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돈 크라이> 클리셰를 뛰어넘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는 예상 가능한 요소들이 있다. 시들지 않는 매력과 젊음을 가진 존재, 영원히 지속되는 삶, 그로 인해 비롯되는 고뇌와 슬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가 요리하는 재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혹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축복인지 저주일지 모를 ‘영원’을 얻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이 모든 요소들이 ‘뱀파이어 이야기’의 흥행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사랑 받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2010년 초연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연장 공연을 이어갔고, 지난 해 공연된 세 번째 시즌은 70% 이상의 재관람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혹이 강렬할수록 딱 그만큼의 위험을 품고 있는 법.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주는 재미나 흥미 역시 자칫하면 뻔한 클리셰로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니,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가 사랑 받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기존의 뱀파이어 이야기와 차별화되는 ‘무엇’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마마 돈 크라이>가 호평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배우들의 흡인력 강한 연기, 시간을 뛰어넘으며 펼쳐지는 스토리, 중독성 강한 음악...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마마 돈 크라이>는 ‘프로페서V가 뱀파이어로 거듭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뱀파이어의 삶을 안겨주는 드라큘라 백작이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는 하지만,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프로페서V다. 두 명의 배우가 얼마나 강하게 관객을 빨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2인극에서, 심지어 <마마 돈 크라이>는 거의 한 명의 배우에게 기대다시피 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모험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이 선택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재관람율 70%’ 기록 다시 쓸까?
프로페서V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그는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하는 철부지 천재 꼬마이면서, 아버지가 떠난 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어머니를 위로하는 속 깊은 아이다. “Mama, don’t cry. I’ll be a good boy”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면서 성장한 그는 최연소 교수, 천재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지만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쑥맥이다. 메텔을 닮은 그녀를 만난 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매력적인 남자가 되어 짝사랑을 이루고 엄마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싶어, 자신이 개발한 타임머신을 이용해 드라큘라 백작이 살았던 과거로 떠난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만나는 모든 이들을 매혹시키며 뱀파이어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인물이 프로페서V라면, 드라큘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승부한다. 프로페서V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 등장하지만, 그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한 번의 손짓, 순간의 눈빛만으로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고 “내 피가 너에게 영겁의 시간이란 고통을 줄 거야”라는 한 마디의 대사로 뱀파이어에게 주어진 숙명을 알려준다. 한 마디로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두 캐릭터가 가진 힘을 영리하게 배합함으로써 그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여기에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뱀파이어가 된 남자. 보름달이 뜨면 흡혈을 멈출 수 없는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곁에 머무를 수 있을까. 관객의 호기심을 끝을 모르고 커져간다.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맞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그 어느 때보다 ‘볼수록 새로운 재미’를 약속한다. 무려 11명의 배우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프로페서V 역에는 배우 허규, 송용진, 최재웅, 박영수, 김호영, 강영석이 캐스팅되었고, 드라큘라 백작은 배우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이 연기한다. 특히 초연부터 프로페서V를 연기해 오면서 ‘마돈크 장인’ ‘마돈크 상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배우 허규의 출연 소식은 팬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18년 동안 끈끈한 우정을 쌓아 온 배우 김재범과 최재웅의 동반 출연 역시 화제가 되고 있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캐릭터의 매력이 곧 작품의 힘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시즌은 분명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서로 다른 프로페서V와 서로 다른 드라큘라 백작, 그들이 만들어 내는 색다른 호흡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관람율 70% 이상’이라는 기록이 다시 쓰여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공연은 8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계속된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