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삶을 성장시키는 해독 공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이다. 인문 교양 MD는 잘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으로 말한다. 단지 브리핑은 거들 뿐.
글ㆍ사진 김도훈(문학 MD)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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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고 싶은 MD 브리핑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매일 4~5곳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요즘 학생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축구를 하고 싶으면 운동장에 나가기만 됐지만 지금은 축구교실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다. 비단 유치원생뿐이랴. 중고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대학 졸업생도 취업을 위해 또 ‘공부’한다. 문제는 공부가 삶의 문제를 풀지 못할뿐더러 삶의 무능력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험 문제는 잘 풀지만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은 형편없는 사람 말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회학자 엄기호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공부 중독’이라고 진단한다. 공부가 삶의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식민지화하고 있고,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모순이라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공부와 삶은 분리될 수 없지만 근대 교육은 공부와 삶을 단계적으로 분리시켜 버렸다고 지적한다. ‘공부를 하고 난 뒤에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져서 공부를 하는 동안은 삶이 유예되어 버린다.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공부와 삶을 분리시키고 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삶이 더 빈약하고 허약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만든다는 점이다. ‘공부’는 배움과 익힘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전문가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있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직면하여 부딪혀보고 터득해야 할 것이 따로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익히고 터득해야 하는 영역도 매뉴얼화 해서 배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성을 사귀는 법, 상사와의 관계,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어찌 특정한 공식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으랴.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영역에서도 공부를 ‘하는doing’ 게 아니라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 명강사에게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강의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자신의 ‘앎’이 되는 것이다. 무릇 공부는 학습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일진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시하고 잘 요약 정리된 정답만을 배우고자 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구경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부 중독』은 우리 사회에서 공부가 왜곡되는 다양한 사례를 꼬집으며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묻는다. 무릇 공부란 삶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공자가 죽을 때까지 배움의 자세를 견지했던 것도 날마다 자라가는 삶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부의 블랙홀에 빠진 사회에서 공부 중독의 해독제 역시 공부다. 공부의 식민지가 된 삶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성장하는 사람을 위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 2016년 새해, 작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진짜 공부를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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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엄기호,하지현 공저 | 위고
우리 사회에서 공부는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공부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생각의 틀이 모두 공부를 중심으로 획일화된 상태다. 공부가 마치 모태 신앙과도 같은 부모는 공부에 중독된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온다.  모자라다고 느끼면 역시 공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며 책과 학원을 찾는다.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 우리 사회다. 공부라는 블랙홀이 개인의 인생을 넘어서 학교와 사회를 강력한 힘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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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리뷰 #공부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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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문학 MD)

고성방가를 즐기는 딴따라 인생.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