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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좋아요’(페이스북)는 강박이 됐다. 영혼에서 우러나오기보다 습관적으로 누르고, 관성적으로 클릭한다. 남의 인정을 갈구하고 손쉽게 인정욕구를 채우고자 한다. ‘좋아요’를 눌러달라는 메일을 받을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좋아요 피로’라고 붙여야 할까.
트라우마는 누구나 쉽게 내세우는 원인이자 이유가 됐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 트라우마였다. 누구나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트라우마에 자신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 ‘트라우마 피로’ 역시 따른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없다”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내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 타자에 대한 공헌이다”고 말하는 심리서가 최근 한국 출판 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이라는 부제를 달고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47쪽) 면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난 3월 11일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 강연회 등을 거쳐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미움받을 용기』 저자와 함께하는 아들러 심리학 카페’를 열었다.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놀란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는 감사를 표하며 독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다음은 ‘지금, 여기’에 충실했던 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으로의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라고 말해주는 거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자네라고 말일세.”(67~68쪽)
열 살 아들을 키우는데, 어제 친구와 다투고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미움받을 용기』도 읽었고, 머리로는 충분히 알겠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다 좋아할 수는 없다고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기시미 이치로 :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너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모두가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진 마라, 너를 싫어하지 않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너를 싫어하지 않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렴, 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면 좋겠다. 아이들의 교우 관계는 아이들의 문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도 부모 입장에선 힘이 돼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라. 아이도 엄마나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아무 말 없다면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이가 교우관계로 인해 상처받고 침체돼 있을 때, “힘들겠구나” 하는 부모의 말을 들어야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지켜봐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한국에서 『미움받을 용기』가 많이 팔릴지 예상했나? 그리고 지금 한일 관계가 냉랭하다. 책에선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고 얘기하나, 지금 한일 관계의 원인은 과거에 있는데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극복 가능할까?
고가 후미타케 : 많은 사람들에게 아들러 심리학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아들러 심리학이 알려짐으로써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선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 책을 일본 독자에게 전달할 취지로 썼지만 어느 나라건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그 부분에서 울림이나 반응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기시미 이치로 : 정치적인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양국 간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먼저 생각해볼 것은 양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호적인 관계로 가고 싶은지, 적대적 관계로 갈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아들러 사상은 100년을 앞선 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런 주장의 근거에는 공동체가 있다.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는 이미 존재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국가가 아니다. 현재?과거?미래의 모든 세대에 걸친 커다란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 공동체에는 생물뿐 아니라 무생물도 포함된다. 아들러가 말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넘어선 커다란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양국 사이에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동체의 최소 단위는 나와 당신이다.
“두 사람이 있으면 거기서 사회가 형성되고 공동체가 탄생하네.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을 이해하려면 우선은 ‘나와 너’를 기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아.(중략) 자기에 대한 집착(self interest)을 타인에 대한 관심(social interest)으로 바꾸는 것일세.”(208쪽)
집안에서 둘째인데 위아래로는 공부도 잘했고 대기업에 다니나 나는 그렇지 못하다.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가 후미타케 : 나는 프리랜서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직업군을 가진 자식이지(웃음). 그렇지만 부모에게 최대의 행복은 자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스스로가 먼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좋겠다.
기시미 이치로 : 내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아버지가 내게 전화를 하셨다. 아버지는 이전에 당신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할 때만 내게 전화를 해서는 힘없고 기운 빠진 목소리로 아프다고 하셨다(웃음). 그런데 내가 아프다고 하니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를 하시더라. 아버지는 (아들이 아프니) 내가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지. 나중에 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다. 여동생과 아버지는 사이가 좋았지만, 나와 아버지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여동생의 존재는 잊어버리셨다. 그런데 나는 기억을 하신 거다. 물어봤더니 치매는 갑자기 안개가 걷히듯 밝아지는 때가 있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내가 여쭈셨다. 너 결혼했냐.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질문했다. 네가 결혼을 안 했으면 내가 걱정돼서 못 죽어. 그때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막막했다. 결혼했다고 말하면 돌아가실까봐. 최대의 효도는 최대의 불효다(웃음).
“자네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네. 나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154쪽)
손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데, 이 책을 잃고 용기를 얻었다.
기시미 이치로 : 사람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용기가 꺾이기도 한다. 어떤 이유로든 나는 이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수밖에 없다. 용기가 필요하다. 프랑스어로 용기는 꾸하쥬(Courage)인데, 관사가 붙는다. 약간의 용기. 작은 용기로 모든 것을 다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점차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큰 용기가 아니라 아주 작은 용기가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과제를 앞에 두고 망설이는 것은 그 사람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야. 능력이 있든 없든 ‘과제에 맞설 용기를 잃은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견해지. 그러면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는 것이겠지.”(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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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굉장히 명쾌하더라. 트라우마는 없다, 인정욕구는 버려라, 미움 받아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지만 괄호 안에 숨겨진 말이 있는 것 같더라. 트라우마가 있고, 과거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의 일생이 좌지우지되지는 않는다. 그 다음에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 아들러의 말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을 풀어서 해석해준다면?
고가 후미타케 : 아들러가 트라우마와 관련해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트라우마는 어쩌면 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나의 삶을 결정할 사람은 나라고 아들러는 말하고 있다. 나는 아들러 심리학을 설명할 때 자동차 운전에 주로 비유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만 바라보는 삶은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면서 사는 건 내비게이션의 작은 지점만 보는 삶과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앞에 펼쳐진 길을 보고 내 의지대로 운전대를 잡고 가는 것이다.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즉 트라우마-으로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36~37쪽)
기시미 이치로 : 3월 11일에 한국에 왔었다. 그날 4년 전, 일본 동북부대지진이 있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아니다. 가족을 잃었다고 슬퍼하고 절망하기만 하는 모습을 돌아가신 분들이 봤다면 그분들이 좋아했을까.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1차 세계대전 때 아들러는 군의였다. 전쟁의 참화를 눈으로 목격했다. 살인이 자행되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안이하고 쉽게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실연을 당해서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남자나 여자가 무섭다고 쉽게 말하기도 한다. 트라우마라는 표현을 자제하자는 것이 나의 작은 제안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죽은 사람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마이크가 고장 난 것과 같다.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마이크는 영원히 오프 상태가 됐다. 우리가 지각적으로는 돌아가신 분을 인식할 순 없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일상에서 어느 순간 돌아가신 분을 떠올리는 순간이 있는데, 지각되진 않지만 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때 이런 말을 했었지, 순간순간 이랬었지, 하고 떠올린다. 그리고 내가 젊었을 때 아버지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런 의미로 말씀을 하셨지 하고 깨닫게 된다. 그것이 돌아가신 분들이 할 수 있는 공헌이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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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공저/전경아 역/김정운 감수
그런데 우리는 모두 변화를 원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삶,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 지금보다 더 성공적인 삶. 하지만 우리는 쉽게 핑계를 대고, 쉽게 포기한다. 철학자는 말한다.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당신,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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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세스
2015.03.18
마음에 와 닿는 문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