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팝 앨범
거대한 파도로 밀고 들어온 작품도 있었고 조용히 파문을 일으킨 작품도 있었다.
글ㆍ사진 이즘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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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도로 밀고 들어온 작품도 있었고 조용히 파문을 일으킨 작품도 있었다. 안정감 있게 정도를 택한 앨범도 보였으며 과격함이 실린 실험 가득한 앨범도 보였다. 핫 샷 데뷔를 알린 신인도 존재한 반면 명성에 맞는 활약을 펼친 거물도 또한 존재했다. 늘 그래왔듯 올해도 다양한 작품이 한 해를 빛냈다. 올해의 팝 앨범 10선. 순서는 아티스트 알파벳순으로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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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Beck) - Morning Phase

 

이번 앨범에는 포크와 컨트리가 있다. 밥 딜런과 닐 영 식의 접근에 다분한 사이키델릭 컬러, 핑크 플로이드의 느낌을 약간 가미해 각양각색으로 짜 맞췄다. 목가적인 선율에 공간감이 깃든 「Morning」과 「Heart is a drum」, 「Blue moon」을 시작으로 포크, 컨트리의 전형으로 접근한 「Blackbird chain」, 「Country town」, 앨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Waking light」에 이르기까지 놓칠 수 없는 순간이 가득하다. 고요하게 파급력 없이 등장했으나 올해의 음반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늘 그래왔듯 벡 한센의 실험은 성공으로 귀결된다.

 

 

2014/12 이수호(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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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Beyonce) - Beyonce

 

수록곡보다 비디오가 많은 비주얼 앨범을, 홍보 없이 어느 날 내놓았어도 비욘세는 비욘세였다. 대중을 놓치지 않았다. 본인의 철학을 어필하면서 퍼포먼스로 밀리지 않는다. 굳건하다. 퀸 비(Queen B)는 괜히 붙은 별명이 아니다.

새로운 형식의 앨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비교를 거부하는 무대가 논외여도, 앨범은 음악 자체로 뛰어나다. 트랩, 디스코, 슬로우 잼 등 다양한 스타일에 각각 어울리는 노래한다. 곡마다 느껴지는 오리지널리티도 짙다. 카리스마 있는 디바, 딸아이의 엄마,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 결국 앨범 제목, 비욘세다. 다채로우면서 유기적인데, 결정적으로 깊다. 동시대 여가수들 중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올해, 그에게 치명적이었던 엘리베이터 사건도 소름 돋는 가사로 승화시켰다.

 

2014/12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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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키스(The Black Keys) - Turn Blue

블랙 키스는 < Turn Blue >로 또다시 스펙트럼을 확대한다. 이번엔 공간계 사운드의 노브를 잔뜩 올려놓은 몽환적 싸이키델리아의 정수다. 방향을 돌려 기존과 다른 노선을 택했지만, 이번에도 훌륭하게 해냈다. 개러지 블루스에 천착했던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라피 모두를 빠짐없이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로큰롤 듀오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2014/12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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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컨즈 오브 썸머(5 Seconds of summer) - 5 Seconds Of Summer

꽃미남 록밴드임을 내세워 10대 팬들로 흥행을 보장하려는 선입견을 갖게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팝 펑크(Punk)의 생동감이 살아있다. 무더운 여름 국내 CF를 통해 이 앨범이 주목 받은 것도 '5초 여름' 소년들이 뿜어내는 열정적인 긍정성 덕분이었다. 「She looks so perfect」, 「Good girls」 모두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 위에 보컬과 기타가 사뿐하게 얹어진 양질의 곡이다. 호주 신인 틴에이저 록밴드 5 세컨즈 오브 서머의 빌보드 정복기는 그린 데이가 「Basket case」 이후 펑크 밴드의 정점에 올랐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2014/12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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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KA 트윅스(FKA Twigs) - LP1

 

아예 안 들을수는 있어도, 한 번만 들을 수는 없다. 아직도 낯선 이름이지만 유혹의 수에 빨려들어가는 순간 끝장이다. 농밀하고도 치밀하게, 나풀대다가도 치명적이게 접근하는 FKA트윅스의 음악은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끈적거리는 늪과 같다. 몽환적인 PBR&B, 앰비언트, 아방가르드, 어떤 단어로도 환언하기 어렵지만 팝 음악에 자신의 이름을 깊게 새겨놓았다.

 

페미니스트들은 열광했고, 남성들은 숨을 죽였다. 2014년 한 해도 사랑과 섹스를 주제로 한 노래는 차고 넘쳤지만 짜릿한 흥분을 가져온 앨범은 < LP1 > 뿐이었다.

 

 

 

2014/12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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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Jack White) - Lazaretto

개러지 블루스를 예술의 반열로 올려놓았던 사내가 돌아왔다. 특유의 완력과 로 파이의 사운드, 중독성 있는 리프, 날카롭게 내뱉는 보컬이 록 신 최고 아이콘의 귀환을 알린다. 잭 화이트의 작법이 그대로 묻어나는 「Three women」과 「Lazaretto」, 아티스트가 적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원천, 컨트리의 모습이 보이는 「Temporary ground」, 「Entitlement」, 자신감 넘치는 인스트루멘틀 「High ball stepper」 등에 달하는 하이라이트들을 집중해서 들어보자. 가감 없이 드러난 아티스트의 역량이 작품을 다시금 베스트의 대열에 자리하게 한다.

 

 

 

2014/12 이수호(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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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 G I R L

장담하건데 적어도 수천, 수만의 뮤지션이 오로지 '여성'을 계기로 음악을 시작했을 것이다. 여성에 대한 호기심, 감탄, 사랑, 존경.. 수십 년 동안 다뤄진 이 주제는 퍼렐의 관점을 통해 다르게 주목받았다. 마치 본능인양 줄기차게 보여준 새로운 것, 남다른 것 대신 안정감을 택했다. 덜 긴박하지만 그만큼 여유롭다. 퍼렐이 재차 나열한 소울, 펑크(Funk), 디스코로 많은 사람들이 몸을 흔들고 웃었다. < G I R L > 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이상으로 솔로 커리어를 빛낸 한 점이다.

 

2014/12 조아름 (curtzz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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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블러드(Royal Blood) - Royal Blood

록 씬의 지속적인 성장은 결국 이런 음악을 잉태해냈다. 베이스와 드럼이라는 생소한 조합은 사운드에 대한 실험과 실력으로 투박한 개러지의 질감을 200% 재현한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와 칼끝을 목 밑까지 들이대는 보컬은 밴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이를 널리 공표하는 데에도 성공한다.

 

베이스라는 악기의 한계를 거의 극복하는 듯한 「Ten tonne skeleton」의 높고 예리한 사운드와 「Figure it out」의 사정없이 치닫는 곡 구성에서 본인들의 명함을 제대로 내밀었다. 곡 사이사이 베이스 솔로 파트를 찾아듣는 것은 또 다른 백미를 자랑한다. 반복과 복제가 만연하고 거물밴드의 자기 우상화가 실패로 귀결하는 지금 이 순간에 더욱 빛나는 2014년의 록.

 

2014/12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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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더 쥴스(Run The Jewels) - Run The Jewels 2

올해, 힙합 앨범들이 약했던 것은 명백하다. 수작이 몇 있었지만, 작년엔 에미넴, 제이 지, 카니예 웨스트, 드레이크가 있었다. 몰렸었다. 랩 스타들의 컴백으로 치열했던 2013년, 올해의 힙합 앨범 중엔 런 더 쥴스도 있었다.

 

1년 만에 더 강렬한 색으로 돌아왔다. 트랩 비트에 비어있는 플로우, 또는 디제이 머스타드의 사운드가 시류였던 올해, 그들은 독자적인 길을 갔다. 하드코어 트랙에 타이트하게 뱉었다. 번갈아가며 쉴 틈 없이 쫓아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나하나 강력하지만 귀가 피로하지 않다. 엘피(El-P)와 킬러 마이크(Killer Mike)가 구성한 범죄 앨범, < 보석 들고 튀어라! 2 >는 치밀하다.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쫄깃하고, 이미 3편도 작업 중이다.

 

2014/12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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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Sia) - 1000 Forms Of Fears

광기 어린 소녀의 춤사위, 금발 뱅 머리...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늘어간다는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데뷔. 그동안 무명 아닌 무명으로 좌절의 쓴잔을 연거푸 들이킨 그가 드디어 축배를 들었다. 「Chandelier」의 성공은 그의 과거까지 재조명한다. 호주 출신의 여성싱어송라이터로 대중보다는 뮤지션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았다. 비욘세, 리한나, 케이티 페리 등 슈퍼스타에게 곡을 제공했으며 플로 라이다, 데이비드 게타의 노래에 피쳐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의식이 강하고 내공 충만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계승하면서 현시대의 트랜드를 꿰뚫어보는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다. 독창적인 보이스와 힙한 사운드에 명료한 멜로디를 더해 남다른 매력을 배로 발산한다. 더구나 지난해 은퇴를 발표해 인터뷰와 콘서트를 지양함으로서 온갖 추측과 해석, 그리고 신비감까지 남긴다. 때가 조금 늦긴 했지만 그의 성공은 많은 아티스트에게 희망과 가능성으로 새겨질 것이다.

 

2014/12 김반야 (10_ban@naver.com)

 

 


2014/12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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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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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15

꽃미남 록밴드임을 내세워 10대 팬들로 흥행을 보장하려는 선입견을 갖게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팝 펑크(Punk)의 생동감이 살아있다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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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