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꿈 혹은 역사
인간이 그림을 사각형에 붙잡아 놓는 순간을 고찰한 『사각형의 역사』, 인문과 과학을 통찰하는 저자, 『김대식의 인간vs기계』, 요리책의 새 단계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등 주목할 만한 이 주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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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역사
아카세가와 겐페이 저/김난주 역 | 안그라픽스

"주윌 둘러보면/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우린 언제나 듣지/잘난 어른의 멋진 이말/'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노랫말을 흥얼거리지 않아도 주위를 둘러보면 잊고 있던 의문이나 깨닫지 못한 어떤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전위예술가이자 소설가로도 활동한 저자는 강아지의 눈에서 시작해 문명과 미술의 역사를 느슨하게 살피며, 시적인 짧은 문장과 6B 연필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인간이 사각형을 처음 발견한 순간을 좇는다. 강아지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보지만, 물건 주위는 흐릿하게 인식한다. 모네와 피사, 고흐에서 라스코와 알타미라의 동굴 벽화까지 미술의 역사가 느슨하게 지나간다. 인간이 사각형을 처음 발견한 시점을 상상하고, 다시 강아지의 눈으로 돌아온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김난주가 번역했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김대식 저 | 동아시아

저자는 전작 『김대식의 빅퀘스천』을 통해 그만의 철학적 깊이와 인문학적 시선들을 드러낸 바 있다. 막스-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뇌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뇌인지과학을 공부, 현재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입문서보다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면서도 명쾌하다. 막연했던 과학적 궁금증을 콕 집어 긁어주면서도 개인과 사회가 고민해야 할 화제를 던져준다. 전통적인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한 지능을 기계에게 구현하려 했으며,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방법과 인간의 신경세포층의 구성을 모방하여 기계에 구현하고 있다. 결국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을 이해하게 되는 시작점이다. 100년은 더 걸릴 것 같았던 인공지능 개발이 딥러닝(Deep learning)과 빅데이터(Big Data)로 10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공지능의 능력의 이해가 급해졌다. 저자는 인류가 스스로 세워놓은 기준과 다르게 살았던 삶을 반성하고 기계가 학습한 그 인간다움의 기준대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며, 가치판단의 주도권은 강인공지능이 쥐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마이너스 금리시대
임승규,문홍철 공저 | 리오북스

전 세계 경기를 움직이는 미국과 일본, 유로존 등 강대국은 이제까지 자국의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자국의 화폐를 무제한적으로 찍어냈다. 그러나 돈을 찍어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일명 '화폐전쟁'으로 불리던 양적완화로도 세계는 경기 부양은커녕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유럽 지역에 이어 아시아의 일본도 본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대만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등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지역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저자는 돈을 맡겼는데 이자를 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아직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지만 이제 곧 눈앞에 닥칠 우리의 현실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인터뷰를 근거로 전망하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 김영사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분석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총, 균, 쇠』,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다룬『문명의 붕괴』, 전통과 현대의 진정한 화해와 공존을 모색한 『어제까지의 세계』 등 50여 년간 문명의 발생, 이동, 성장과 몰락을 탐구해온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번에는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7가지로 풀어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인 문제인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라는 문제와 기후변화, 불평등, 자연자원의 남용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가며, 개인적 차원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해결 방안을 역설한다. 저자와의 Q&A를 통해 앞으로 인류를 변화시킬 요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더욱 빈번해질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을 어떻게 줄여나가야 하는지, 교육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전한다.

 

 

기발한 과학책
미첼 모피트,그레그 브라운 공저/임지원 역 | 사이언스북스

왜 항상 사진만 찍으면 못생기게 나오는 걸까? 좀비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까? ㅊ춤 잘 추는 사람이 연애도 잘할까?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궬프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저자 둘은 보다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과학'을 즐기며 배울 수 있도록 짤막한 과학 상식을 담은 영상물을 제작,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궁금한 내용이나, 한 번쯤은 호기심이 일었지만 도저히 묻지 못했던 엉뚱하고 괴상하며 기발한 질문들을 2∼3분 안에 재빠르게 손 그림을 그려 가며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영상물은 공개될 때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뜨겁게 달군 '드레스 색깔 논쟁(드레스의 줄무늬가 파란색과 흰색인지 검은색과 금색인지를 놓고 벌어진 논쟁)'을 인지 과학으로 파헤친 영상물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나와 내 고양이의 101가지 공통점
홍희선 저 | 라이스메이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명사들은 저마다 고양이를 찬양했다.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 집의 영혼"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모든 동물 중에 고양이만이 명상적 삶에 도달하였다"고 주장한 이도 있다. "일반적인 고양이라는 건 없다"는, 프랑스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의 말이야말로 고양이에 관한 가장 정확한 설명이 아닐까? 여기, 고양이에게 제대로 반한 여자가 한 명 있다. 남의 고양이를 보러 연신 고양이 카페만 들락거렸던 저자는, 코에 까만 점이 박혀 있어 '혹시나 잃어버려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고양이 차넬이를 입양하게 된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묘연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게 증명된 셈. 한 마리였던 고양이는 어느덧 두 마리가 되었고, 곁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들과의 동거는 뇌의 일부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는 게 그녀의 고백이다. 고양이와 집사의 동거 일기이자, 진솔한 기록과 유쾌한 상상,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진 에세이집이다.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저/이지연 역 | 황금가지

누가 요리책을 이 제목으로 낼 수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억만장자 청년과 여대생의 사랑을 묘사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52개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 판매 부수가 1억 부를 돌파한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의 폭발적인 성공과 파급력에 따라 수많은 아류작이 양산되는 가운데,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한 권이 있었으니, 바로 소설의 형식을 빌린 닭 전문 요리책이다. 기발한 발상에 원작을 해체하는 유머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이후 『베이컨의 50가지 그림자』, 『케일의 50가지 그림자』 등 유사한 콘셉트의 도서가 다수 출간되었으나, 아직 이 책의 아성을 뛰어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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