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숨어 있는 과학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요리에 숨어 있는 과학을 알았으면 한다. 요리가 얼마나 체계적이며 동시에 예술적인 작업인지 느꼈으면 한다. 요리를 알아야 요리가 주는 행복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ㆍ사진 이강민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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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답한다. 영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 ‘맛있는 음식’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아주 큰 행복감을 느끼는 듯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방송을 보면 요리가 대세다. TV 채널 어디를 돌려도 요리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맛보고, 만들고, 설명하고 있다. 예전부터 있어 왔던 전통적 형식의 요리강습에서부터 소문난 맛집 탐방, 유명 셰프들의 요리 대결에 이르기까지, 요리 프로가 오락 프로가 되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요리 방송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요리 유전자 때문이다. 음식은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이자 욕구이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요리를 통하여 행복해지려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 저녁 시간에 모여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기란 점점 더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 프로를 보고 간접적으로 이 요리에의 욕구를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 것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언제 먹는가? 배가 고파서 에너지가 필요할 때? 먹을 시간이 되어서 그저 배를 채우려고? 이렇게 먹어서는 허기는 면하겠지만 행복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음식은 맛있어야 한다. 요리가 진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가? 요리料理는 ‘헤아려서 다스림’을 의미한다. 영어사전에 의하면 ‘식재료를 가열하고 끓이는 것’을 뜻한다. 헤아리는 것, 가열하고 끓이는 것, 이것은 모두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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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가열하면 물이 없어지고, 물이 없어지면 식재료는 단단해진다. 불을 사용해 먹기 좋게 식재료를 가열해야 맛 좋은 요리가 탄생한다. 이때 요리란 ‘불과 물의 조화’다. 그 밖에도 요리에는 여러 과학 원리가 담겨 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요리에 숨어 있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유전자는 단순히 반복되는 식사에 싫증을 느끼며 좀 더 색다른 것, 좀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우리의 미각은 익숙한 것을 요구하지만 우리의 시각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예전에는 요리사들이 손님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요즘 요리사들은 요리의 맛은 기본이고 창조와 혁신에서 오는 감동까지 선사해야 한다. 즉 과학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로 늘 새로운 레시피를 추구함으로써 참신한 요리를 창조해야 하며, 요리사의 기술과 감성을 담아 맛과 모양과 분위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개구리 알이 어떻게 올챙이가 되는가를 설명할 때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고 하는 식으로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이 등장하면서 분자적인 수준으로, 유전자적인 수준으로 기작이 설명되기 시작하였다. 요리도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요리를 맛의 기준으로 폭넓게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분자요리 미식학의 등장으로 분자 수준에서 해체하고 분석하고 재조합함으로써 요리를 이해하고 설명하기를 원한다.

 

조리학은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고찰하는 학문이고, 요리학은 그 완성된 요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분자요리학이란 음식을 조리하여 맛있게 먹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분자미식학은 분자요리학에 더하여 인간이 행복하게 먹는 것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행복한 음식에 더욱 접근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앞으로는 과학 및 화학 분야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과 이론이 요리 예술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자유로운 사고와 뛰어난 지식으로 무장한 어느 누군가가 미래에 나타나 이 분야를 개척하리라 굳게 믿는다. 대체 어느 분야의 과학과 예술이 이처럼 삶을 즐겁고 안락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싶다.

 

나는 국내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효소발효학을 공부하였으며 지금은 분자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학문 덕분에 유럽, 미국, 아프리카에서 나의 젊은 시절 3분의 1을 보냈다. 음식, 미술,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2011년부터는 새로운 개념을 가진 레스토랑 빌바오를 창업하여 음식에 과학과 예술을 입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요리를 여러 과학적인 면으로 해석하였다. 우리의 식감 즉 씹는 맛, 목 넘김, 부드러움은 물리적인 현상이다. 요리의 풍미와 색은 화학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음식을 통하여 먹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생화학적인 성분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은 미생물 발효식품이며, 우리가 먹고 느끼는 행위는 뇌의 생리적 현상에 속한다. 이처럼 요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리?화학?생화학?미생물학?생리학?인문학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요리에 숨어 있는 과학을 알았으면 한다. 요리가 얼마나 체계적이며 동시에 예술적인 작업인지 느꼈으면 한다. 요리를 알아야 요리가 주는 행복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가 주는 행복을 인지해야 우리는 더 자주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과의 만남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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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전북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학위, 프랑스 루이파스퇴르 대학교에서 효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단백질구조학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이후 루이파스퇴르 대학교 연구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객원연구교수, 파리 11대학교 약학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강의해온 [분자요리학]은 연구년 중에도 특강을 열어야 했을 만큼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대표적인 과학강의로 인정받고 있다. 2011년에는 우리 음식으로 과학과 요리의 획기적이고 예술적인 만남을 풀어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아내와 함께 실험적 레스토랑인 빌바오bilbao를 창업하였다. 거의 매일 저녁 빌바오 부엌에 서는 그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린 감동적인 요리를 늘 소수의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진정한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