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그렇지 않음을 이해하게 하는책”
습관이 오래되면 삶 자체가 되는데, 그냥 책을 읽는 건 제 삶인 것 같습니다. 책은 제게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그렇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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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왜 즐겁냐고요?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보는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습관이 오래되면 삶 자체가 되는데, 그냥 책을 읽는 건 제 삶인 것 같습니다. 책은 제게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그렇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유 때문에 서점 직원으로까지 일한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백석 평전』『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그늘에 대하여』이고, 레베카 솔닛이나 제프 다이어의 에세이입니다. 사회, 인문 과학과 문학이 만나 벌어지는 사유들이 재미있고, 두 사람이 '어둠'이나 '그늘' 폐허'에 대해 풀어내는 화두가 흥미로워요. 둘 다 엄청난 문장가들이라 문장 자체의 매혹도 대단해요. 또 사랑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어서,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과 에바 일루즈의 책들을 읽었고요. 최근에는 '북 칼럼'과 '책 프로그램' '낭독'까지 하고 있어서 책 더미에 파묻혀 있어요.

 

 

명사의 추천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제프 다이어 저/김현우 역 | 웅진지식하우스

제목과 달리 요가 책이 아니라 '여행기'입니다. 조금 독특한 여행기인데 작가가 찾아나서는 곳은 주로 '폐허'나 '재난' 지역입니다. 작년에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이기도 한데요. 이유는, 정확히 제 내면을 반영하는 책 같아서 놀라웠어요. 굉장히 지쳐 있었던 탓에 '타인과의 단절'에 이어 '나와의 강렬한 접속'하는 경험이 절실하다는 열망이 있었거든요.

 

 

 

 

피로사회
한병철 저/김태환 역 | 문학과지성사

'나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성과주의, 긍정성을 필두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자기 착취적'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몇 년 동안 쓰겠다고 하고 못 썼던 '죄책감 없이 쉬는 법'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확신했어요.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왜 '죄책감 없이 쉬지 못하는가!'에 대한 사회과학적 고찰입니다.

 

 

 

 

에브리맨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 문학동네

필립 로스의 '노년'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책입니다. '노년은 전쟁이 아니다. 대학살이다!'라는 기념비적인 문장이 등장하는데, 늙는 몸과 늙지 않는 욕망 사이의 괴리에 대해 이렇게 시니컬하게 보여주는 책도 없습니다. 박범신의 『은교』와는 또 다른 지점의 서늘함이 있고요. 필립 로스의 또 다른 책 『전락』과 존 쿳시의 『추락』과 함께 읽으면 재미와 공포가 '10배' 급상승할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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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피로사회 #애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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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네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소설집, 다섯 권의 에세이를 써내는 동안 때때로 야근.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며,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작가 백영옥이 연간 500권이 넘는 방대한 독서를 통해 수집한 인생의 문장들 중 정수를 담은 에세이다. 매일매일 일상 곳곳에서 밑줄을 수집해,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약 대신 처방할 수 있는 문장을 쓴다. 상처의 시간을 겪은 사람들에게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같은 문장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작가의 오랜 기쁨이다. 조선일보 ‘그 작품 그 도시’, 경향신문 ‘백영옥이 만난 색다른 아저씨’, 중앙SUNDAY S매거진 ‘심야극장’, 매일경제 ‘백영옥의 패스포트’ 등의 칼럼을 연재했다. 한겨레21, 보그, 에스콰이어 등에도 책과 영화에 대한 폭넓은 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 ‘말과 글’을 연재 중이다. 교보문고 ‘백영옥의 낭독’과 MBC 표준 FM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라디오 북클럽 백영옥입니다’의 DJ로 활동했다. 현재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에서 골목을 여행하며 동네 책방을 소개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