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동화 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동화 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써도 돼요. 엄청나고 거창해야만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에요.
글ㆍ사진 임나리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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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쓰세요


‘제13회 예스24 어린이 독후감 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어린이 글쓰기 특강’이 세 번째 시간을 맞았다. 지난 27일 오후, 고양시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을 이끈 주인공은 이금이 동화작가였다. 그녀는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라는 주제로 『하룻밤』이 창작된 과정을 들려주는 한편, 아이들이 자신만의 동화를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금이 작가의 창작동화 『하룻밤』은 아빠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를 따라 밤낚시를 갔던 아빠는 잡힌 잉어를 보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놓아주게 되고, 사실은 용왕의 손녀였던 잉어를 따라 용궁으로 들어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보답으로 세 가지 소원을 빌 수 있게 된 아빠는 ‘어떤 소원을 빌까’ 기대에 들뜨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고 만다.

 

『하룻밤』 이야기에는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 들어있어요.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풀어줬던 일이에요. 제가 경험한 일은 그것밖에 없어요. 이야기에 나오는 나머지 부분은 다 꾸며낸 거예요. 오늘 여러분도 자기가 경험한 일을 가지고 상상력을 부풀리셔야 돼요.”

 

작가는 직접 『하룻밤』의 줄거리를 들려줌으로써, 직접 경험한 사건이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지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한 편의 동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줌으로써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했다.

 

“글을 쓰려면 제일 먼저 글감을 정해야 돼요. 오늘의 주제는 ‘나의 하룻밤, 동화로 쓰기’이지만 꼭 하룻밤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돼요. 지금 떠오르는 일, 재밌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이 글감으로 삼아서 상상을 보태면 돼요. ‘이런 이야기를 쓰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을 떠올려 보세요. 크게 재미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상상을 발휘해서 재밌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어요. 글감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에요. 저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들 중에서 글감을 찾아요.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죠. 그리고 동화 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써도 돼요. 엄청나고 거창해야만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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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어린이 독자와 이금이 작가의 소통으로 채워졌다. 글감을 떠올려 보라는 작가의 요청을 받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자유롭게 털어놨다. 특별한 꿈을 꾸었던 날, 박물관을 찾아갔던 일, 친구와의 작은 사건들까지 무궁무진한 글감들이 세상에 나왔다. 작가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동화로 태어날 수 있다고 격려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짚어줬다.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야 돼요. 그게 글의 주제가 되는 거예요. 주제라고 해서 굉장히 무겁고 심각한 건 아니에요.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이유, 이 이야기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무엇, 그게 바로 주제예요. 그러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친구는 이래서 이 글을 썼구나, 이 글에는 이런 주제가 담겨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거지? 왜 이 이야기가 생각났지? 왜 재밌었던 거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글을 쓸 때 주제는 나침반이나 지도의 역할을 하거든요. 우리가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데 나침반이나 지도가 없으면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고, 헤매거나,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주제를 정해 놓지 않고 쓰다 보면 엉뚱한 길로 가게 돼서 내가 뭘 쓰려고 했는지조차 모르는 수가 있어요.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싶은가’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쓰면 다른 길로 가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어요.”

 

어린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는 『하룻밤』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저는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낚시를 갔던 하룻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하룻밤』에서 어린 시절의 아빠는 알지 못했지만, 할아버지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신 상태였거든요. 원래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10살이 되면 같이 낚시를 가곤 하셨는데, 아빠가 10살이 될 때까지 살아 계시지 못할 거라는 걸 아셨어요. 그래서 아빠가 8살일 때 같이 낚시를 갔던 거예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글의 주제가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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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라고 상상해 보세요

 


글감과 주제를 정한 뒤에는 상상을 보태야 한다. 이금이 작가는 “지금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글에 ‘만약에’를 상상해 보세요. 여러 가지로 마음껏 상상해도 좋아요”라고 말하며 “동화를 쓸 때만큼은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도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유일한 제약이 있다면 ‘그럴듯한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글을 읽는 사람이 ‘실제로 있는 일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이야기에 호기심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 까닭이다.

 

“이야기에는 시작, 중간, 끝이 있어야 돼요. 이제 여러분은 그걸 정해야 하고요. 어떻게 시작해서, 중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끝에 가서 결말은 어떻게 낼 것인지 생각을 해야죠. 그리고 ‘나는’으로 이야기를 할 것인지, 주인공의 이름을 정해서 ‘??는’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세요. 그걸 시점이라고 해요. ‘나는’으로 쓰게 되면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밖에 쓸 수 없어요. 그런 한계가 생겨요. ‘??는’이라고 쓰는 건 카메라를 가지고 밖에서 찍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이라고 쓴다면 읽는 사람들이 마치 주인공의 이야기가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느끼면서 볼 수 있고 ‘??는’으로 쓰면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써도 상관없지만 사실 ‘나는’이라고 쓸 때가 조금 더 편하기는 해요. ‘이건 내가 만든 주인공의 이야기야’라고 생각한다면 ‘??는’으로 써도 괜찮고요.”

 

강연을 이어가며 이금이 작가는 ‘혹시 어린이 독자들이 버거워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어른 작가에게도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글자로 쓰기 어려우면 그림으로 나타내도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함이었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쓰더라도 얼마든지 상상으로 부풀릴 수도 있고, 이야기를 보탤 수도 있고, 다르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걸 생각하세요. 현실의 나는 날지 못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날 수도 있어요. 마법의 세계로 갈 수도 있고요.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작가인 저도 계속 이런 과정을 반복해요. 그러면서 이야기가 더 재밌어지고 더 그럴 듯해지는 거예요. 앉은 자리에서 바로 생각해서 쓸 수 있는 작가는 이 세상에 없어요.”

 

뒤이어 아이들은 자유롭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금이 작가는 “머릿속에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써야 돼요. 이야기가 다 만들어지면 작가는 인물을 따라가면서 글을 쓰는 거예요. 지금 여러분은 주인공을 머릿속에 입력시키고 그 인물이 하는 일을 쓰면 돼요”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떠올리고, 그 모습을 주인공에 대입시켜 가며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글을 쓰고 나면 제목을 짓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여러분도 제목을 보고서 ‘이 책은 재밌을 것 같다, 이 책은 재미없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해요. 제목은 글을 쓰기 전이나 쓰는 중간, 또는 다 쓰고 난 뒤에 지을 수도 있어요.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으면서도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제목으로 지어야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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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시간이 주어지자 아이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단숨에 이야기를 완성시켜갔다. 일상의 작은 경험에 천진한 상상력이 더해 만들어진 ‘세상의 하나뿐인 동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금이 작가는 자신 앞으로 모여든 아이들의 작품을 전부 읽고 아낌없는 조언을 들려줬다.

 

“늘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만약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상상하면 조금 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들이 펼쳐질 거예요. 여러분 모두가 동화 작가가 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에서 그렇게 상상을 할 수 있으면 하루하루가 훨씬 더 재밌어져요.”

 

강연을 마무리하며 이금이 작가는 또 다른 ‘진짜 만남’을 기약했다.

 

“오늘 여러분과 즐거운 시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서 기뻤어요. 작가와 진짜로 만나는 방법은,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서 작가의 생각과 만나는 거예요. 앞으로 여러분과 계속 진짜 만남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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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이금이 글/이고은 그림 | 사계절
『하룻밤』은 아동청소년문학 베스트셀러 작가 이금이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저학년 창작동화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린 시절 추억과 조부모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죽음과 영원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금이 #동화 #글쓰기 #하룻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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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6.09.13

이금이 작가님 얼굴에서.. 미소가..... 이 행사가 참 즐거웠다는 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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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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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어린이청소년문학 작가. 1962년 충북 청원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유년기부터 이야기꾼 할머니와 라디오 연속극, 만화책 등과 함께하며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세계 문학 전집을 읽으며 작가 되기를 꿈꿨다. “내가 어린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는 1984년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으로 새벗문학상에 당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가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어린이문학의 폭발적 성장과 청소년문학의 태동 및 확장을 이끈 작품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어린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후속작이 거듭 나온 동화 ‘밤티 마을’ 3부작, 우리 어린이문학의 문학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 ‘지금 여기’의 청소년이 품은 상처와 공명한 이야기로 본격 청소년문학의 출발점이 된 『유진과 유진』 등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의 큰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망나니 공주처럼』 『내 이름을 불렀어』 등의 동화와 『허구의 삶』 『알로하, 나의 엄마들』, 『벼랑』 『소희의 방』 『청춘기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안녕, 내 첫사랑』 등의 청소년소설을 썼다. 50여 권의 책을 냈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이가 되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그동안 1985년 소년중앙문학상, 1987년 계몽사아동문학상, 2007년 소천아동문학상, 2012년 윤석중문학상, 2015년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20년, 2024년엔 작가의 업적 전반을 평가해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청소년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한국 후보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