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은데, 한편으로 이 책을 조금 더 오래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재미있는 책은 페이지 수가 줄어들수록 안타까워요. ‘아, 더 읽고 싶은데.’ 하며 말이에요. 이야기 속 세계가, 그리고 그 세계를 훔쳐보는 제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분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독자들이 찾는,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루이스 새커의 동화 『웨이싸이드 학교 별난 아이들』(1978년 작)이나 주디 블룸의 청소년 소설 『포에버』(1975년 작)를 읽으면 화가 나요. 외국은 30년도 훨씬 더 전에 이런 작품이 나왔구나, 생각하면 독자로서 좀 억울하고, 작가로서는 독자들에게 아주 많이 미안해요. 아직 읽지 못한 좋은 외국 동화들을 찾아 읽으면서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우리들이 좀 더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힘들다고, 재미없다고 해요. 저도 종종 그래요. 그런데 사람의 진짜 의무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즐겁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요?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는 법』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에겐 더 즐거워질 의무가, 그리고 더 즐거워질 권리가 있어요.
명사의 추천
피그맨
폴 진델 저/정회성 역 | 비룡소
살면서 정말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겨요. 존과 로레인은 결코 피그맨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게 아니고, 그와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고, 어른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든 일은 벌어져요. 그걸 받아들이는 게 성장의 과정일 거예요. 화자의 목소리는 무척 담담하지만,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너무 씁쓸해서 슬펐어요.
클로디아의 비밀
E.L. 코닉스버그 글,그림/햇살과나무꾼 역 | 비룡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한 깜찍한 남매의 이야기예요. 클로디아는 문제아라 가출한 게 아니라, 모범생인 자신의 삶이 아주 완벽하기에 재미가 없어 집을 떠나죠. 그 과정에서 클로디아는 미켈란젤로 그림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비밀을 알게 되기 전과 후의 삶이 180도 변해요. 사람이 살아가며 갖춰야 할 건 비밀, 즉 '나만의 의미'인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숨어 지내는 이야기도 무척 흥미진진해서 실제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책으로 대리체험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려고요.
69
무라카미 류 저/양억관 역 | 작가정신
십대 때 왜 그렇게 고민이 많고 심각했는지 몰라요. 주변 사람들이, 세상이 저를 힘들게 하면 "아,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면 다들 미안해 하겠지?"하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했어요. 열여덟 살에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즐겁게 살지 않는 건 죄다."라는 작가의 말을 보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어요. 열심히 살아라, 성공해라, 남한테 피해 입히지 말고 살아라 등의 고루한 충고가 아니라, 진짜 제가 듣고 싶은 말이었거든요.
인생
위화 저/백원담 역 | 푸른숲
위화 작가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위화를 알게 되었어요. 한 남자의 비극적 인생을 다룬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 살아야겠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화 작품을 영상으로 옮기면 비극적인 이야기구나, 하고 말 거예요. 하지만 글로 읽으면 단순히 비극이라고만 할 수 없어요. 위화는 문학만이 가능한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줘요.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휘스 카위어 글/김영진 역 | 비룡소
"인생은 가끔 구역질난다." 이건 책 속에 나오는 열한 살밖에 되지 않는 폴레케의 명언이에요.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문제있는 부모 아래 살고 있는 폴레케이지만, 누구보다 즐겁고 인생에 대해 잘 알아요. 삶을 대하는 폴레케의 태도가 얼마나 멋진지 몰라요. 동화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었을 때 더 재밌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주변 친한 어른들에게 이 책을 몇 번 추천했는데, 다들 폴레케를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토이 스토리3
리 언크리치 | 브에나 비스타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3편은 정말 최고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언제까지나 어린 아이로 머무를 수 없기에 장난감들과 이별해야 할 시간이 오잖아요. 엔딩 부분에서 앤디가 장난감을 소녀에게 소개하는 장면만큼은 어른에게도 눈물을 허락해야 하는 시간이에요. 앤디와 장난감들은 아주 멋진 안녕을 해요,
김씨 표류기
대경디브이디
섬에 표류하게 된 한 남자의 생존기인데, 그 섬이 좀 많이 엉뚱한 섬인 만큼 엉뚱하고 반짝이는 에피소드가 펼쳐져요. 남자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만든 힘은 짜파게티가 아닌,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다는 '동질감'이었어요.
기쿠지로의 여름
Takeshi Kitano,Yusuke Sekiguchi
9살 걱정 많은 소년과 52살 철없는 아저씨의 여행기인데,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는 역시 최고예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이게 누구를 위한 이야기였는지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따듯해져요.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