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숙소 정하느라 인터넷 검색으로 밤 새 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을 있을 테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여행지에서라도 느끼고 싶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사는 집은 그냥 그렇다. 특히 전월세로 사는 세입자는 사정이 더 심한데, 굳이 내 집이 아닌데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보면 어떨까. 제대로 꾸민 집이 생기면, 굳이 멀리 여행 갈 필요가 없다. 밤샘 검색과 숙소 항공권 예약을 위한 무한 클릭도 안녕.
이런 이유는 아니지만, 칼슘두유로 유명한 블로거이자 M본부 편성PD로 활동 중인 윤소연 저자는 집을 뜯어고쳤다. 준비 기간 100일, 실제 공사 2주. 처음 그녀가 생각한 리모델링 비용은 평당 100만 원.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받으면서 그녀는 좌절했다. 예상 비용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그렇게 그녀는 책 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리모델링 개척기’를 쓰기로 한다.
스스로 디자이너가 되기로 선택한 윤 PD는 한정된 비용으로 원하는 집을 만들기 위해 읽고 보고, 또 보고 읽고 생각하며 기록했다. 그렇게 셀프 리모델링을 꿈꾸는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는 책, 『인테리어 원 북 Interior One Book』이 나왔다.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덴마크 코펜하겐의 잘 단정된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온 상암살롱”이라 표현한 그 집의 탄생비화를 들어보자.
맡기면 편해요 하지만 비싸죠
책을 내야겠다 해서 글을 쓴 건 아니었어요. 집 리모델링을 하려고 인테리어 책, 잡지를 정말 많이 봤어요. 그런데 책에도 잡지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설명이 없어요. 답답했죠. 집을 고치는 데 정보가 너무 없으니, 블로그에 남겨 놓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결혼 준비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그때도 제가 찾은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뒀거든요. 그러다가 회사가 바쁘니까 블로그를 잠시 쉬었는데요. 리모델링 준비하면서 블로그에 몇 편 썼더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중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을 펴내는 디자인하우스 제의가 왔을 때 솔깃했죠. 출판사와 저의 셀프 리모델링이 딱 맞잖아요. 고민할 여지 없이 책을 내기로 결심했어요.
이왕 책으로 만들기로 했으니, 책에 당위성을 불어주고 싶었어요. 『인테리어 원 북』이 희망을 전하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처럼 10년 넘게 집 없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분도 언젠가는 예쁜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 말이죠. 3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집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큰 결심을 했고, 결심을 한 저변에는 12년 동안 추레한 집에 살면서 설움을 당한 경험이 있었어요. 저처럼 예쁜 집을 가지고 싶은 분이 있다면, 몇 년 정도는 원하는 집을 마음에 품고 그려봤으면 좋겠어요.
셀프 리모델링이라 하면, 직접 드릴로 벽 뚫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인테리어 원 북』에서 말하는 셀프 리모델링의 작업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셀프 인테리어는 대개 DIY를 뜻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셀프 리모델링은 그런 개념은 아니에요. 미대나 공대를 나오거나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우지 않는 한 자기 손으로 모든 인테리어를 손 볼 수는 없거든요. 저도 몇 번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좀 쉬워 보이는 페인트칠마저도 예쁘게 안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될 바에는 전문가 손을 빌리되, 총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게 말하면 직영 공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디자이너 역할과 기술자 섭외를 제가 하는 거죠. 책에 노하우를 모두 소개했어요.
그냥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면 편하지 않나요.
편하죠. 하지만 비용 문제가 있어요. 인테리어 업체에 처음부터 끝까지 맡기면 디자이너 노력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수수료가 천차만별이고 때에 따라서는 높게 책정되기도 하거든요. 비용적으로 여유로운 분이라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잖아요. 저도 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요.
우리가 생각한 예산은 3,000만 원이었습니다. 잡지에 나오는 유명 업체에 연락해보니 기본으로 평당 200만 원이고, 어떤 곳은 300만 원까지 불러요. 남편 친구 중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있어서 물어봤어요. 책에도 등장하는 D선배에게 물어보니 3,000만 원으로는 절대로 원하는 모양이 안 나온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어요. 친한 오빠마저도 이렇게 이야기하다니, 꼭 해야겠다 싶었죠. 다 끝내고 나서 D선배가 왔는데, 정말 잘했지만 우연일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친구도 4명이나 이 방식으로 고쳤어요. 블로그 이웃 중에도 예쁘게 바꿨다고 알려 주시고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신혼 부부는 다른 문제도 있잖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어차피 집도 아이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그 말을 백 번도 넘게 들었죠. 집 팔 때도 도움 안 되고, 아이 태어나면 아이 위주로 다시 바꿔야 한다는 말이죠. 결론은 하지 말라는 건데요. 아직 아기가 없지만 아이도 여기에 맞게 키우면 되지 않을까요? 바닥이 타일이라서, 형광등이 없어서 불편할 거라 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전혀 문제 없어요. 어쩌면 아이가 지금 모습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요. 아이 때문에 고치기를 망설인다면, 평생 못 고쳐요. 아이 다 키우고 독립시키면 그때는 집 줄여야 하는데, 그런 핑계로 안 고치겠죠.
오로라 보러 떠난 북유럽에서 인테리어 영감 얻어
리모델링을 결심한 건 자취생활이 길었던 영향도 있었다고요.
네, 맞아요. 어쩌면 부모님 집에서 계속 자랐다면 집을 향한 간절함, 절실함이 덜했을지도 모르죠.저는 스무살부터 하숙방에서 시작해 주거 불안을 겪었어요. 이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취업한 뒤에도 이어졌고요. 절망적이었던 게 입사해서 돈을 벌어도, 사는 집은 똑같아요. 남의 집은 꾸며도 한계가 있거든요. 이럴 바에야 한 번에 뜯어 고치자 해서 집도 빚내서 사고, 고쳤어요.
인테리어 방법론도 좋았지만 북유럽으로 떠난 에피소드가 재밌었습니다. 북유럽으로는 왜 떠나신 거예요.
인테리어 견적에 좌절하던 중에 오로라가 보고 싶었어요. 오로라 볼 수 있는 곳이 아이슬란드,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있는데,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곳이 아이슬란드였어요. 아이슬란드로 가기 위해서는 직항이 없고 코펜하겐에서 갈아 타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연하게 코펜하겐에서 3일을 보냈죠. 인테리어 영감도 많이 얻었고요.
북유럽 스타일에서 영감 받아서 집을 꾸미셨는데요. 북유럽 스타일을 묘사해주신다면.
알록달록한 색감, 패턴이라고 생각하며 갔는데 한국에서 봤던 스타일이 그곳에서는 없어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북유럽 스타일은 현지에서는 아기를 위한 디자인이더라고요. 진짜 북유럽 스타일은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살기에 최적화된 모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멋스럽고 비싼 느낌이 아니라, 살기에 편하게 맞춰진 스타일. 살아보니까요 정말 편했죠.
현지에 가면 꼭 하는 게 두 가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현지 음식 먹기와 꽃 사기. 음식 먹는 건 이해 가는데, 꽃 사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꽃은 꼭 안 사도 되잖아요. 사도 집에 가져갈 수 없고요. 거기에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투자하겠다는 행위니까, 꽃을 사는 순간 로맨틱해져요.
리모델링 하는 데 14일이 걸렸잖아요. 직장인들은 14일이라는 숫자를 들으면 좀 막막해집니다. 한국에서 휴가를 2주일이나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책에도 썼지만 친정 어머니가 현장을 보셨어요. 저는 출근 전, 퇴근 후에 가서 보고 반장님과도 계속 통화하거나 메일을 주고 받았어요. 토론도 정말 많이 했죠. 그렇게 해서 가능했어요. 그런데 굳이 사람이 없어도 다 돌아가긴 할 거예요. 그분들은 어차피 다 프로잖아요. 집을 의도적으로 망치는 사람은 없어요. 믿고 맡기면 알아서 다 작업을 해 주시죠.
작업하는 분들 간식, 밥값 챙기는 그런 세심한 배려심도 인상적이었어요. 꼭 안 해도 되지만, 하면 더 좋은 이런 팁도 리모델링할 때 중요한 듯합니다.
예능 PD 때 경험인데요. 촬영 나가면 스텝이 30~40명이 되어요. 이분들을 다 챙겨야 하는데, 잘 챙기지 못하면 결과물이 안 좋아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당연하죠. PD에게는 스텝이 배고프면 밥 챙겨야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거든요. 집 고치는 일도 비슷하죠.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그분들이 기분 좋게 해야 잘 지어주시겠죠. 저는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먹을 거 사다 드렸는데, 그분들 하신 말씀이 90퍼센트 집주인들은 지시만 한대요.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하고 가버리면 기분 나빠서 대충 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고 해요.
결혼 준비하면서 신혼집, 식장 정하는 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인테리어 할 때도 중요도가 큰 게 있을 듯합니다. 두 가지 정도 꼽아주신다면?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게 좋은 기술자를 찾는 거예요. 두 번째는 목공사. 좋은 목수 팀장님을 만나면 나머지는 거의 다 해결됩니다. 팀장님이 허브이기에 중간에서 스케줄 잡아주시고 페인트, 마감 이런 것도 다 챙겨주시거든요. 목수 팀장님이 중간에서 아무 일도 안 해 주시면 정말 답이 없어요. 목공사는 견적도 천차만별인데, 저는 처음에 받은 곳이 1,400만 원이었고 두 번째는 800만 원 그리고 마지막이 400만 원이었어요. 이렇게 비용도 차이가 많이 나요. 독자와 대화 겸 인테리어 클래스를 4월 25일에 하기로 했는데, 그때 저와 그 목수 팀장님이 함께하기로 했어요. 궁금한 분은 오세요. (웃음)
편한 마음은 집에서 생긴다
어쨌든 그런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실행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셨는데요.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남편이 가장 좋아했죠. 당시 남편은 <무한도전> 촬영으로 집에 거의 못 들어왔어요. 한 게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책에 실은 얼굴의 초상권 비용을 내놓으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죠. (웃음) 남편이 아무 것도 안 도와줘서 결과적으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요. 집 고칠 때 부부끼리 엄청 싸울 수도 있거든요. 의견 절충하느라 시간 다 보내기도 하는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고마웠죠.
추천서를 써 주신 김태호 PD님이 책을 보고 무한도전에서도 프로젝트를 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만약 한다면 누가 우승할까요?
그 녀석이 있었다면 그 녀석이 하지 않을까요. 지금 멤버라면 유재석 님?
주변 친구에게도 추천해서 4명이 했는데 지금 주거 생활은 만족하시나요?
하우스푸어가 됐지만 집에 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편해요. 집값 떨어져도 계속 살면 되지, 이런 느낌이고요. 삶이 변했죠. 남편도 변했고, 저도 변했어요. 중요도가 보통 의에서 식, 그리고 주로 간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집을 가지니까, 그냥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대출하면, 다른 부분에서 돈을 아끼게 되니 강제 저축 효과도 있어요.
리모델링, 결혼 준비를 보면 PD님의 정보 수집 능력에 놀랐습니다. PD님은 어떤 성격인가요.
원래 집요한 성격이에요. 하나에 꽂히면 이룰 때까지 달리죠. 이 책도 원래 훨씬 두꺼웠어요. 직업병이기도 한 듯해요. 제가 하는 일이 프로그램을 보고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왜 재미있는지 왜 재미없는지 분석해서 보고서 쓰는 업무이거든요. 제 블로그도 보면 보고서 느낌도 나죠. 주변 사람은 변태 같다고도 하는데, 그런 평가를 들으니까 재밌더라고요. (웃음) 제 블로그를 보면, 포스팅 수가 적어요. 3년 동안 쓴 게 60개도 안 되는데요. 하나 쓸 때마다 2~3일씩 걸립니다. 성격상 내용 없는 포스팅은 안 올려요. 올릴 때도 두 세 번씩 검토하죠. 책도 많이 읽어요. 지금도 남편과 함께 책 많이 사고 읽는데요. 둘 다 소설을 좋아해요.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나오면 매년 살 정도이고요. 조예가 깊진 않지만 순수문학 좋아해요.
PD가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잖아요. 방송을 꿈꾸는 청춘에게 한 말씀.
PD라는 직업은 만족도가 높아요. 안정적인 조직 안에서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PD는 추천해 드리고 싶죠. 어떻게 해야 PD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다른 삶을 살아보라고, 남들 하지 않는 일을 해 보라고 하는데요. 연애를 많이 하라고 조언해줘요. 연애만큼 새로운 사람을 경험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꼭 PD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을 탐구하고 관찰하고, 새로운 상황에 자신을 던져서 경험해보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없는 듯해요. 그래서 집도 고쳐봤고요. 항상 호기심 갖고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다음 책 계획은?
『인테리어 투 북』을 써 보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못해요. 이 책은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이유가, 열정을 갖고 집을 고친 진짜 경험을 쓴 덕택인데요. 또 인테리어 책을 쓴다면 진짜 경험이 아닐 거예요. 책을 쓰기 위해 집을 또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지금은 제가 꽂힌 게 없어서 책 쓸 계획은 없어요. 혹시 모르죠. 베이비 원 북을 쓸지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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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원 북윤소연 저 | 디자인하우스
리모델링, 인테리어, 스타일링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고쳐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안내서이다. 인테리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걸러 낸 가장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철거에서 목공사, 페인트, 타일, 조명, 스타일링까지 14일간의 일정과 예산이 빽빽하고 섬세하게 짜여진 이 책은 한 권으로 끝내는 인테리어 완전정복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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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서유당
201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