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세대에 보내는 위로와 격려
철지난 바닷가에서 그들은 처음 만났다. 한 여름의 열기는 지나가 버리고, 겨울의 차분한 공기는 아직 내려앉지 않은 곳. 중년에 접어든 남자와 여자는 그 바다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도 몰랐다. 남자는 파도를 바라보며 홀로 기타를 연주했고, 여자는 그 곁에 다가와 앉았다. 두 사람은 맥주를 나눠 마시고 음악을 곁들이며 무박삼일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은 낯선 상대를 향해 자기 삶의 편린을 꺼내 보인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멀게 느껴지고, 오히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수월하듯이, 두 사람이 솔직한 고백을 주고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건 여행이 가진 힘이기도 했다. 나를 알지 못하는 곳, 나에 대한 평가나 기대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곳,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비로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아내와 남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그들의 대화에서는 일상의 무게가 묻어난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는 낯설어진 지 오래고, 꿈꾸었던 일들은 꿈속에서나 이룰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현실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그들에게 세상은 ‘다 그렇게 살아간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공감 받지 못한 아픔에 둘러싸인 채 그들은 외로운 시간을 견뎌낸다.
그 시간 끝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음악을 매개로 교감을 나눈다. 여자에게 음악은 한때의 꿈이었고, 끝내 미완으로 남아버린 그것은 상처가 됐다. 남자는 쫓기듯 일상을 살아내면서 이따금씩 음악에 기대에 가쁜 숨을 고르곤 한다. 서로 다른 기억으로 음악을 사랑했던 그들은 함께 음악을 완성해 나간다.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강렬하게 연주되는 음악을 타고 잠들어 있던 열정도 깨어난다.
우리는 충분히 젊어 보았다!
음악극 <무박삼일>은 중년의 남녀가 함께하는 힐링여행을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치열하게 살아왔던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꿈을 발견한다. 일상을 짊어지느라 잃어버린 것들과 그 속에 감춰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 중년이 되어 보았는가? 우리는 충분히 젊어 보았다!”라고 선언하는 작품으로, 대한민국의 중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음악극 <무박삼일>은 드라마 <대조영>과 <장사의 신-객주2015>, 영화 <미씽>, <결혼전야>, <반창꼬> 등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이달형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최근 드라마 <김과장>에서 박계장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황의와 함께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영화 <김종욱 찾기>, <비스티 보이즈>의 배우 박혜경이 출연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에 관객들과 만나며 4월 30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76에서 상연된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