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는 짧고, ‘로코’는 길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로망을 잃지 마라. 우리의 인생은 사랑을 주제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다. 어떤 드라마를 쓸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글ㆍ사진 김진애(건축가)
2015.09.02
작게
크게

“사랑이 또 온다고 해줘!” 작가 노희경이 펼치는 사랑 변주곡의 서막을 알렸던 드라마 「거짓말」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 배종옥이 남자와 헤어진 후 토했던 이 절규였다. 자동차에 기대 이 말을 내뱉은 후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펑펑 울던 배종옥이 참 좋았다.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그래, 그렇게 보내는 거야. 그래, 그렇게 아픈 거야. 그래, 사랑은 또 와!”

 

사랑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꼭 다시 또 온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 허무한 이야기, 상처 깊은 이야기, 추악한 이야기, 배신의 이야기를 수없이 마주쳤지만 여전히 이렇게 믿는다. 어떠한 아픈 체험을 했든 사랑에 불감(不感)이 되지는 않으면 좋겠다. 지리멸렬하게 보이던 삶에 찬란한 빛을 비춰주는 것이 사랑이다. 지루하던 삶에 갑자기 리듬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삶에 소중한 그 무엇을 되살리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평범해 보이던 삶에 비범한 순간을 자아내는 것이 사랑이다. 쓸쓸한 삶에 따뜻한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다. 초라하기만 했던 나를 환히 빛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다만, 사랑은 일사불란하지 않다. 사랑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랑은 변화한다. 사랑은 진화한다. 사랑은 자란다.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괴롭다. 사랑은 고통스럽다. 사랑을 기다리는 자체가 사랑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이 사랑이라는 것에 연연할까? 답은 하나, 우리 숨이 끊어질 때까지다. 물론 이때의 사랑이란 꼭 남녀 간의 사랑만은 아니고 사람 본연의 사랑하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다 포함하는 것이지만,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기대가 과연 사라질까?

 

인생을 한 번밖에 못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만약 여러 가지 인생을 한 인생에 버무려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그 여러 인생이란 여러 종류의 직업이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여러 지역에서 살아보는 삶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지만 핵심이라면 역시 어떤 사랑을 하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일 것이다. 한 사람과 오래 사랑을 이어가는 삶이 될 수도 있고, 여러 사랑들을 넘나들며 사는 삶일 수도 있고, 한 번도 뜨겁게 사랑하지 못하는 삶이 될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랑에 열정적으로 빠지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어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는 이야기인가? 센티멘털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드라마인가? 슬프고도 아픈 사랑을 담은 이야기인가? 아니면 설레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인가? 어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해도 상관없다. 실상 사랑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다 담고 있다.

 

다만 ‘멜로’는 짧고 ‘로코’는 길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나 웃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웃음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이 사랑의 긴장감이다. 평범한 일상에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사랑의 에너지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떠한 운명과 어떠한 우여곡절을 담은 사랑을 겪었던 간에, 우리가 다시 돌아와 삶을 살아가는 시간은 일상의 시간이고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은 일상의 공간이다. 일상의 시간과 일상의 공간에서 일상의 남자와 여자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는 역량을 기르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그에게 그녀가 있어, 그녀에게 그가 있어 그들의 사랑은 가득 차 있을 것이고, 그들의 사랑을 위해서 그와 그녀는 힘겹게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러하듯이,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듯이 말이다. 사랑을 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사랑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사랑을 도와줘라. 사랑하기를 도와줘라. 사랑에 대한 로망을 잊지 마라. 지금 이 순간, 사랑에 대한 로망을 불러 일으켜줘라.

 

ed-연재-7회_비누방울.jpg

사랑은 끝나지 않는 주제이고, 사랑하기란 끝나지 않을 과제다.  

어떤 드라마를 쓸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관련 기사]

- 사랑, 그 이상의 남녀관계

-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법 배우기

- 분리된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사랑

- 180일 동안의 사랑을 담다

- 사랑,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사랑 #김진애 #관계 #사랑에 독해져라
0의 댓글
Writer Avatar

김진애(건축가)

남자들이 강한 분야에서 우뚝 선 도시건축가. 냉철하게 일하는 프로, 진취적인 전방위 활동가, 뜨거운 공부 예찬가로 통한다. ‘공부’와 ‘일’에 대한 뜨거운 철학과 명쾌한 단련법을 전하며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던 『왜 공부하는가』와 『한 번은 독해져라』에 이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사랑’에 대한 화두를 던진 책, 『사랑에 독해져라』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