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크루 ‘비비드’ 멤버이자 AOMG의 엘로(ELO)
보컬의 능력은 무난하고 음색도 평범하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앨범의 기획력은 두드러진다.
글ㆍ사진 이즘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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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류 흑인음악계를 주도하는 대세크루 ‘비비드(VV:D)’의 멤버이자 AOMG 레이블에 속해있는 알앤비 보컬 엘로(ELO)다. 같은 크루 구성원인 자이언 티(Zion. T), 크러쉬(Crush), 로꼬(Loco), 그레이의 성공 배턴을 이어받은 후발주자로서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할 만하다. 그의 데뷔작인 이번 <8 Femmes>에서는 8개의 트랙을 통해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레이와 엘로의 공동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음반이다. 보증된 실력자인 그레이의 말끔한 편곡이 최신 일렉트로닉 알앤비의 기조를 형성한다. 세련된 기반 위에 그 만의 특색을 덧칠하는데 「ROSE」와 「Tattoo」의 주요 멜로디가 형성하고 있는 동양 풍 음향과 「Angel」의 반주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탄식음이 그러하다. 이러한 시도는 여타 알앤비 곡들의 사운드와 차별화되는 개성을 부여하지만, 신선함커녕 올드하게 느껴진다.

 

그 와중 「The end」와 「DAY N NIGHT」의 작법이 단연 돋보인다. 네 번째 트랙 「The end」에서는 이별 이후 사랑에 대한 허무한 감정을 무던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잘게 쪼개지는 리듬에 능란한 보컬이 노랫말을 얹으며 만들어내는 자연스런 그루브는 곡의 매력을 배가한다. 다섯 번째 트랙 「DAY N NIGHT」은 사랑에 대한 불신을 지니고 있던 화자가 한 여인을 만나면서 이를 타파하는 스토리인데, 절의 전반부에는 몽환적인 신시사이저를 사용하여 불안했던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후반부에는 피아노 반주와 장조 음계를 활용하여 반전된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그의 메시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보컬의 능력은 무난하고 음색도 평범하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앨범의 기획력은 두드러진다. 첫 번째 트랙부터 네 번째 트랙까지는 격정적이고 욕망어린 단기적 사랑의 전개를 보여주고, 다섯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는 지속가능한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의 한계성과 영원성을 기승전결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가질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Wax Mannequeen」과 사랑과 성적 욕망에 대한 간극을 담은 「F.W.B」, 깊은 사랑을 문신에 비유한 「Tattoo」 등의 이야기들은 사랑에 대한 관념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준다.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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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 #비비드 #AOMG #8Fem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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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