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을 주는 그림의 힘
좋은 사람은 자꾸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은 늘 그리운 것처럼 좋은 그림은 계속 생각난다. 좋은 그림은 우리에게 영감을 끌어다 준다. 나만의 의지와 나만의 감성대로 그림을 보는 것은 나를 더 능동적으로 살게 해주었다. 시시때때로 뒤통수치는 일들로 괴로운 우리의 인생에 힘들 때마다 그림에 기대고, 명화라고 생각하는 작품 두서너 점쯤은 비상약처럼 지니고 살자.
글 : 이소영(빅쏘)
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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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이유 없이 슬픈 날이 있다. 서른쯤 되고 나니 슬픔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헛헛해서다. 큰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닌데 괜히 슬퍼지는 것은 외로워서다. 그런 날에는 흘러내리는 그림을 본다. 강물이 흘러내리든가, 물감이 흘러내리든가, 눈물이 흘러내리든가, 상처가 흘러내리든가, 무엇이든 흘려보내야 하는 날,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내서 남은 것이 없어야 개운해진다.
 

바젤 강변의비.jpg
바젤 강변의 비Naberezhnaya Rei v Bazele v Dozhd’
알렉산드르 브누아 | 1896 | 종이에 과슈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없는 섭리처럼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다 고비를 맞이한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소나기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갑자기 생길 고비에 대비하여 철저하게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이 세찬 비를 만난 것과 같이 당황한다. 인생의 난관이라는 것은 소나기처럼 늘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어린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
-노희경, <그들만의 세상>중에서


그렇다. 인생은 앞통수가 아니라 늘 뒤통수 맞는 일인 것처럼 오늘도 누군가는 갑자기 찾아온 난관에 혼란스러울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 묵묵히 비를 맞듯이 고비를 맞고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했다.


‘비는 한 사람의 머리 위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나만 힘들다 억울해하지 말자.’


모두가 다 같이 비를 맞는다. 나에게 우산이 없는 날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우산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러니 ‘나만 힘든 것이 아니려니……’ 하고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출근길.jpg
출근길 Pered rabotoi
이고르 알렉산드로비치 포포브 | 1966


나에게 그림을 보는 것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위이다. 열린 마음으로 그림을 본다면 우리는 그 안에 화가가 남긴, 혹은 화가 자신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으나 후세 사람들이 발견하는 또 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위대한 그림이라고 해도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낙서보다 의미가 없다. 또 평범한 그림도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배울점을 찾아내게 된다.


좋은 사람은 자꾸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은 늘 그리운 것처럼 좋은 그림은 계속 생각난다. 좋은 그림은 우리에게 영감을 끌어다 준다. 나만의 의지와 나만의 감성대로 그림을 보는 것은 나를 더 능동적으로 살게 해주었다. 시시때때로 뒤통수치는 일들로 괴로운 우리의 인생에 힘들 때마다 그림에 기대고, 명화라고 생각하는 작품 두서너 점쯤은 비상약처럼 지니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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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위로다 #그림의힘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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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자

2015.11.20

그렇군요.
요즘 [내년을 위한 비]-오랄 때는 별로 오지 않더니-가 내려서 겨울을 재촉하는데, 위의 그림이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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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빅쏘)

수많은 구독자에게 명화와 글을 배달하는 아트메신저. 지은 책으로 《출근길 명화 한 점》《엄마로 태어나는 시간》《그림은 위로다》가 있고, 메트로 신문에 미술 칼럼을 쓰고 있다. 자유롭게 출근하며 아낀 에너지를 모아 네이버 포스트에 ‘빅쏘’라는 필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미술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