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행위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혹시 ‘글’의 어원을 아십니까?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리움'에도 '긁다'의 흔적이 숨어 있습니다. 종이에 긁어 새기는 건 글이고, 마음에 긁어 새기는 건 그리움이라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좋은 글은 머리뿐 아니라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긴 여운을 남깁니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습니다. 때로는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 줍니다.
글쓰기는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낱말을 매만지고 결합하다 보면, 머릿속에 사용하지 않던 스위치 하나가 ‘딸각’ 하고 들어옵니다. ‘아무 일 없는 일상’이 얼마나 특별한지, '하찮음이 주는 소중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헤아리게 됩니다. 깨달음을 얻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지나친 욕심에서 나온다
문제는 두려움입니다. 글쓰기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면서 여백을 채워나가는 여정(旅程)입니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막상 스탠드를 켜고 책상에 앉으면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고 힘이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까요? 용기로 바꿀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의 근원부터 알아야 합니다. 두려움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다름 아닌 과욕(過慾)입니다. 두려움의 배후에는 욕심이 있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더 깊은 글을 쓰기 위해 애쓰기보다 무조건 '남'보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순간, 마음속에 '두려움의 싹'이 틉니다.
두려움은 조급증을 낳습니다. 바른길을 놔두고 계속 지름길만 찾게 됩니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려 노력하지 않고 우연과 요행만 바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두려움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습니다. 욕심과 두려움을 덜어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글쓰기 비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고요?
특별한 ‘비법’이 없음을 깨달을 때 평범한 ‘방법’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문장과 표현은 보통 사람의 노력으로 탄생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요 기업인과 정치인은 그들에게 연설문 작성을 의뢰합니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살린 건 대국민 연설이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도 연설문 작성자의 손을 거쳤습니다.
스피치 라이터의 명문장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감동을 전합니다. 그들이 타고난 글쟁이라서 그런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위대한 작가는 몰입과 노력 끝에 탄생합니다. 훌륭한 문장과 표현은 천재 작가의 재능이 아닌 보통 사람의 노력으로 태어납니다.
때로는 가장 바른길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전 이 책을 펼쳐든 당신이 바르고 옳은 ‘글쓰기 길’에 들어서도록 돕고자 합니다. 간결한 문장을 쓰기 위한 원칙, 글의 얼개를 짜는 데 유용한 원리, 글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법과 자세 등 여러 실천 방안을 귀띔해 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조언을 남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길이 옳은 길”이라며 억지로 손을 끌어당길 의도도 없습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분이 있다면 '글쓰기 첫걸음'을 내딛도록 손을 잡아주고,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글쓰기 주법(走法)'을 배우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두려움의 농도가 옅어진다
용기를 낸다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게 아니라 묽게 희석(稀釋)하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려움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머리와 가슴을 채울 뿐이죠. 약간의 용기로 두려움의 농도를 연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글쓰기 감각과 능력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까지 구태여 전속력으로 내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숨을 고르고 낯선 곳을 향해 차분히 발을 옮기면 그뿐입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습니다.
안 가본 길에 들어선다고 해서 흔들릴 이유도 없습니다. 낯선 길로 들어서야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그제야 비로소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를 덮은 뒤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당신만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여전히 꽤 많은 것이 가능합니다.
만물이 생장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을 지난 어느 날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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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이기주 저 | 말글터
컴퓨터 커서가 깜빡이는 흰 공간만 보면 덜컥 겁부터 나거나 글쓰기 실력이 정체된 것 같다면 당장 이 책을 펼쳐보자. 백지 앞에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이들을 위해 스피치 라이터(연설문 작성자) 출신 작가가 따뜻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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