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경숙, 안도현, 공지영, 정유정, 김애란, 반디……. 이 작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한국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게 첫 번째, 그리고 바바라 지트워가 해외에 소개한 작가라는 게 두 번째다. 바바라 지트워는 국제 문학 에이전트이자, 『J.M 배리 여성수영클럽』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린 공으로 2016년 올해의 ‘국제 문학 에이전트 상’을 받았고, ‘미세스 코리아’라고 불릴 만큼 한국과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팬이다.
『J.M 배리 여성수영클럽』은 바바라 지트워가 오래전 외부 연못에서 수영하는 할머니들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뉴욕에 사는 싱글 여자 건축가인 주인공 조이가 영국 시골에서 사람들을 만나 삶의 지혜와 우정을 나누고 용기를 얻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10여 개국에 이어 한국에 출간된 기념으로 내한한 바바라 지트워의 기자간담회가 책을 번역한 이다희 번역가와 함께 지난 4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여성의 경험과 사랑
조이는 뉴욕에 사는 워커홀릭 여성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해서 떠나간 데다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신이 키우는 개일 정도로 고립된 인간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피터팬』을 쓴 J.M. 배리가 책을 집필했던 코츠왈드 저택을 수리하러 가면서 작은 마을 연못에서 매일같이 수영하는 할머니들, 다섯 명의 엄마가 된 고등학교 동창, 이안이라는 남성 등 여러 사람을 만나며 어떻게 하면 젊게 사는지, 여성으로서 주체적인 선택은 무엇인지 배우고 느끼는 과정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소설 속에서 『피터팬』과 작가 J.M. 배리가 나오는데요.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었나요?
책에 나온 연못은 실제 런던에 있는 연못을 따 왔습니다. 제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던 날, 제가 수영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친구가 제안해서 연못에 갔습니다. 거기서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이분들은 65년 동안 매일같이 바깥 연못에서 수영을 한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가 말하길 100년 전 이 자리에서 J.M.배리가 피터팬 수영 대회의 첫 번째 트로피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자주적인 여성,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 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소설을 쓰면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시나요?
네, 저는 이제까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이었고, 제 가족 중 여성은 모두 아이가 있든 없든 일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여성으로서 사는 데 고통을 많이 겪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크게 웃고 크게 말하는 게 제 성격인데, 제 인생 중 많은 시간을 더 조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난 뒤에 제가 너무 말을 심하게 하지 않았나 죄책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건 아닙니다.
책을 파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가 제가 원하는 책을 낙찰해 오면 저는 그 책을 낙찰받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하지만 제 파트너는 저에게 남자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라 하더군요. 그런 걸 보고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깨닫고는 합니다.
신경숙, 한강, 공지영, 김애란 등 여성 작가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아까 주제와 관련해 여성 작가를 부각하고 싶다거나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나요?
제가 소개하는 책은 다 제가 사랑에 빠지거나 감정이 일어나는 책이어야 소개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야 생각해보니 소개한 작가가 대부분 여성이더라고요. 여성 작가가 쓴 책이 여성의 갈등과 여러 가지 면을 다루면서 저에게 더 와 닿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가 제 책을 쓰던 때였습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그 부분에 매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이나 조영란 작가가 그리는 스스로 해치는 여자, 먹지 않는 여자, 자신을 변호하지 못하는 여자를 볼 때마다 감동을 한 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이런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소수자로서의 여성의 목소리가 와 닿았기 때문에 소개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 살더라도 여성으로 사는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 문학 에이전트 일을 하면서 소설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요?
창작은 항상 해 왔습니다. 첫 번째 쓴 글은 <종이 인형>이라는 연극이었습니다. 6,70년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재클린 수잔에 관한 연극이었죠. 콜롬비아 대학원에서 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뱀파이어와의 키스> 제작에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느낀 후 출판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미국 작가분들이 제 고객이 되면서 편집 작업도 돕고 글 아이디어도 주다가 그냥 내가 쓰자, 하게 된 거죠. (웃음) 언제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소설 쓰기는 저에게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많은 돈과 사람이 들어가는 반면, 책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까요.
한국 소설의 차별성
처음 읽은 한국어 작품이 기억나시나요?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입니다. 제목을 듣자마자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참 맞는 말이라고, 멋지다고 생각했죠.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을 소개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문학이 가지는 차별성이 있나요?
다분히 제 경험과 감정만 비춰서 말한다면, 제가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용이 깊고, 가식이 없고, 글 쓰는 방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가는 어떻게 자신이 단어를 잘 쓰는지, 언어적인 능력을 자랑하고자 쓰지만 제가 소개하는 한국 작가는 이야기나 인물에 충실합니다. 우아하고 순수하죠. 저에게는 거의 완벽함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에이전트로 늘 다른 사람의 작품을 외국에 소개하는데, 이번에는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어떤 느낌이 드나요?
유체이탈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못 믿을 경험이고요. 제가 썼다는 건 알지만 놀라운 경험입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한국에 책을 내면서 기대했던 게 있었나요?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책이 이제 11개국에 소개됐는데, 문학 에이전트로서는 되도록 많은 국가에 제가 담당하는 작가를 소개하고 다녔기에 처음에는 제 책도 20개국쯤에 팔아보자고 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람 있는 작업이었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책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제가 한국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오게 되었고, 올 때마다 한국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비슷하게 전세계의 사람들이 저와 미국에 대해서 알게 되기를, 어떻게 미국 사람이 여성을 생각하는지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알게 되고 공통점을 찾게 되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책은 전세계를 친구로 묶어줍니다. 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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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M. 배리 여성수영클럽바바라 J. 지트워 저/이다희 역 | 북레시피
모든 이야기는 영국 코츠월드의 스탠웨이 저택, 한적하지만 신비로움이 가득한 이 연못에서 시작된다. 조이는 뉴욕의 싱글 여자 건축가로 제임스 배리가 『피터팬』을 집필한 저택의 수리를 감독하기 위해 영국 시골로 파견을 나간다.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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