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1차 대전이 발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1차 대전이 최근에 와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 100년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1차 대전 직전의 국제 상황에 비견할 만큼 세계 정치상의 세력 판도에 큰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이 책에서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집필 과정에서는 줄곧 염두에 두었다.
나의 주된 관심은 역사사회학적 맥락에서의 1차 대전의 이해에 있었다. 앞선 작업에서 나는 서양의 근대식 국민국가체제는 기본적으로 서양식 다국체제에서 일상화된 전쟁을 바탕으로 확립 및 완성되었다는 점을 말하였다. 1500년을 전후해서 시작된 서양의 이러한 역사, 즉 다국체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쟁이 ‘정상적’ 또는 ‘일상적’ 정치 과정의 일부가 되고 그 전쟁을 통해 국민국가의 국내체제와 국민국가체제로 불리는 국제체제가 완성되어가던 역사는 1차 대전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1차 대전을 통해 권력조직으로서 국민국가의 능력이 그 대안적 형태인 제국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전쟁사의 맥락에서 볼 때 1차 대전은 총력전의 시초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초의 총력전으로서 1차 대전이 학술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선 그것이 가져온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결과 때문이다.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비상 상황에 직면하여 생존을 위해 생각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수단들이 총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당시까지의 모든 권위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 질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제안되었고 일부는 현실화했다.
1차 대전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세 방향에서 이루어져왔다. 하나는 방금 언급한 결과의 측면에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직접적 원인으로서 전쟁 수행 노력의 구체적 과정에 대한 연구이다. 마지막으로 왜 그러한 엄청난 사건이 터지게 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것들을 간단히 결과, 과정, 원인(또는 기원)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문제가 다 흥미로울 뿐 아니라 1차 대전의 종합적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이며 또한 각각 방대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 책에서는 이 세 문제 가운데 기원(또는 배경)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머지 둘의 문제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기원의 문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 문제를 다룬 책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었다면 중복 작업을 하지 않고 총력전의 측면을 바로 다루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그리고 놀랍게도 이 중요한 문제는 우리 학계에서 외면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학이나 서양사학에서도 이 주제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나는 전쟁 발발의 기원과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였고 이제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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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의 기원박상섭 저 | 아카넷
이 책에서 저자는 대전의 기원이 되는 국제관계와 각국의 정치 사정을 두 개의 축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있으며, ‘왜 1차 대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사라예보 사건 직후에 전개된 열국 간의 치열한 외교전도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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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박상섭 교수는 대학에서 오랜 기간 국제정치사상과 역사사회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유럽 근대사에서 국가의 형성과 관련한 전쟁의 역할을 연구하여 책으로 펴낸 바 있으며(『근대국가와 전쟁』),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우리말로 옮겼다.
앙ㅋ
2015.01.17
rkem
2015.01.17
yundleie
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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