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으로 오랜만에 대학로 찾은 배우 김경선
하지만 ‘김경선에게는 어떤 걸 맡겨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는 되고 싶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배우, 제작진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는 게 어제도,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제 목표예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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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12분 5초 뒤, 그러니까 내일 아침이면 각각 결혼과 이혼을 앞둔 두 커플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20대 존과 캣, 이혼을 앞둔 30대 잭과 캐서린.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 그들의 운명을 시험하게 되는데요. 2006년 런던 초연 이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이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선 굵은 연기와 음색으로 그동안 주로 대극장 무대에 서 왔던 김경선 씨가 캐스팅돼,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어느 햇살 좋은 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경선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내일 각각 이혼을 앞둔 커플과 결혼을 앞둔 커플의 이야기가 교차해요.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스포일러일 수 있어서...”

 

모르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를 공연 전에 인터뷰하는 건 참 힘듭니다.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을 2013년 국내 초연 때는 보지 못했고, 시놉시스나 보도자료도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고. 결국 김경선 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더 난감해지는군요. 보통 ‘스포일러가 포함됐다’고 밝힌 뒤 기사를 쓰는 편인데, 이번에는 ‘공연을 위해 기사를 희생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무대에는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함께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이거 2인극보다 더 힘들겠는데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게다가 배우 4명 가운데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납득이 안 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배우자의 배신, 남편을 대신해 가장 역할까지 했지만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한 감정을 동시다발적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니까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배우가 독약을 꼭 먹어봐야 독약 먹은 연기를 하겠습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웃음). 연출님을 비롯해 제작진 중에 결혼한 분들이 본인의 경험을 많이 꺼내주셨고요.”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참여하시는 거죠?


“그래서 떨려요, 오랜만에 관객들을 코앞에서 만날 생각을 하니까. 주로 반전을 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오랜만에 한 호흡을 가지고 쭉 가는 역할이라 해보고 싶더라고요. 캐서린과 나이대도 비슷해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체구가 작은데 큰 역할을 하다 보니, 몸도 그렇고 에너지도 크게 쓰는 게 많이 배여 있나 봐요. 저는 잘한 것 같은데, 연출님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노트를 많이 주시더라고요(웃음). 뭔가 크게 쓰는 것들을 버리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캐서린이 편집장, 커리어 우먼으로 적혀 있던데, 인물은 여전히 강한 편이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캐서린은 이른바 잘 나가는 여성이지만 남편에게 상처받은 여자예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마지막에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캐서린의 다른 면도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나름 연기 변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실제 성격은 어떠세요? 창법이나 음색 때문인지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셨잖아요.


“저희 엄마가 늘 말씀하세요. ‘쟤 참 순한데(웃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데, 어릴 때부터 <시카고>를 했잖아요. 벌써 10년이 됐으니까. 그러다 보니 <시카고>의 마마 모튼이 제 이미지가 된 부분도 있고, 한편으로는 저에게 그런 면이 있으니까 캐스팅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음색 역시 <시카고>가 변조의 시작이었거든요. 그전에는 그렇게 낮은 음을 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투모로우 모닝>이 색다른 도전이기도 해요. 쇼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대사의 연장이고 감성적인 곡들이라서 다른 창법을 써야 하거든요. 깨끗하고 담백하게.” 

 

<투모로우 모닝>에서는 가장 선배네요?


“그렇게 됐더라고요. 항상 파트너가 대선배님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저보다 어린 배우들과. 잭 역이 김보강 배우인데 좋더라고요, 키도 크고 잘 생기고(웃음). 20대 커플과는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없으니까 관객 모드로 보게 되거든요. 존의 송유택 배우는 정말 잘하더라고요. 캣 역의 양지원 배우는 노래도 잘 하고 참 예뻐요. 예뻐서 살짝 미안하죠, 내가 뭐라도 해야 하나 싶고(웃음).”

 

무대에 딱 두 커플이 등장하는데, 각각 20대, 30대잖아요. 작품의 성격도 그렇지만, 김경선 씨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게 될 것 같은데요. 특히 여배우들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어떤 위기감 같은 게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예쁜 역할, 주연했던 여배우들은 엄마 역할을 하게 되면 많이 힘들어하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제가 전환할 게 뭐가 있습니까(웃음)? 김경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저는 점점 젊은, 어린 역할이 들어와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많이 못해 봐서 아쉬웠는데, 이제 제때를 맞은 거죠.”

 

작품의 성격도 그렇고,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하겠는데요?


“초반에는 연출님한테 ‘결혼을 장려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웃음). 그런데 연습을 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다 보니 ‘결혼은 해 볼만 하구나!’ 쪽으로 기울더라고요. 물론 가슴 아픈 일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도 사랑이라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작은 해프닝 같아요. 안 겪어본 입장에서는 그런 해프닝만 너무 크고 무섭게 보이는 게 아닐까. 더 큰 게 있는데 말이죠. 이 작품을 볼 관객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최근 첫 번째 싱글 ‘이별, 색’도 발표하고, 가창력으로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도 참여하고... 올해 뭔가 변화가 많네요?


“그러네요. 사실 열심히 달리기만 했더니 작년에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비염 수술도 하게 돼서 좀 쉬었는데, 쉬다 다시 작업하니까 의욕이 넘치더라고요. 싱글은 예전부터 제의가 있었는데, 그간 캐릭터가 강한 인물만 연기하다 보니까 제 목소리로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표한 뒤에는 ‘너랑 안 어울린다, 왜 이렇게 잔잔한 노래를 했느냐’ 등의 반응이 있는데, ‘공연에서 들었던 소리가 아니라서 좋았다’는 분도 많고, ‘다른 사람 같다’는 말도 듣고... 방송도 (김)선경 언니, (남)경주 오빠랑 함께 섭외를 받았는데, 제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뮤지컬 1세대, 선배님 팀으로 들어가서 아쉬웠지만 재밌었어요(웃음). 쉴 때면 뭔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시간이 허락되면 발성에 대해서도 좀 깊게 공부해보고 싶어요.”

 

김경선 씨가 바라는 ‘투모로우 모닝’은 어떤 건가요?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네요(웃음). 제가 날씨를 많이 타요. 햇살이 좋은 아침은 정말 개운하고 행복한데, 우중충한 날은 하루 종일 힘들거든요. 내일 아침은 항상 반짝반짝 맑은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도! 그리고 어떤 작품의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김경선에게는 어떤 걸 맡겨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는 되고 싶어요. 관객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배우, 제작진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주는 게 어제도,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제 목표예요.”

 

원래 성격인지, 아니면 지금껏 맡아왔던 캐릭터 때문인지 인터뷰로 만난 김경선 씨는 시원시원하면서도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리고 수줍음 많은 모습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껏 강해 보이지만 여느 여인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투모로우 모닝>의 캐서린처럼 말이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김경선 씨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은 5월 30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됩니다. 작품을 위해 희생된 이번 기사, 공연을 본 뒤 다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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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모닝 #김경선 #뮤지컬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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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