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한국 서정시의 본류를 이어가는 시인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전업 시인.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써 내려간 시로 호평 받은 함민복은 인간미와 진솔함이 살아 있는 에세이로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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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예스24 작가파일).jpg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하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씨의 일일』을 펴내고, 의사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잡념」의 밀폐된 공간 속에 은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 1993년 발표한 『자본주의의 약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다.

 

2005년 10년 만에 네 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출간하여 제2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집은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시적 보고서인 셈이다. 함민복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함민복의 시는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준다. 하지만 정작 시인은 지금도 조용히 마음의 길을 닦고 있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5개월간 연재한 글에다 틈틈이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었다. 과거를 추억하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안빈낙도하는 듯하나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날 선 눈초리를 잃지 않는 글들은 온라인에서 깊은 사랑을 받았다. 『미안한 마음』은 산골짝 출신인 함민복 시인이 10여 년 세월 강화도 갯바람을 맞으며 강화 사람들과 함께 부대껴 살며 보고 느낀 바를 표제처럼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담은 이야기다. 장가를 갔으면 싶은 노모의 모정을 읽을 수 있는 글, 때론 한 잔 술을 거절하고 파스 한 장 척 붙이고 ‘이제 안 아프다’ 위안하며 쓴 글 묶음이다. 그러하기에 함민복 시인의 문학적 모태가 되고 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 밖에 시집으로 『우울 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가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함민복 작가의 대표작

 

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저 | 문학세계사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함민복의 네 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은 시인의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시적 보고서인 셈이다. 충북 충주가 고향인 그가 강화도까지 와서 10년간 삶의 둥지를 튼 것은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서"라는 낭만적인 이유도 있고, "일산에 살다가 신도시가 들어서자 문산으로 갔고, 그곳 땅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강화도로 밀려온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 원짜리 폐가에서 지내고 있는 함민복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시인은 개펄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그 힘을 조용히 체득하게 된다. 문명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시적 서정을 발견한 것이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저 | 창비 

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는 삶의 철학과,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경험에서 이끌어낸 실존론적 사유"(문혜원, 해설)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손끝에서 놀아나는 섣부른 수사나 과장 없이 정갈한 언어에 실린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목소리'로 일구어낸 시편들이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한 삶을 지향하는 함민복 시인의 사유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시인은 "감겨 제 몸을 재고 있"는 줄자(「줄자」), "살아 움직일 때보다" 더 무거운 고장 난 시계(「죽은 시계」), 녹이 슬어 버려진 저울(「앉은뱅이저울」)처럼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 주목하면서 그것들로부터 존재론적인 사유의 바탕을 얻는다. 여기서 시인은 "풍경을 지우며/풍경을 그"리고 "건물을 지워/건물이 없던 시절을 그려놓는" 안개와도 같은 시각으로 폐기된 사물에서 빛나는 사물성을 읽어내며 "보임의 세계에서 해방된"(「안개」) 사물 고유의 본성을 감지한다. 시인은 남루한 삶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운데 그 모든 장삼이사들의 끈기 어린 의지적 면모를 살며시 들춰 보여준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함민복 저 | 현대문학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간 인생길을 덤덤하게 털어놓은 글들로 많은 독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함민복의 에세이집. 가난했지만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 강화도에서 만난 역사와 사람들, 누에처럼 하얀 강아지 길상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일상 등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마주친 삶의 모습들을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필치로 그리고 있다. 수업료 못 내는 서러움을 물고기 잡으며 삭이던 어린 시절, 그 물고기를 돼지고기와 맞바꿔준 친구 아버지 이야기(「물고기」)는 눈물겨우면서도 인정스럽고, 어머니를 잃은 후 어머니 묘 앞에서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나는 내 맘만 믿고」)'다고 토로하는 절절한 사모곡은 가슴 저릿하다. 강화도에서 마주친 삶의 단상들에서도 함민복 시인 특유의 짙은 향기가 묻어난다. 개펄에서 낙지를 잡으며 '낙지 잡는 일이 우리 인생살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 하나(「낙지 잡기 패인 분석」)'도 잡아 올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전등사 가는 길에서는 '길 중에, 섬[島]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라는 생각과 마주치기도 한다.

 

 

미안한 마음

함민복 저/추덕영 그림 | 대상

산골짝 출신인 함민복 시인이 10여 년 세월 강화도 갯바람을 맞으며 강화 사람들과 함께 부대껴 살며 보고 느낀 바를 '미안한 마음'으로 담은 이야기다. 장가를 갔으면 싶은 노모의 모정을 읽을 수 있는 글, 때론 한 잔 술을 거절하고 파스 한 장 척 붙이고 '이제 안 아프다' 위안하며 쓴 글 묶음이다. 그러하기에 함민복 시인의 문학적 모태가 되고 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글에는 꾸밈이 없고 삶의 갈피갈피에 미안한 마음이 묻어 있다. 돌에게서 「아픔」을 만지기도 하고 추석 때 고향에 못 가서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시인의 「아픔」을 슬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미안한 마음』은 2006년에 처음 출간된 후 절판되었다가 5년 3개월 만인 2012년에 양장본으로 재출간됐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저 | 책이있는풍경

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는 시인이 살아온 이야기와 문학적 모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가인 김훈은 이 책을 이렇게 말했다. "그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고 있지 않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다는 원초적 조건 속에서 돋아나오는 희망과 기쁨을 말한다. 나는 이런 대목에 도달한 그의 산문 문장들을 귀하게 여긴다" 함민복의 시에서 가난과 슬픔, 고통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무자비한 삶은 어머니의 원형적이며 끝이 없는 사랑으로 극복되는데 『눈물은 왜 짠가』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찡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머니'는 이번 산문집에 실린 다른 작품들에서도 중요한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 「어머니의 의술」, 「찬밥과 어머니」, 「푸덕이는 숭어 한 지게 짊어지고」, 「느티나무」, 「가족사진」 등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인 어머니와 돌아볼수록 풋풋한 유년 시절을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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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김수영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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