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칼럼니스트 한미화 “누군가 내 소개로 책과 만난다면”
동화 속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제 모습하고 유사성이 있거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완전히 무장해제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정의정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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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에서 매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열 번째로 세상에 나온 책을 소개하고 독자와의 접점을 마련하는 출판 평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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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칼럼니스트, 출판 평론가, 북 칼럼니스트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직업군의 사람들은 주로 여러 매체에 책 관련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책의 주제, 표현, 기술 등을 분석하고 개인적 지식과 판단을 근거로 책을 평가하거나 추천한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문화적 토대를 넓히는 데 기여하는 일이다.


“책을 읽는 게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는 웅진출판 영업부에서 출판계 일을 시작해 출판마케팅연구소에 근무하다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동안 KBS 2FM <황정민의 FM 대행진>에서 ‘서점가는길’ 코너를 진행했고 지금은 <한겨레>에서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칼럼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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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및 칼럼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출판사에서 일하다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출판 관련 무크지 등을 만드는 일을 했었어요. 이후 이 경력을 가지고 계속 칼럼을 기고하다 프리랜서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출판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결국 이 직업은 책을 읽는 게 가장 큰 매력이자 고통이에요. 뿌듯할 때는 제가 소개한 책을 많은 사람이 새롭게 발견하고 그 책과 만나게 되는 때일 텐데, 그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 제 소개로 책과 만나는 경험을 할 때 제일 즐겁죠.

 

다양한 책을 다루셔야 하잖아요. 안 읽던 장르의 책도 소개해야 하고요.

 

생소한 분야도 다뤄야 한다는 게 출판 평론의 어려운 점이기도 해요. 때에 따라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리뷰하거나 기사로 써야 할 때도 있는데, 책의 가치를 엄밀하게 따지려면 어느 정도의 전문성은 필요해요. 하지만 대중과의 접점에서 리뷰를 쓰는 칼럼니스트가 전문성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기 관심 분야 쪽으로 세분화해서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하게 되죠. 저도 최근 몇 년간은 그림책, 어린이 책 위주로 평론과 리뷰를 하고 있어요.


『아이를 읽는다는 것』,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등 아동 서적과 그림책에 관한 내용을 많이 쓰셨어요. 최근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을 내기도 하셨고요.

 

어린 시절에는 어린이 문학이나 그림책에 대한 경험이 없었어요.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야 그림책을 보기 시작해서 30대 중반에 들어 좋아하게 됐죠. 최근 낸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즐기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좋은 예술 작품은 어느 누가 봐도 좋거든요. 단지 누구의 시선으로 읽을 것인지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아이들에게 읽어줬던 책이라도 어른의 시선에서 읽으면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죠.


어린이 문학, 그중에서도 그림책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린이 책을 읽다가 심하게 울 때가 있어요.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울 수도 있지만, 나이 꽤 많은 어른이 꺼이꺼이 울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왜 이럴까 생각해 보니까 동화 속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제 모습하고 유사성이 있거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완전히 무장해제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신을 판단하면서 왜 내가 이렇게 사는지 더듬다 보면 어린 시절의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지는 거죠. 그래서 어린이 책을 읽을 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아요.


‘어른을 위한 동화책’ 등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어린이 책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해요. 하나는 자신이 예전에 읽었던 책을 중고로 찾는 경우가 있어요. 어른이 된다는 게 힘들잖아요. 키덜트 현상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또 하나로는 출판 트렌드로 볼 수 있을 텐데, IMF 즈음 사회가 어려울 때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처럼 위로하는 책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비슷하게 요즘 어렵고 힘들 때라 상담, 위로, 치유 키워드로 그림책이 읽히는 것 같아요. 이런 그림책은 아동 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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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트렌드에 따라서 어떤 책이 잘 팔렸다 싶으면 비슷한 책이 한꺼번에 나오는 현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출판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이나 국민성 등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쏠림 현상은 분명 있어요. 그렇게 해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독자들을 식상하게 만들어 버리죠. 가장 큰 문제를 꼽자면 출판은 자신의 출판물로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안타까워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소개하는 책도 있으실 것 같아요.


많아요. 하지만 베스트셀러라고 다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어떤 사람에게 어떤 책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가 보기에 허접해 보이거나, 많이 팔려고 억지로 만든 것처럼 보여도 그 책은 또 누구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독자가 다 같은 취향이나 독서 습관을 지닌 사람은 아니니까요.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입관은 되도록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책은 콘텐츠를 담는 여러 분야 중 하나입니다. 방송이나 콘텐츠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책이 실용콘텐츠의 개념에서도 점점 밀려나는 추세인데요.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주도하는 콘텐츠는 있어요. 1900년대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다 보면 1920년대 최고의 신랑감이 작가나 소설가였다고 해요. 당시에는 문학이 최고의 콘텐츠였던 거죠. 1980년대 앞뒤로 출판물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중심 콘텐츠라는 자리는 내놓은 게 맞아요. 예전에는 메이저였다가 지금은 밀려났으니 당연히 시장이 작아지고 책이 덜 팔리겠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무엇을 향할지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책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있을까요?


꼭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잖아요. 책도 전자책으로 소비할 만한 콘텐츠가 있고, 물성을 가진 오프라인 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겠죠. 책 중에서도 텍스트가 빽빽하게 들어간 책과 비주얼 요소가 많은 책이 있을 거예요. 여러 가지 다양성과 예전에 없던 고민거리가 생기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책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책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인류의 오랜 지혜와 모든 노하우가 집적된 대단한 발명품이에요. 이 장점을 대체할만한 것들이 나와도, 사라지기에는 인류의 지식을 담기에 너무 많은 장점과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자기에게 맞는 책을 찾는 방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책을 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하지만 독서법을 알려주는 책이나 책에 관련한 책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 보면 분명 자기만의 방식을 찾을 만한 최소한의 접점이 없다는 뜻이겠죠. 시간을 정해서 운동하는 것처럼, 독서도 일종의 워밍업 기간을 두고 끌리는 대로 읽어보세요. 그러면 자기만의 방법이 나올 거예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앞부분을 읽어보는 거예요. 서문을 봤는데 모르겠으면 50페이지 정도라도 읽어보고, 그렇게 읽었는데도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 무엇인가가 깨지지 않는다면 다 안 읽으셔도 돼요. 재미없는데 왜 읽고 계세요. 책도 많은데 다른 책 읽으세요. (웃음)


출판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요즘에는 1인 미디어가 있어서 옛날보다는 오히려 쉬워졌어요. 자기 미디어를 잘 활용하셔서 꾸준히 책을 소개하다가 저 사람이 소개한 책은 정말 재밌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분야를 정하시면 더욱 좋겠죠. 그게 기본이 되면 그 단계에서 아마 또 새로운 길이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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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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