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늘 길 위에서 펼쳐지기에
비록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블랙홀은 시간 여행과 에너지 보존의 비밀, 다른 우주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ㆍ사진 밥장
201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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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태운 우주선이 블랙홀에 접근하고 있다면, 당신은 블랙홀이 처음 생성되던 수십 억 년 전에 블랙홀의 중력에 붙잡혀서 그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블랙홀이 거쳐온 모든 역사가 당신의 눈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 미치오 카쿠 『평행우주』(박병철 옮김, 김영사, 2006)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블랙홀을 영화 「인터스텔라」 덕분에 아이맥스로 ‘볼’ 수 있었습니다. 블랙홀은 거대한 중력으로 빛 알갱이까지 삼켜버립니다. (영화 속 우주인들은 블랙홀을 ‘가르강튀아’라고 부릅니다. 프랑수아 라블레의 풍자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늘 출출한 대식가를 비유하는 데 곧잘 쓰입니다.) 소나기가 오면 비가 내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선이 생기듯 블랙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을 넘는 순간 ‘호로록~’ 완벽하게 검은 무의세계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선 바로 앞에서는 몹시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만약 충분히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바라본다면 수많은 별과 별빛이 빨려 들어가기 전 모습으로 한꺼번에 보일 겁니다. 그래서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즉 사건의 경계선인 블랙홀 바로 앞은 마치 금식을 앞두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미친 듯이 노는 카니발처럼 늘 황홀하게 반짝거립니다.


비록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블랙홀은 시간 여행과 에너지 보존의 비밀, 다른 우주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죽음이 떠오릅니다. 삶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지만 그 뒤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매혹적입니다. 흔히 숨이 넘어갈 때면 지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합니다. 주마등이 아마 인생 버전의 이벤트 호라이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죽음 너머에 블랙홀처럼 천문학자들이 상상하는 화이트홀이나 평행우주가 있다면 다행입니다. 어쨌든 한 번 더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 만약 아무것도 없더라도 ‘아님 말고’, 실컷 놀았으니 됐습니다. 뭐가 있든 없든 살아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축제뿐입니다. 그리고 축제는 늘 길 위에서 펼쳐집니다. 떠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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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밥장 저 | 앨리스
여행으로 삶을 촉촉하게’를 기치로 여행에 필요한 아홉 단어를 중심으로 밥장 식 여행을 풀어간 책이다. 밥장이 여행에서 늘 강조하는 것은 기록이다. 그는 보기보다 담기, 찍기보다 쓰기 그리기를 권한다. 사소한 것도 내 느낌을 간직하고 기록하다 보면 여행 작가 태원준의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리는 순간”도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고 “카페의 냅킨 하나로도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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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장 #떠나는 이유 #eBook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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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맛소나기

2015.01.29

축제는 늘 길 위에서 펼쳐집니다.. 참 멋진 말이네요~
길에서 만난 풍경, 사람들 모두 내 인생을 축제처럼 만들어주는거겠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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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20

보기보다 담기, 찍기보다 쓰기 그리기를 권하시는 밥장님의 여행기 기대됩니다. 뭐가 있든 없든 살아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축제뿐이라는 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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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2015.01.19

떠남에 여러 이유가 있겠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거리에서의 대화가 독서욕을 자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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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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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장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뒤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그림에 빠졌다. 이제는 자판을 두드리던 손으로 펜을 잡고,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나는 보이는 걸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걸 그린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가슴에 담고 작업하며, 마티스의 색감과 인생을 좋아한다. 책을 통해 영감을 얻는 그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과 블로그와 책을 통해서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2006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발 2006' BMW MINI 부스에서 BMW MINI Cooper 전체 랩핑 및 전시, 코오롱,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과 공동으로 캠페인 티셔츠 제작, IT전문지 '경영과 컴퓨터' 30주년 기념호 표지 일러스트, 광고대행사 JW United 웹사이트 및 브로셔 일러스트, 『비정규아티스트의 홀로그림』개인전 및 출간을 하였다. 그리고 아트디렉팅 및 특별전 '한글, 꽃을 피우다' 초청 작가로 활동하였다. 2007년에는 KTF Show와 LG전자의 2008년 캘린더 일러스트,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 '검은 땅의 소녀와' 포스터 일러스트, 코오롱 스포츠 패션쇼 초대장 일러스트, 코오롱 옴므 밥장라인 출시, 코오롱 JOY KOLON 오픈 기념 일러스트, 갤럽코리아, 신년 연하장 일러스트, 길벗 출판사, 『시나공』 TOEIC, TOEFL 영어 시리즈 일러스트, '비정규아티스트의 두 번째 이야기 - 핫'을 출간하였다. '서울 디자인 위크 2007' 신진 디자이너 초청전, '개화의 꿈' 개인 초대전을 하기도 하였다. 2008년에는 의류브랜드 엠볼리에서, 2008년 F/W 밥장라인 출시, 조선일보, '밥장의 상상디자인' 매주 연재, 『호란의 다카포』에서 그림을 그렸다. 안양시 프로젝트, '만안구 공공디자인' 일러스트,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일러스트 및 저작권 기부, KB카드 CF '가슴에서 꺼내라' 이효리편 일러스트, LG 사이언 뷰티폰 출시 기념 일러스트, 디자인 전문지 '디자인 정글', 창간 1주년 기념 표지 일러스트를 그렸다. 전시회는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개관 기념 개인전, 청담동‘tell me about it’, 무빙매거진‘마담피가로’'LOVE'전, '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8' 전시, '아트피버' 단체전을 하였고, 제1회 '아트피버' 올해의 아트피버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09년 상상마당 오프라인 매거진 'brut' 그래픽 노블 연재(3월), Coach, Bazaar와 함께 아티스트 기부 전시 프로젝트 참여,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 백화점 및 아이스링크 벽화 제작,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제작, T-money 아티스트 교통카드 시리즈, 밥장카드 출시, 국립현대미술관 2009년도 캘린더 제작, '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9' 전시 등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많은 책에 일러스트를 그렸으며, 저서로는 『비정규아티스트의 홀로그림』, 『HOT』, 『그림, 그려보아요』『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가 있다. 최근에는 ‘펜 들고 떠나는 세계여행’을 꿈꾸며 네팔, 호주, 남수단, 뉴칼레도니아, 스페인, 그리스, 뉴욕을 다녀왔으며 곧 에스토니아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