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균 “자존감 높이기, 식스팩 만들기와 똑같다”
자존감이라는 건 새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분명히 자존감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누구나 기억 속에 자존감은 있는데, 나쁜 습관들이 막고 있어서 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나쁜 습관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다 보면 분명히 다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어요.
글ㆍ사진 임나리
2016.10.13
작게
크게

1.jpg

 

자존감을 이루는 세 가지 축

 

윤홍균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자존감 수업』의 출간을 기념해 독자들과 만났다. EBS <부부가 달라졌어요>의 자문의, 교통방송 <귀로 듣는 처방전>의 상담의로 유명한 저자는 <경향신문>, <한국일보>, <레이디경향>, <월간 생로병사> 등 다수의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꾸준히 대중들과 소통해왔다. 블로그를 이용해 병원에 찾아오길 주저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윤답장 선생’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현재는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저자를 찾아와 ‘낮은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자존감 수업』은 “의사이자 자존감 트레이너”로서 그가 제시하는 처방전이다. 책에는 자존감의 정의와 중요성, 자존감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들에 대한 설명부터 자존감의 회복을 위해 버리고 극복해야 하는 것들,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실천 방법까지 두루 실려 있다.

 

지난 29일 저녁,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 ‘빨간책방’에서 윤홍균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존감 수업』에 담긴 내용을 토대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진료실의 안과 밖에서 경험한 일들을 예로 들어가며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자기 효능감과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이 자존감을 이루는 세 가지 축이에요. 자기 효능감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이 있는 건데요. ‘나는 참 유능한 사람’이라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남들이 보기에 유능해 보이고 괜찮은 직업과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자존감이 높은 건 아니거든요. 그런 분들도 저를 찾아와서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이라고 말씀하세요. 자신이 잘 살고 있고 연봉도 높지만, 원했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는 거죠. 제가 그 분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자기 조절감이 필요한 거죠.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자존감이 더 높아요. 자존감이 높아지면 남들의 기대에 이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하고요.”

 

자기 안전감 또한 자존감을 이루는 하나의 축으로써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유능하고 자신의 인생을 잘 조절하고 있어도 언제 사고를 겪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월호 사건을 경험한 이들과 만났던 경험을 예로 들며 “큰 사고, 위기가 있을 때마다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았거나 애정결핍이 지속되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사람은 없다. 당연히 자존감이 떨어진다. (『자존감 수업』 17쪽)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주관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한다. 그리고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콤플렉스’로 설명한다. 직업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자신은 쓸모 없는 존재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인지행동 치료’다. 사건을 인지하는 방식을 바꾸어줌으로써 그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게 하는 것이다. 윤홍균 저자 역시 환자들의 생각을 바꾸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지행동 치료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환자의 생각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3.jpg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특징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어요. ‘나는 자존감이 낮고 가치가 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거거든요. 그 확신을 함부로 꺾으려고 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은 자기 연민과 자기 위로에 빠져있거든요. 자신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너무 불쌍해, 나는 위로를 해줘야 돼’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본인도 이런 상태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만, 동시에 빠져나가기 싫은 마음도 들죠. 양 극단의 감정, 즉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설득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 자체가 방어기제이기 때문이에요.”

 

윤홍균 저자도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며 20대 초반을 보냈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의대에 진학하게 된 그는 자신이 엉뚱한 곳에서 원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게 느껴졌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음주와 게임에 빠져들기도 했고, 그럴수록 눈앞에 닥친 문제는 점점 더 커졌다. 건강이 나빠졌고 더불어 학점도 형편없어졌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그러하듯, 저자 역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다 보면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보듬어 준다면 나도 이러지는 않을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될 때가 있어요. 그게 바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정말 당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뭐라고 이야기할 거 같은지’ 생각해 보라고 해요. 그러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게 돼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거죠. 그 말을 꼭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주라’고 권해요.”

 

자존감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자신 안에 감춰져 있다. 주변에서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준다고 해도, 스스로가 ‘아니야, 나는 쓸모 없어’라고 고집을 부린다면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다며 낙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이들을 향해 윤홍균 저자는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장점이 있어요. 이 분들은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죠. 다만 그 내용이 부정적일 뿐이에요. 하지만 강한 소신과 고집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기 시작해요.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분들이죠.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에도 집중하게 만들면 돼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에도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셨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추진력을 갖고 계신다는 증거거든요. 그 자원을 활용하신다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단지 몇 가지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자기 연민이나 자기 비하, 자기 혐오, 자기 위로 등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자신에게는 다그침이라는 오랜 습관이 있고, 그로 인해 얻은 것도 있지만 이제는 많이 지친 상태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존감이라는 건 새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분명히 자존감이 높았던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누구나 기억 속에 자존감은 있는데, 나쁜 습관들이 막고 있어서 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나쁜 습관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다 보면 분명히 다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어요. 『자존감 수업』을 읽으시면서 변화를 실천하시다 보면, 할 수 없는 부분들도 발견하실 거예요. 그냥 넘어가세요. 괜찮아요.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자신을 끌어올릴 힘,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이 날의 강연에서 윤홍균 저자는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은 결국 식스팩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다”고 말했다. 식스팩을 덮고 있는 지방을 덜어내고 그 안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나쁜 습관들로 가려진 자존감을 찾아서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믿는 일이 쉬울 테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식스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체감하는 강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식스팩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든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든, 꾸준히 반복할수록 그 과정이 더 쉽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img_book_bot.jpg

자존감 수업 윤홍균 저 | 심플라이프
자존감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원장이 쓴 책으로, 자존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 높은 자존감을 갖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내면의 불화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윤홍균 #자존감 수업 #습관 #자존감 트레이너
0의 댓글
Writer Avatar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