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저자 강연회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마이크임팩트에서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글ㆍ사진 이수현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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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회에서는 광고회사 TBWA의 카피라이터인 저자 김민철이 기록한 모든 요일들에 대한 이야기와 카피라이터로 생활하고 있는 에피소드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책에서 다룬 그녀의 '스승'들에 대해 다양한 영상자료를 토대로 보여주며 독자들의 이해를 높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분야의 스승에 대해 김민철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이번 강연은, 작가의 지난 여행의 기록도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여행의 기록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표정은 마치 소녀처럼 설렘이 가득했다. 여행 중 인상 깊게 보았다고 한 어떤 여자의 무덤 묘비명을 읊어주던 작가는 그 날의 감정이 떠오르는 듯 아련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여기 두 번 축복받은 한 여자가 누워있다. 그 여자는 행복했고, 그리고 그것을 알았다.'
 
이번 강연에는 김민철 작가처럼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지망생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상 속 카피라이터의 모습과 실제 카피라이터의 삶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현실의 카피라이터는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강연이라기보다는 마치 인생 선배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번 강연회에는 유독 많은, 그리고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글은 주로 어떻게 쓰고 있나?


개인 홈페이지를 갖고 있어, 그곳에 글을 기록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제외하면 글을 쓸땐 주로 손 글씨를 애용하며, 카피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요일의 기록』 서문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손 글씨로 썼고, 이렇게 서문을 쓰고 나니 그 다음부턴 잘 써졌다.
 
TBWA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원래 취직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 4학년이 되자, 취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는데 무려 50군데였다. 하지만 다 떨어지고 TBWA는 마지막에 붙은 곳이다.
 
지금까지 쓴 카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카피는?


'진심이 짓는다' (대림 e편한세상) 처음부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정말 단순하게 썼다. 인터뷰를 하다보니 '진심'이란 키워드가 들어왔고, 건축회사이다보니 '짓는다'를 붙인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의미가 덧붙여지고 나니, 대단한 것이 되었다. 이렇게 처음엔 별 게 아니지만 무언가가 되고 나면 의미는 그때부터 덧붙여지는 것 같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50군데 이력서를 넣고 다 떨어지고는 거의 마지막쯤 제과회사 영업사원 면접을 봤다. 최종 면접 질문이 '동네 슈퍼에 갔는데, 냉장고에 우리 회사 아이스크림이 제일 아래 깔려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순간 든 생각 '내가 알 게 뭐야'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면접이 끝난 후 받은 면접비 3만원으로 막내이모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박웅현 작가와 같은 팀에서 일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웅현 작가의 강연에서도 김민철 작가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 박웅현 작가는 오늘 강연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하셨는지?


워낙 서로 무뚝뚝한 사이라, 낯간지럽게 응원을 해주거나 그러진 않는다. 편하게 이야기하고 오라는 정도로만 하셨다.
 
요즘 SNS 같은 것을 보면 나만 빼고 다 잘사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작가님은 이런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SNS상에서 나만 소외되는 느낌, 나도 그렇다. 나 빼고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나 빼고 다 친한 것 같고. 생각해보면 내 SNS만 봐도 상당히 이상적이다. 현실은 화장도 안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SNS에는 유럽여행 사진을 올리고 있고. 나도 SNS에 올릴 때 즐거운 모습들 같은 편집된 인생을 올리는데, 남들도 같지 않을까. SNS에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처음 에디터에게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 못 쓴다고 했다. 평소 내가 쓰는 스타일과는 달라, 못 쓸 것만 같았으니까. 나는 원래 문장이 길고 무거운 만연체인데, 힘을 빼고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안 쓰려고 했는데, 에디터가 일기를 쓰듯 일상을 기록하는 거라고 이야기해서 쓰는 건 부담스럽지만 기록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이 책은 김민철 작가와 남편의 서재 중 누구의 서재에 꽂혀 있나?


아직 서재에 꽂히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에 대해 제대로 소화가 안 된 것 같다. 책이 내 책이 맞는 건가, 아직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꽂히게 된다면 남편의 서재에 꽂히지 않을까 싶다.


강연 내내 김민철 작가는 자신만의 '보석'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신만의 '스승'과 '보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나만의 프레임으로 자신만의 보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파한 김민철 작가. 그녀는 보석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라며 싱그럽게 웃어 보였다. 자신만의 보석을 잔뜩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김민철 작가의 모습에서 백 마디 말보다 더 귀한 보석 같은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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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저 | 북라이프
스스로에 대해 “같은 구절을 수백 번 읽어도 고스란히 잊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과장이 아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쓴 카피 한 줄도 못 외우는 카피라이터”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 모든 악조건을 성실함,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실한 ‘기록’으로 극복해냈다. 살아남기 위해 회의 시간에 작성한 회의록을 바탕으로 2011년, 《우리 회의나 할까?》라는 책에서 TBWA KOREA의 지난한 회의실 풍경을 밀도 있게 그려냈던 저자는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배경을 자신의 ‘일상’으로 이동해 10년차 카피라이터가 아이디어의 씨앗을 키워나가는 과정들을 꼼꼼하게 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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