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사운드와 근사한 멜로디, 리온 브릿지스 < Coming Home >
좋은 재구성은 결코 모자라지 않은 수준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획득하기도 한다. 리온 브릿지스의 데뷔 음반이 그 예다.
글ㆍ사진 이즘
20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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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리온 브릿지스의 데뷔 앨범은 분명 좋은 작품이다. 포근하게 음반을 여는 첫 곡 「Coming home」에서 출발해 조심스레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곡 「River」에 이르는 동안 앨범은 좀처럼 이렇다 할 결점을 노출하지 않는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은근한 그루브, 1960년대 산 빈티지 사운드 메이킹으로 장식한 소울, 리듬 앤 블루스, 두왑, 로큰롤 넘버들은 이목을 충분하게 잡아당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몰고 가는 리온 브릿지스의 보컬도 매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텍사스에서 등장한 이 청년은 멋진 재능으로 50여 년 전의 문법을 가져와 2015년에 안착시킨다. 가까이로는 복고풍의 사운드를 적극 사용했던 < The Way I See It > 무렵의 라파엘 사딕을 떠올릴 수 있으며 멀리 나가보면 샘 쿡이나 초창기의 마빈 게이도 함께 만나볼 수 있을 테다.

 

음반의 큰 강점은 1960년대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의 형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갔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소울의 전형을 띈 「Coming home」과 「Better man」, 경쾌한 리듬 앤 블루스 「Smooth sailin'」, 「Flowers」, 루즈하게 떨어지는 「Lisa Sawyer」 등 어느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얹어놔도 좋게 들린다. 잘 만들어진 1960년대의 작법이 2010년대에도 높은 소구를 자랑하지 말란 법 있을까. 음반은 훌륭한 플레이리스트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의 장점이 발생하는 곳에서 동시에 단점이 일어난다는 부분에 있다. 뚜렷한 컬러를 갖고 있는 기존의 방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바로 삼으며 아티스트는 자신의 앨범을 기존의 여러 음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물로 만들었다 < Coming Home >의 감상과 동시에 샘 쿡, 마빈 게이에 대한 구미를 함께 당기게 하는 효과는 작품 내 주인공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장해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상이한 감상이 도출될 테다. 가볍게 다가간다면 괜찮은 올드 팝 음반으로도 보이고 무겁게 고민한다면 레트로 식 접근으로부터 기인하는 위험을 내포한 음반으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음반의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첫머리에서의 관점을 기해보면, 조금은 너그럽게도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1960년대의 색채를 가져와 아티스트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잘 구축했다는 과정에도 어느 정도 의미가 따를 만하며 이를 기반으로 근사한 멜로디와 멋들어진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결과에도 나름의 호평이 붙을 만하다. < Coming Home >에는 맹목적인 시뮬라시옹이 아닌 주체적인 재구성이 자리한다. 원류의 아우라가 크기에 작품의 가치가 다소 떨어져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좋은 재구성은 결코 모자라지 않은 수준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획득하기도 한다. 리온 브릿지스의 데뷔 음반이 그 예다.

 

2015/07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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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