 낮았다. 유지하는 장르에 비해 덜 지저분한 소리 때문에도 그랬고 팝이라고 하기에는 과하지만 선명하게 울리는 ‘팝적인’ 멜로디 때문에도 그랬다. 멤버의 변화 이후 앰비언트 성향이 짙게 나타난 3집
신보에서 반가운 지점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자신들의 특징적인 센스를 놓치지 않고 발휘한 앨범은 오히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거둔
이 변화는 속도감 있는 드럼의 전면화와 선율의 무게감에서 드러난다. 전체적인 구성을 지루하지 않게 몰고 가는 드럼의 타격감은 초반 호흡의 합을 이끄는 매력 포인트다. 리듬감에 맞춰 터지는 멜로디 기타의 캐치한 선율 또한 주지해야 할 요소. 이는 피아노 아르페지오로 골격을 다진 「Falling ashes」를 제외한 모든 곡에서 힘을 유지하며 듣는 맛을 높인다. 특히 「No longer making time」의 기타 리프는 포스트록의 기조와 어우러져 호흡 면에서나 구성 면에서 만듦새 좋은 훌륭한 곡이다.
오랜만의 등장이지만 과거의 영광을 현재진행형으로 풀어낸다. 감각을 잃지 않았고 더하면 더했지 덜어내지 않은 이음새로 무장했다. 여태까지의 디스코그래피를 꼼꼼히 살펴 유지와 보안과 발전을 적절히 해낸 양 매끄럽고 매력적이다. 장르 입문자를 위한 무난한 교재이자 듣기는 쉽지만 따라 하기는 어려운 마스터피스. 이번 여름 그들이 한국을 찾는다는데 ‘떼창’은 어렵더라도 우리를 때로 물들일 만큼의 농축된 내공이 담겨있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