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 포크와 개러지록의 조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명확한 멜로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해 귀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새 정제된 목소리를 통해 종착역에 다다랐음을 깨닫는다.
글ㆍ사진 이즘
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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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자켓을 다시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포크록을 했던 그 밴드가 맞는 것 같은데, 내용물이 완전히 바뀌었다. 먼저 바이올린과 통기타가 주축이었던 전작과 달리 전자기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것도 왕창 구겨서. 「29」의 후반부나 트랙들의 저변에 깔린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가 바이올린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 즈음엔 이미 완벽한 개러지 록을 감상하고 난 뒤다(물론 알렉스 황(Alex Hwang)은 멤버 모두가 같은 비중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지만).

 

다음으로 코러스 중심의 보컬은 확 줄고, 이야기하듯 가사를 읊조리던 황은 목을 힘껏 긁는다. 핀치에 몰려 잡아먹히는 듯한 「Run or hide」의 공격적인 메시지는 알렉스의 절규와 같은 보컬과 날카로운 기타리프로 생경하게 전해진다. 드럼은 거친 심장박동마냥 다급하고, 클라이맥스에서 울려대는 노이즈는 듣는 이를 패닉에 빠트린다. 

 

더 시끄러워졌다. 「Pretender」와 「Run or hide」의 멜로디 라인과 잡음 섞인 리버브는 초기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를 연상케 하고, 「Can’t come down」에선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곡의 전개에 킹스 오브 리온(Kings of Leon)의 둔탁한 질감과 적당한 ‘난잡함’을 더해 무게감을 더했다. 후자는 아마 킹스 오브 리온의 사이드 밴드를 함께한 닉 브라운(Nick Brown)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리라.

그러면 포크를 완전히 져버렸느냐, 그건 아니다. 인트로인 「(Funeral) Parade」와 「Elam」를 들어보면 포크록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더 루미니어스(The Lumineers)나 오브 몬스터즈 앤드 맨(Of Monsters And Men)의 감수성을 이어받고 있다. 특히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Winter Wind」는 차갑고도 몽환적인 켈틱 사운드를 구현하여 감정을 갈무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트랙이 끝난 후 2분 가량의 정적이 이어지고 아웃트로가 나온다는 점. 마치 어릴적 테이프의 B면을 다 듣고 끄는 것을 깜빡했다가 우연히 알게 된 보너스 트랙이 떠오르지 않는가. 진짜 마지막은 60년대 포크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Funeral (Parade) 」다.

 

확실한 한 방은 없다. 그렇다고 뇌리에서 쉽게 사라질 그런 음악도 아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명확한 멜로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해 귀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새 정제된 목소리를 통해 종착역에 다다랐음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썩 괜찮다.

 

2016/05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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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