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리더는 결핍의 순간에 필요한 존재
비즈니스’ 와 ‘인문학’의 조합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경영자들이 인문학 강의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들이 인문학 안에서 찾고자 하는 해답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인문학』 안에 실마리가 숨어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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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결핍의 순간에 필요한 존재다

 

지난 10일 열린 『비즈니스 인문학』의 출간 기념 강연회에서 저자 조승연은 ‘비즈니스’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다. ‘돈을 벌기 위한 활동 혹은 큰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만이 비즈니스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미 『이야기 인문학』을 통해 일상 언어 속에서 발견한 인문학에 대해 들려준 바 있는 저자는 비즈니스라는 단어의 어원(busy)에 주목했다. 바쁘게 일하는 모든 활동이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모든 비즈니스의 공통점은 ‘여러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이는 것이 비즈니스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이라는 의미다.

 

현재 ‘오리진보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조승연 저자는 뉴욕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서양사와 어학, 미술사 등을 공부했다. 경영학과 인문학을 두루 섭렵한 후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문학, 철학을 공부하며 해 왔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어떤 탁월한 경제학이나 경영학적 지식보다 비즈니스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중략)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방법을 알아야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 간의 도움과 교류가 많이 필요한 비즈니스일수록 항상 ‘사람’이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가 아니던가. (『비즈니스 인문학』 6쪽)

 

『비즈니스 인문학』에서 저자는 인문학을 통해 비즈니스를 가르쳐온 여러 나라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역사와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조직력, 리더십, 창의성, 기업윤리, 경쟁력, 고객관리, 자기관리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강연회에서도 이어졌다. 첫 번째로 주목할 만한 이야기는 ‘리더의 자격’에 대한 것이었다.

 

“리더는 결핍이 있을 때,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존재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리더라는 단어는 위기(crisis)라는 단어와 관계가 깊은데, 이 단어는 원래 교차로(crossroad)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이끄는 사람이 리더라는 의미죠. 그래서 서양 인문학이 리더십에 대해 가르쳐 주는 첫 번째는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는 절대로 나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것을 해결하면서 얻은 영광을 가지고 조용히 비켜 서 있으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서양 인문학이 리더에게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지혜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등장하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삶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의 침입으로부터 그리스를 지켜낸 영웅이다. 그러나 플루타르크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가 어떻게 영웅의 반열에 올랐는가’가 아니라 ‘그는 어떻게 영웅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졌는가’하는 것이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 이후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에서 의원으로 당선되었지만, 자만과 허영에 빠져 점차 인심을 잃게 됐다. 애국심과 선견지명을 갖춘 인물이었으나 덕망은 높지 않았던 그는 급기야는 아테네에서 추방당하기에 이른다.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나지 않음으로써 몰락한 것이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플루타르크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국민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나라에 위기가 닥친 상황이 아니면 의원직을 거절했습니다. 자신의 저서에서 ‘영원히 리더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 나설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지만, 위기 상황이 끝나면 시골에 돌아가서 조용하게 모범적인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키케로는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조용해지자마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로마 역사책에 굉장히 훌륭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테미스토클레스가 했던 실수를 키케로는 하지 않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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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패배하는 방법이다


또한 조승연 저자는 유럽에서 전해지고 있는 ‘파라곤 정신’을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파라곤은 대장장이가 쓰는 숫돌의 의미하는 말이다. 숫돌에 갈지 않는 칼은 녹슬게 되듯, 경쟁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것이 파라곤 정신의 핵심인 것이다. 저자는 피렌체의 조각가였던 도나텔로와 브루넬레스키, 그리고 기베르티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파라곤 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도나텔로와 브루넬레스키는 친구였지만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거침없는 경쟁을 펼쳤다. 그 경쟁을 통해 브루넬레스키는 스스로의 재능에 한계를 깨닫기도 했지만,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승자의 위치를 차지했던 도나텔로 역시 패배의 쓴맛을 봐야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베르티와 만나게 된 것이다. 이 만남을 계기로 도나텔로는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고,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로마로 유학을 떠난다. 기베르티 역시 도나텔로에게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보았다. 그것은 기하학적 지식이었다. 이후 그는 기하학 공부를 시작해 작품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문명들이 싸우는 것을 기피합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페어플레이를 통해서 싸우는 것을 권장해 왔습니다. 유럽이 암흑기에서 벗어나서 르네상스를 이루고 전 세계에 문명을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죠. 파라곤 정신은 ‘상대편이 이겼다는 걸 인정할 때 나의 칼이 갈아진다’는 걸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죠.”


『비즈니스 인문학』 강연회에서 ‘서양에서 인문학을 통해 비즈니스를 가르쳐 온 사례들’을 설명한 조승연 저자.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은 물론 인간관계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다른 인문학을 향유해 오면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인문학 콘텐츠를 통해 간극을 좁혀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가 『비즈니스 인문학』과 그 강연을 통해서 서양의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독자들이 『비즈니스 인문학』을 통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저마다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내가 추구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리더로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비즈니스 인문학』이 제시하는 인물들의 삶과 역사적 사건들은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순한 비즈니스의 기술만은 아니다. 경쟁과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 올바른 선택의 의미에 대한 가르침도 빼놓을 수 없다.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들을 두루 맛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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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의 핵심 화두인 ‘조직력’ ‘리더십’ ‘창의성’ ‘기업윤리’ ‘경쟁력’ ‘고객관리’ ‘자기관리’를 인류 역사 속 전쟁, 예술, 문화, 경영 이야기와 함께 풀었다.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모차르트의 창의적 파워의 본질, 탄탄한 군대를 휘하에 두었던 히틀러의 조직 전술, 남성 우월주의자이면서도 특유의 유머로 여성들의 마음을 녹인 처칠의 처세술, 왕으로서 별다른 자질이 없었음에도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리더 루이 15세 이야기까지, ≪비즈니스 인문학≫에서는 딱딱하기만 하던 두 분야 ‘비즈니스’와 ‘인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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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비즈니스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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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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