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장면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보여준 위력을 보고,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을 것 같았던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에 대해 너무 놀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은 알파고와 함께 갑자기 확 나타난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왔고, 특정 분야에선 인간의 지력을 뛰어넘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런 것들이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뿐이다. 알파고와 이세둘 9단과의 대국 결과를 놓고 일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알파고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이제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확실하게 체감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기술 분야를 뛰어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막연하게 나마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나냐 아니냐 식의 논쟁은 지금 시점에선 진부하다.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이 할 수 없는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알파고는 시작일 뿐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도 확산기를 넘어 도입기로 들어섰다. 얼마 전 페이스북은 기업들이 자사 메신저 서비스에 사람들처럼 대화를 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일명 챗봇(chatbot)이다. 기업은 챗봇을 활용해 사람을 배치하지 않고 고객들의 각종 문의에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용자가 챗봇을 통해 비행기를 예약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호출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챗봇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기술이다. 그동안 변방에 머물다 진화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되면서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의 뒤를 잇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 모델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곳곳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변화는 사람들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구조와 사람들의 사고 체계도 뒤흔드는 대형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 식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자리 VS 인간의 존엄
고민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일자리 문제다. 인공지능이 발전한다 해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달로 없어지는 일자리를 새로운 일자리가 채우기는 현재로선 역부족이다. 이것은 인공지능 확산으로 사람의 삶이 팍팍해지고 사회적인 불안정이 커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정을 최소화하자고 '인공지능 사용 금지법'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공지능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의 진지한 고민을 주문하고 싶다. 우리도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 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또 다른 고민의 방향은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이다. 사는 게 팍팍해지기는 했지만 사람은 지금까지 만물의 영장이었다. 육체는 몰라도 생각하는 힘 하나만큼은 사람이 기계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게 통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 같은 고정관념도 흔들흔들해졌다.
이건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인간으로서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철학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알파고에 대해 놀라워하는 반응들도 상당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들이 흔들린 것과 관련 있다.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이른바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접수해 나갈 것이다. 일본에서는 까다롭기로 소난 도쿄대 입학을 겨냥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래서다. 인공지능을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바람직한 사회 구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알파고가 많은 이들 사이에서 이 같은 논의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놀라고 끝내버리기에, 인공지능이 갖는 의미는 너무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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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규(지디넷코리아 기자)
지디넷코리아 정보화부 기자. 아이뉴스24, 블로터 등에서 10여년간 IT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현재 지디넷코리아에서 최신 IT트렌드, 글로벌 이슈를 주로 다루고 있다. 예스24를 통해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IT소식들의 이면에 담긴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쉽게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