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만 나오면 난처한 독자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사회평론에서 4년간의 준비 끝에 펴낸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이 세상 모든 지식’ 시리즈의 1,2편인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국내 미술사학계의 권위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독자들에게 강의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 8권으로 기획됐으며 1,2권이 동시 출간됐다. 1권은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을, 2권은 그리스, 로마 문명과 미술 편으로 엮었다.
지난 5월 10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시리즈를 기획한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는 “한동안 다채로운 인문학 입문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덕분에 인문학의 소비 저변이 넓어졌지만 아쉬운 면도 적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오랜 준비 끝에 나온 첫 책이다. 입문서라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윤철호 대표는 “분량이 상당하지만 하루 만에 다 읽었다는 직원들이 여럿”이라며 책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집필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방문교수로 미술사를 연구했고, 저서로는 『그림값의 비밀』, 『상인과 미술』 등이 있다. 양정무 교수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두고 “미술사학자로서의 내 정체성도 숨기지 않았다. 서양 미술사를 다루고 있지만 끊임없이 우리 미술의 역사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인문학의 꽃’ 미술사로 만나는 인류
1권이 대략 500쪽이 넘는다. 무척 방대한 책이다. 집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술은 과거를 보여주는 창이자, 미래를 이끄는 해답이다. 19세기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위대한 국가는 자서전을 세 권으로 나눠 쓴다”고 했다. 바로 행동, 글, 미술인데 그 중 미술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뜻이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통해 미술이 한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미술은 안다는 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통찰을 얻는 일이다. 이 책이 일반적인 교양서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위험할 수 있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위험한 이야기라면?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건축물로 꼽히는 파르테논은 8개의 원기둥에 삼각형 지붕이다. 꽤 단조롭게 보는 건축물인데 지금 현대에서도 끊임없이 복제되고 있다. 독일이 과학자, 예술가 등을 기리기 위해 세운 레겐스부르크의 발할라, 미국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백악관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이름 모를 웨딩홀, 대형 백화점 입구에서도 파르테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덕수궁의 석조전 또한 다르지 않다. 서양미술과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대한제국도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염원으로 그리스 건축을 표방했다. 우리도 현대 문명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언어를 쓴 지는 5천 년이 지났지만, 그림을 그린 지는 4만 년이 넘었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미술을 알아야 한다. 서양 미술의 80%가 고전 미술인데, 기원 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완성된 후 오늘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책을 위해 사회평론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미술사 강의를 했다.
두 시간씩 총 20회 강의를 진행했다. 출판사 사무실에서 편집자 3,4명이 내 강의를 들었다. 책의 편집 방향부터 원고, 구성과 정리 등을 사회평론 편집팀이 함께했다. 특히 이 책은 도판이 굉장히 혁신적이고 디자인도 과감하다. 덕분에 현장감이 살아 있는 책이 됐다. 공동 작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책이다.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책이기 때문에 구어체로 쓰여졌다. 확실히 잘 읽힌다.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읽어보면 무척 흥미롭지만 난해하다. 나는 곰브리치에게 배우기도 했지만, 그의 미술사는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반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는 술술 잘 읽힌다. 나는 완성된 책을 보자마자 흥분됐다. 이 책의 매력은 문체는 단순하지만 평이함 속에 미술사의 본질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문어체보다 구어체가 익숙한 세대 아닌가. 포맷에 관해 고민을 오래 했다.
사진 자료도 무척 방대하다.
책에 등장하는 작품 사진은 거의 다 싣고자 했다. 사진 자료가 뒤에 실리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을 보듯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한 시각 자료를 최대한 많이 실었다. 책에 등장하는 작품의 80% 정도는 내가 직접 본 작품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출간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올해 12월에 3권 ‘기독교 미술’ 편이 나올 예정이다. 내년 6월쯤에는 ‘르네상스 미술’, 이후에는 17,18,19,20세기 서양미술과 문명을 다룰 계획이다. 솔직하게 담되 사명감을 가지고 책을 쓸 계획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미술사학자의 뇌구조를 독자들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책은 무겁지만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인간을 주제로 한 미술 이야기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술사학자에게 미술 이야기를 들으면 지루하지만, 미술이 사회구조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는다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양정무 저 | 사회평론
『미술 이야기』는 일대일 강의 형식의 구어체로 구성되어 마치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그림을 찾을 필요 없이 독자의 시선의 흐름에 맞추어 배치한 도판, 소장 가치가 있는 엄선한 작품 사진과 일러스트,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적절한 질문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iuiu22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