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뉴에이지 곡들의 어법이 놀라울 만큼 통일적이다. 아르페지오 음형, 중음역대를 맴도는 멜로디,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과정. 특히 피아노 솔로라면 투명한 음색 설정까지 더해져 그 일관된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은 오히려 열심히 분석할수록 더 우스워진다. 애초에 단순함만을 음악적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성현의 앨범 또한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익숙한 화성 패턴과 익숙한 음형은 그저 4분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에 그쳤다. 그렇다고 기가 막힌 모티브가 존재하는가 하면, 수많은 표제에 비해 기억에 남는 한 마디가 없다.
아쉬운 앨범에서도 희망적인 순간을 몇 군데 꼽아보자면, 먼저 첫 곡 'Good Morning'의 도입부가 있다. 공명을 삭제하지 않고 음이 덩어리지도록 놓아둔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Empty'의 오스티나토 음형과 그 아래로 레이어를 쌓아가는 시도 역시 좋았다. G단조라는 조성적 제약을 걸고 즉흥성을 살린 'Gm'도 귀여웠다. 다만 이런 귀여운 시도들을 끝까지 밀고 가는 끈기가 부족했다.
성현의 장점은 스스로 기능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고, 청취를 위한 음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Good morning'부터 'Good night'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이를 증명해준다. 다만 투박함을 다듬어줄 방법에 대해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2016/01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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