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번역가 ②] 박현주 “창조적이면서 반복적인 세계”
삶이 아름답다거나 반드시 올바른 궤도를 따라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부코스키의 책에는 없습니다. 그의 책에는 특정한 형식에 대한 집착이 없고, 그러기에 가장 자신다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좋아합니다.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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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매달 한 명의 번역가를 만나, 이 시대에 번역가로 산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박현주 번역가입니다.
‘빈민가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독일계 미국인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테마 에세이 3부작(『고양이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이 출간됐다. 부코스키의 장편 세 권을 이미 번역한 바 있는 박현주가 이번 에세이도 번역했다. 많은 독자는 그에게 묻는다. “찰스 부코스키를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 박현주에게 찰스 부코스키는 “번역 작업을 하면서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 작가”다. 독자로서 바라보는 부코스키의 매력은 아무 것도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이 아름답다거나 반드시 올바른 궤도를 따라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부코스키의 작품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번역가 박현주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찰스 부코스키의 『우체국』, 『여자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 『죽음본능』,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경계에 선 아이들』,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 5권)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집 『로맨스 약국』이 있다.
읽기에는 쉽고 쓰기에는 어렵다
찰스 부코스키의 장편 3권과 이번에 출간된 ‘찰스 부코스키 테마 에세이 3부작’까지, 부코스키의 작품을 여러 권 번역하셨습니다. 이쯤 되면 부코스키를 좋아하신다고 봐도 되겠지요?
번역하는 많은 분이 아시듯이, 번역가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행운은 많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일로 삼을 땐 강력한 선호와 의지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지만 연이 닿지 않을 때도 있고,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어떤 계기로 줄곧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즉, 작업한 작품의 양이 반드시 선호도나 애정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부코스키는 ‘이쯤 되면’이 아니라, 그 전에도 좋아하던 작가였고, 작업을 하면서도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는 작가였습니다.
부코스키의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혹은 그가 그리는 삶과 인물에 좋아할 수 없는 점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그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미국 하층 계급의 삶을 노래하는 계관시인”이라고 하는데요, 그의 작품에는 낮은 곳의 저열함이 어떤 과장과 허세 없이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특별히 운이 좋지 않은 한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삶이 아름답다거나 반드시 올바른 궤도를 따라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이 부코스키의 책에는 없습니다. 그의 책에는 특정한 형식에 대한 집착이 없고, 그러기에 가장 자신다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좋아합니다.
처음 독자로 부코스키를 만났다가 나중에 번역자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독자로 부코스키를 볼 때와 번역자로서 부코스키를 볼 때는 느낌이나 태도가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부코스키의 문체는 읽기에는 쉽고 쓰기에는 어렵습니다. 독자일 때는 일상어로 쓰인 그의 작품들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막상 현실을 재현하는 문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쓰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우리의 일기조차도 그렇게 현실감 있게 재생할 수가 없으니까요. 번역은 이 읽기와 쓰기의 중간 사이에 있는 작업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태연한 문체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걸 풀기 위해서는 편집자들과 함께 많이 생각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글쓰기에 대하여』에는 시를 써서 투고하고 계속 거절당하는 청년 부코스키의 모습부터 대작가가 된 노년의 모습까지 ‘작가 부코스키’의 일생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 형태가 아닌 편지글 속 작가의 육성을 들으면서 부코스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으신가요?
부코스키가 자서전적인 작품을 쓰기 때문에 작품을 비교적 수월히 썼으리라고 추정하는 독자들이 있고,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하여』를 읽으면 그는 끊임없이 거절당하고도 계속 작품을 쓰고 보냈던 작가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살다가 우연히 문학적 재능을 발견하고 작가가 된 사람이 아니라 작가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청년이었고 잠시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런 열정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계속 유지되었던 것이지요. 자신의 작품을 이해 받지 못하는 좌절, 그를 극복하려는 의지, 그러나 인정받았을 때의 기쁨은 글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늦은 나이에 인정받고 끝없이 작품을 써온 작가의 편지 속에서 발견했을 때는 감동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편지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은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부코스키는 타자기를 팔아 술을 샀을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책에도 술과 떨어진 날이 없을 정도로 술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관련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에피소드 자체가 기억에 남는 건 없습니다. 매일 술을 마셨고, 그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지만 그러고도 병원에서 나와 다시 술을 마셨으니까요. 가진 건 모두 다 팔아서 마셨고, 빚을 지면서까지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하여』에 실린 편지들 중 적잖은 수가 이미 술에 취한 상태에서 쓰였습니다. 심지어 편지를 쓰는 도중에도 계속 취해갔지요.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도전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시작 부분보다 끝 부분에서는 더 취해 있어야 하니까요.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솔직함
부코스키는 소설가로도 잘 알려졌지만 시인으로 더 유명합니다. 『사랑에 대하여』는 사랑에 관한 부코스키의 시들을 엮은 시선집인데, 아무래도 번역 작업은 소설보다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부코스키의 시는 형식에 딱 맞춘 운문이라기보다는 작은 단편 같기도 합니다. 역으로 그의 소설 자체가 반복적인 단어, 교묘한 리듬을 구현하는 긴 시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지요. 물론 그의 초기 시는 후기 시와는 분위기가 약간 다르고 난해한 부분이 적잖이 있습니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시와 소설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부코스키가 버려진 고양이 아홉 마리와 함께 살았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동물을 돌보고 키울 것 같은 이미지는 아니어서요. 『고양이에 대하여』를 보면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던데요.
부코스키는 고양이뿐 아니라, 개도 좋아한 것으로 아는데요. 가령, “개와 천사는 그다지 멀지 않다”라는 말도 한 적 있지요. 이는 그가 가진 작고 연약한 모든 동물에 대한 애정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합니다. 그의 시와 소설을 보아도 부족하고 약한 생명체에 대한 동정이 있습니다. 그도 그들과 같았으니까요. 멸시당하고 짓밟힐 수 있는 존재들에게 그는 말하지 않는 애정을 품었던 것 같습니다. 실은 우리도 그렇습니다. 약해서 짓밟히지만, 또한 다른 약한 존재를 짓밟을 수도 있는 게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런 존재들을 소중하게 품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좀 다르기도 하죠. 그들은 언제나 도도하고 자신들이 절대로 무시당하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이중성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부코스키의 소설 한 권과 시집 한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거기에 이번 부코스키 시리즈 세 권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부코스키 작품 다섯 권이 출간된 것인데, 최근 들어 부코스키 작품이 연달아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를 저도 알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이 연달아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습니다. 그는 언제 읽어도 좋은 작가이니까요. 하지만 왜 지금이냐고 묻는다면…. 그럴듯한 배경 설명 등은 생각할 수 있겠지요. 피로 사회에서 번아웃 신드롬을 겪는 사람들에게 반노동주의적인 부코스키의 태도와 유머,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솔직함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요. 하지만 우리의 삶은 피로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노동은 하기 좋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 나와도 좋았을 책이 지금 나온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코스키뿐만 아니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5권) 등 한 작가의 선집을 많이 번역하셨어요. 아무래도 한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번역하다 보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선집을 번역할 때의 즐거움이나 혹은 괴로웠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한 작가를 여러 권 작업하는 건 대체로 즐겁고 별로 괴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렇게 알려진 작가 이외에도 여러 작가를 꾸준히 연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령, 아직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도로시 L. 세이어즈도 있고, 아직 다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마거릿 밀러도 있습니다. 작가들과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해갈 뿐이고 작업은 더 수월해집니다. 그의 성격과 글 쓰는 습관에 익숙해지고 애착도 생깁니다. 하지만 이 애착이 가끔은 독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제가 독점할 수 없는 작가에게 욕심을 내서도 안 되고, 매너리즘적으로 작업해서도 안 되는 것이니까요.
혹, 이 작가의 번역 작품이 안 나와서 아쉬운 책이 있나요?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은 작가라든가.
이블린 워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P. G. 우드하우스도요. 여성소설의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동시대 소설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농담 삼아 스스로를 “변사(變死) 전문 번역가”라고 하는데, 시작을 추리소설로 했기 때문에 한동안 격렬한 죽음과 폭력이 있는 소설들에 대한 의뢰가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에 어떤 형태든 격렬함은 존재하지만, 반드시 그런 장르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을 주로 했지만 소설만 고집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 장르의 작품을 번역하셨는데, 선호하는 장르가 따로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독자로서는 어떤 책들을 즐겨 읽으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좋았던 작품 2권 정도만 추천해주신다면.
선호하는 장르는 없이 모든 소설을 다 읽는 편입니다. 소설 안에서는요. 소설 밖에서도 대체로 흥미로워 보이는 모든 책을 읽습니다. 지금은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를 읽는데, 호흡이 길고 분량이 있는 책이지만 인간형의 묘사가 흥미로워 계속 읽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윌리엄 트레버의 『비 온 뒤』도 읽고 있습니다. 단편집이라 생각날 때 한 편씩 있는 방식인데, 강렬한 반전은 없지만 잔잔한 여운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다음에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을 계획입니다.
번역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 일에서는 기본값
원래 꿈이 번역가셨나요?
최근에 아사이 료의 『스페이드 3』을 읽었는데, 거기에 자기에겐 근사한 스토리가 없어서 고민하는 배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럭저럭 괜찮은 배우지만 동료였던 다른 인기 배우에 비하면 배우가 되었어야 할 적절한 에피소드, 계기 같은 게 없다는 게 괴로웠던 거죠.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이런 스토리를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딱히 스토리가 없고, 그 스토리는 후에 건설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원래 꿈이 번역가였느냐고 묻느냐면 스토리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어렸을 때 한 번은 번역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꿈이라고 할 만한 백일몽은 많이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광고 기획자가 (뭔지도 모르면서) 되고 싶다고 진로희망서에 적어냈습니다. 대학 때는 번역을 하고 싶어서 학원 같은 데를 찾아간 적도 있기도 했습니다만, 통신사에 면접을 본 적도 있습니다. 방송작가가 될 뻔한 적도 있습니다. 실지로 교사를 한 적도 있죠. 꿈이라는 건 여러 개 꿀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중 하나가 가는 길을 밝혀주기도 하죠. 어떤 지점에 다다랐을 때 돌아보면, 그 꿈은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많은 길 중의 하나인 것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고, 우연만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처음에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번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신다면?
이런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만, 모든 이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좋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취미로 번역을 하거나 해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고, 잡지 번역 같은 짧은 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는 분의 소개로 추리소설을 번역하면서 이 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일단 번역을 시작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기획을 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직업으로서의 번역가’, 권할 만한 직업인가요?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입장이 되지 못하지만요. 어떤 일을 선택하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동력 삼아 힘든 부분도 다 참을 수 있는 사람과, 좋아하는 마음도 있지만 싫은 부분을 그렇게 싫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데,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스스로 여깁니다. 번역도 모든 일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힘든 부분을 그렇게 싫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 같습니다.
가끔 취미로 한번 해보고 싶으니 일을 소개해달라는 청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뇨, 한두 장을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번역은 그렇게 좋은 취미가 아닙니다. 일단 취미로 하기에는 물리적 시간과 노동력이 너무나 많이 들고 창조적인 듯하면서도 동시에 무척 반복적입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과 그 외 생활을 하는 시간을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를 써야 하는 번역 과정 자체를 제외하고라도, 책 몇 권에 해당하는 분량을 계속 자판으로 쳐야 하는 작업이 반드시 있고 대부분의 번역가들이 테니스 엘보와 건초염, 허리와 목디스크에 시달리지만, 산재보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노동력에 비해 보상이 적죠.
무엇보다 한 책에는 좋아하는 부분도 있지만, 덜 좋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작품은 끝내야 합니다. 작가와 교감이 잘 될 때도 있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많고, 안다고 믿는 것도 계속 확인해야만 합니다. 번역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 일에서는 기본값입니다. 하지만 직업이 되면 위에 말한 힘든 부분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모든 일에 적용되는 흔한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노동이라는 면에서 직업의 효용이나 적성은 이 흔한 일반성에서부터 시작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특수성은 그 위의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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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테마 에세이 삼부작찰스 부코스키 저/박현주 역 | 시공사
미국 문단의 가장 거칠고 이색적인 작가이자 전 세계 열혈 독자층을 만들어내며 전설이 된 찰스 부코스키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에세이 시리즈다. 부코스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가지 ‘고양이’ ‘글쓰기’ ‘사랑’에 대한 글들을 엮은 가장 최근의 작품집으로, 작가 부코스키의 인생과 인간 부코스키의 속내가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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