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학교 끝나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엄마들은 자주 버스정류장이나 골목 어귀로 마중을 나오곤 했습니다.
집에 손님이 올 때 동구 밖까지 나가는 건 우리 오랜 마중의 문화였구요.
그래서 ‘봄마중, 달마중, 볕마중’에 ‘마중물’ 같은 말들도 생겼나 봅니다.
생애 가장 잊지 못할 배웅의 하나는,
입대하는 아들을 바라다 주러 전철역까지 말없이 함께 걸었던
아버지의 배웅이었습니다.
평소 다정하거나 살갑던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뭉클했었죠.
우리가 태어날 때 설레며 기다리던 가족들은 나를 마중하고 있던 것.
어느 집 상여가 나갈 때, 동네 사람들 모두가 나와서 그 상여를 따르던 건
먼 길을 함께 배웅하던 이별의식이었죠.
삶은 마중과 배웅의 사이의 일.
그 환대와 동행의 형식 때문에, 인생이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는지 모릅니다.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리고 골목까지만, 버스정류장까지만... 그러는 마음.
마중은 기다림의 한 형식이자, 환대의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가 골목을 돌아나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거기 서 있는 것,
혼자 갈 길을 조금이라도 같이 걸어주는 것...
배웅은 그런 것이고요.
오늘도 마중 나와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여기 세계일주를 완성한 남자가 있습니다. 적도를 기준으로 횡으로 한바퀴를 도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나라'라고 불리는 모든 나라를 방문한 남자가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방문한 나라가 200개국이 넘고, 심지어 여행하는 동안 나라가 사라진 경우까지 있었다고 하죠.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바로 그 남자. 앨버트 포델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납니다. 『50년간의 세계일주』그 멀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죠.
1) 책 소개
세계일주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면 과연 세계일주의 기준은 무엇일까? 적도를 기준으로 횡으로 한바퀴를 돌면 세계일주라고 해야 할까? 북극점(혹은 남극점)에서 한 바퀴를 빙그르르 돌면 그것도 세계일주라고 해야 할까?
패기 넘치는 모험가인 앨버트 포델은 세계일주의 기준을 이 세상 모든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나라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따라온다. 인구수, 넓이? 저자는 어떤 기준도 완벽하지 않다고 보았고, UN에 가입한 193국가와 국가로 널리 인정받는 대만, 바티칸 시티, 코소보를 포함했다(실제 저자가 방문한 나라는 200국가가 넘었으나 저자가 여행하는 동안 나라가 '사라졌다'). 그래서 장장 50년에 걸쳐 이 세상에 나라로서 존재하는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이 책은 청년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노인이 된 저자 앨버트 포델이 자신의 파란만장한 여행과 모험을 특유의 유머로 담아낸 걸작이다. 오죽하면 여행가라면 누구나 알 만한 여행서인 '론리 플레닛'의 창립자가 이 책을 "몬티 파이손이 제작하고, 우디 알렌이 감독한 크로커다일 던디 같다"고 했을까? 유머와 감성 그리고 모험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뜻일 것이다.
2) 저자 : 앨버트 포델
<플레이보이>와 세 가지 아웃도어 잡지를 편집했으며 프리랜서로서 250회 넘게 글을 기고했다. 세계 횡단 기록 탐험대(Trans-World Record Expedition)의 공동 탐험 대장이었으며 50년 동안 모험 서적의 대표작이라 인정받는 『누가 길을 원하는가(Who Needs a Road?)』을 공동 집필했다. 코넬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의 국제관계 위원회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법학학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서 스키, 보드, 등산, 캠핑, 자전거, 하이킹, 양궁, 서핑, 카약,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장거리 수영, 정원 가꾸기 등을 즐기는 만능 아웃도어맨으로 살고 있다.
◆ 163-16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소설 『환상의 빛』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미야모토 테루.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그가 전하는 서간체 소설『금수』. 사랑했지만 뜻하지 않은 이유로 헤어진 두 사람이 전하는 14통의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는 미야모토 테루의 아름다운 문장이 전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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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6.03.14
누군가에게 감사인사 하시는 분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등이 굽어 불완전한 걸음을 내딛으며
저를 한참 동안 배웅 해주시던 모습을 더듬어봤네요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이면을 넘어
내면의 울림을 공감해준다는 건 중요한 일이지요
진정한 희망은 절망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 아니라
절망의 그림자가 항상 내 뒤에 따라다니고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나고,
..하루가 마감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위해 돌아옵니다
부디 아버지께서 차마 전하지 못했던
'희망'이 되어 꾸준히 걸어가십시요_()_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