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star >를 구성하는 주요한 음악 스타일은 아트 록이다. 개별 곡들의 길이가 상당하고 호흡이 긴 데다 서사성도 또한 다분하다. 게다가 통상의 기준에서 약간 벗어나 난해함을 보이는 리프, 돌발과 우연의 성질로 흐름을 구성한 듯한 솔로잉과 같은 요소들로부터는 아방가르드(혹은 익스페리멘탈) 재즈, 아방가르드 팝의 컬러 또한 엿볼 수 있다. 심지어 트랙의 중후반부에서 튀어나와 이리저리 쏘다니는 도니 맥카슬린의 색소폰 연주는 앤디 매케이를 연상시켜, 앨범의 인상을 록시 뮤직의 초창기 시절이 주는 이미지와도 비슷하게 만든다. 이와 동시에, 데이비드 보위는 1970년대 중후반의 아트 록 문법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까지 동원해 음반에 세련미까지 더한다. 미니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덧댄 비트와 신시사이저 라인, 깔끔하게 쌓아올린 공간감이 과거의 형식미를 오늘날에도 충분히 어울리게끔 조정한다.
새롭다. 이번 음반을 구축하는 포맷과 사운드, 컬러를 이전의 데이비드 보위 음반들에서 본 적이 있던가. 물론 이 아티스트는 다수의 경력을 아트 록적인 기질로 칠해왔다. 그러나 그 종류가
작가의 천재성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지점들이 곡 면면에 녹아있다. 'Blackstar'에서 보이는 멜로디 테마의 다채로운 변이와 'Lazarus'의 뼈대를 만드는 점층적인 전개 방식과 같은 큰 단위의 성분들, ‘'Tis a pity she was a whore'를 장식하는 전위적인 색소폰 연주와 'Sue (or in a season of crime)', 'Girl loves me'를 뒷받침하는 분절화된 비트 등과 같은 작은 단위의 성분들이 모여 데이비드 보위의 2010년대 아트 록 행성을 멋지게 건설한다. 여유로우나 도통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모습들에서도 높은 역량이 드러난다. 긴장을 쥐락펴락하는 장치들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오지만 탄탄한 곡 진행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단순한 돌출에 지나지 않게 하며, 전체적으로 부피감을 크게 키워 음향을 운용하고 있으나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운드들을 등장시키고 끼워 맞춰 내실을 충실히 채웠다.
긴 러닝 타임에 급진적인 변칙들이 가득해 까다로운 면도 이 음반에 적잖이 존재한다. 속히 말하는 킬링 트랙의 조건에서 대다수의 곡은 상당히 벗어나 있다. 그러나 캐치한 면이 아예 없는 것 또한 아니다. 'Blackstar'를 지나 ''Tis a pity she was a whore'로 넘어갈 무렵 등장하는 경쾌한 리듬, 'Sue (or in a season of crime)'의 개시를 알리는 로킹한 기타 리프, 데이비드 보위의 깊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Blackstar'와 'Dollar days', 'I can't give everything away' 등에서의 유려한 멜로디를 난해하다는 앨범의 감상만으로 가릴 수는 없다. 개개의 곡들도 충분히 소구력을 발휘한다.
영생하는 것이라 믿어야겠다. 데이비드 보위의 영롱한 창작력은 반짝임을 그칠 줄 모른다. 3년 전,
2016/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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