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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한국 문단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

1987년 제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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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문학은 80년대의 엄숙한 지적 분위기에 대한 환멸의 표현이자, 문화 전반에 보내는 통렬한 야유로 시작되었다. 그 출발의 연장선상에서 ‘신세대’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시대, 90년대라는 터전 위에서 ‘새로운 도시 세대의 감각’, ‘젊은 작가의 불온한 상상력’이라 불리는 문학 세계를 펼쳐 놓았다.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 읽기는 장정일이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 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장정일은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장정일은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났다.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 받고 있던 그 해의 마지막 날 파리에서 자진 귀국한 장정일은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였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작가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를 발표한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7권까지 펴냈다.

 

시집으로 『길안에서 택시잡기』, 『서울에서 보낸 3주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있으며, 1987년에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보트하우스』, 『중국에서 온 편지』, 『장정일 삼국지』, 『구월의 이틀』, 희곡집 『긴 여행』, 『고르비 전당포』, 『어머니』, 『실내극』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장정일의 독서일기』(전7권), 『생각』,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전3권), 『장정일의 공부』, 『장정일의 악서총람』 등을 펴냈으며, 2016년 2월에는 43인의 작가를 인터뷰해 『장정일, 작가: 43인의 나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장정일 작가의 대표작

 

너에게 나를 보낸다
장정일 저 | 김영사

생이란, 섹스란 무엇인지를 충격적으로 펼쳐 보이는 장정일의 첫 장편소설. 동명으로 영화화되어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도 한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나', '은행원', '바지 입은 여자', 세 주인공의 인생유전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표절작가로 낙인 찍힌 주인공 '나'는 돈 때문에 포르노 소설을 써대는 작가이다. '바지 입은 여자'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자신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화려한 변신을 한 '바지 입은 여자'의 운전사 겸 가방 들어 주는 사람으로 전락하여 또 다른 삶을 맞이한다. '바지 입은 여자'는 공장의 여공이었지만 노동예술제에 시를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엘리트 민중문학 평론가 '오만과 자비'의 동거녀가 된다. '은행원'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충실한 인물이다. 그는 유리 박스 안에 갇혀 잔돈 바꿔 주는 일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결국 '나'와 '바지 입은 여자'가 버린 타자기로 작품을 써 일약 유명 소설가가 된다.

 

 

중국에서 온 편지
장정일 저 | 작가정신

억울하게 죽은 진시황의 장남 부소의 입을 통해 새롭게 그려지는 '장정일 버전'의 진시황 이야기이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한 전복적인 글쓰기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가 장정일이 역사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실제와 허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권력의 속성을 향한 야유와 조롱을 담은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특유의 글 솜씨를 유감없이 구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 속 실존인물들이다. 작가 스스로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작가는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해 진시황과 진 제국에 관한 여러 책들의 기록을 참조하고 이 수많은 기록들을 잘 정리한 후 여기에 장정일만의 새로운 말들을 첨가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아담이 눈뜰 때
장정일 저 | 김영사

신세대 소설의 신화가 된 소설.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장정일의 첫 창작집인 『아담이 눈뜰 때』는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희망과 절망, 감옥과 같은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예정된 좌절을 보여준다. 표제작 「아담이 눈뜰 때」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조숙한 영혼을 지니고 있는 19세 소년 '아담'을 내세워, 성이라는 파격적인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를 직접 체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제7일」, 「아이」, 「실크 커튼은 말한다」, 「펠리컨」, 「아버지를 찾아가는 긴 여행」 등의 작품은 세계라는 감옥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비극과 권태, 그리고 두려움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세기말'이라는 화두가 떠오른 90년대의 시작점에서 전통적인 가치와 권위가 붕괴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치 기준은 제시되지 않는 현실, 그 혼란한 과도기 속에서 기성질서에 거칠게 부딪치는 젊은 세대의 좌절과 모색의 기록이 장정일의 뜨거운 문체로 보고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장정일 저 | 범우사

장정일의 독서 비평 산문집으로, 1993년부터 2007년까지의 '독서일기'를 7권의 책으로 담았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시작하면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나의 읽기와 쓰기가 어떤 검열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권위에도 연계되지 않는 혼자만의 쾌락이 되길 원했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이 독자나 저자 누구에게도 아무런 암묵적 힘을 행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떠한 영향력도 고려하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책 읽기와 독서일기는 오히려 일반 대중의 책 읽기에 새로운 충격과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독자들은 『장정일의 독서일기』 속에서 자신이 읽어본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와 자신의 책 읽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베스트셀러류에 대한 서평의 역할까지 함으로써 독서의 편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장정일, 작가
정일 저 | 한빛비즈

세지독한 책 읽기와 쉼 없는 독서일기로 서평 문학의 새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이자 서평가인 장정일이 43인의 작가를 인터뷰해 '책-저자-독자'의 만남을 완성했다. 장정일은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 작가' 혹은 '블루칩 작가'를 발굴해 왔다. 드라마 <송곳>의 원작을 쓰고 그린 최규석, 진실의 가치를 화두로 던진 『제국의 위안부』의 박유하, 요리뿐만 아니라 글의 맛까지 낼 줄 아는 요리사 박찬일...... 모두 장정일이 좌면우고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서를 통해 만난 작가들이다. 장정일은 작가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려 애쓴다. 미처 읽지 못한 행간의 사연, 숨어 잠자던 텍스트를 사람의 숨결로 바꿔보려 한다. 장르에 구애 받지도 않는다. 모차르트와 맹자, 세종과 정조, 도스토예프스키를 두루 다룬다. 생태, 다문화, 경제, 예술, 문학 속에 담긴 작가의 지적 삶과 철학을 정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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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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