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인기 드라마 <셜록>의 시즌 4는 내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16년에나 방영되지만, 한국의 인기 뮤지컬 <셜록홈즈>는 시즌 1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2011년 초연 당시 탄탄한 구성과 재미로, 무대에서도 셜록홈즈라는 스타 캐릭터와 미스터리 추리라는 장르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한 뮤지컬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이 11월 13일부터 2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예정이거든요. 급변하는 무대 환경에 걸맞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기저기 손을 본 것은 자명한 이치.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있으니, 바로 셜록홈즈 역에 송용진, 김도현과 함께 배우 안재모 씨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압구정의 연습실 인근 카페에서 안재모 씨를 만나봤습니다.
“아주 ‘생’신인이죠(웃음). 사실 뮤지컬을 무척 좋아해요.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해오다 보니까, 오랜 기간 연습을 해서 무대에 오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사실 처음 셜록 역에 안재모 씨라는 얘기를 듣고 안재욱 씨로 착각했습니다. 그만큼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안재모 씨는 낯선 배우인데요. 물론 지난해 부산에서 초연된 뮤지컬 <친구>에 참여하긴 했지만, 데뷔 20년이 가까운 이 시점에 무대를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친구>를 하면서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자체 검증을 끝낸 건가요(웃음)?
“부산에서 평은 나쁘지 않았거든요(웃음). 그 동안 뮤지컬은 몇 편 얘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연은 NG가 없으니까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할 거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사실 무대에 마지막으로 섰던 게 고등학교(안양예고) 3학년 때였어요. 고교시절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27살까지는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공연은 꿈도 못 꿨죠. 그런데 <친구>는 일정상 연습기간이 충분했고,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때 작품을 하면서 준비과정이나 무대 매력에 푹 빠진 것 같아요.”
그래도 뮤지컬 <셜록홈즈> 시즌 1은 전국적으로 크게 흥행한 데다 특히 셜록홈즈 역은 초연 때부터 송용진 씨와 김도현 씨가 도맡아왔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요.
“부담되죠. <셜록홈즈>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가 싶고, 원 캐스트면 제가 캐릭터를 만들면 되는데 이미 두 분이 계시니까. 송 홈즈와 김 홈즈의 독특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안 홈즈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이에요. 정말이지 공연 준비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이 들어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열심히 정도로는 절대 안 되더라고요. 거의 24시간 매달리고 있어요.”
두 홈즈를 많이 연구하셨을 텐데, 어떤가요? 두 분과 비교하면 가장 점잖은 홈즈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공연 영상을 몇 백 번은 본 것 같아요. 두 분 색깔은 완전히 다르죠. 김 홈즈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밌는 모습이고(웃음), 송 홈즈는 멋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요. 두 분의 색깔이 확실해서 제 색깔을 찾는 게 수월한 면도 있고요. 저는 가장 멋진 셜록이 되고 싶거든요. 망가질 때는 확실히 망가지고, 혼자 있을 때는 미치광이처럼 사건에 집착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움직임이나 동작에 있어 영국 신사처럼 멋스럽다거나. 연출님도 두 홈즈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멋진 홈즈가 나올 것 같대요(웃음).”
송용진 씨나 김도현 씨와 나이도 비슷하고, 두 분 모두 결혼도 하셔서 편할 것 같은데요.
“형들이라서 어려워요. 동생이면 ‘나 이것 좀 해줘’ 할 텐데, 형들이라서 곁눈질로 배우고 있어요(웃음).”
기존에 많은 작품을 하셨지만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던 건 과거 <야인시대>부터 최근의 <정도전>까지 대부분 시대극이었죠. 그런 면에서는 뮤지컬 <셜록홈즈>도 꽤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이미지는 현대적인데 미니시리즈보다는 시대극에서 항상 대박이 나요. 비주얼이 많이 중요해진 시대이지만, 배우라면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고, 사극 같은 경우는 연기력의 비중이 더욱 커서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 <셜록홈즈>도 그런 면에서는 어울리지 않을까...”
셜록홈즈는 확실한 캐릭터가 있잖아요. 천재적이면서도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안재모 씨 성격은 어떤가요? 무척 진중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얘기를 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팬들이 <셜록홈즈> 포스터를 보고 저 어디 있느냐고 물어요(웃음). 우리 팬들은 저의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는 거죠. 굉장히 진중했는데, 결혼하고 많이 바뀌었어요. 배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항상 조심하고, 스스로 규제하는 것도 많았는데, 그게 배우의 기본이지만 인생이 재미가 없는 거예요. 배우 안재모는 있지만 인간 안재모는 없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필요한 말 외에는 말도 안 했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한 것도 있고, 결혼하고 아빠가 되다 보니까 그런 모습만이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안재모 씨 하면 소문난 속도광이기도 한데, 과거에 음반도 내셨고, 아무래도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가 봅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에 레이싱이나 골프 같은 경우는 10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고, 특히 레이싱은 이제 취미라기보다는 서브 잡이 됐죠. 성적도 나름 괜찮고, 올해는 쉐보레 소속이 돼서 따로 연봉을 받거든요. 뭘 하나 하면 꾸준히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그만큼 시간과 노력도 쏟고요. 연기도 시작할 때부터 굉장히 노력파였어요.”
주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하면 사뭇 다른 촬영 환경이 낯설다고 하는데, 두세 달 공연을 위해 오롯이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무대 작업환경은 어떤가요?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도 예전에는 인간미가 있었는데 요새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까 재미를 못 느껴요. 그런데 공연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대화도 많이 나누니까 사람냄새가 나요. 무대 위는 물론이고 준비하는 과정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미가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드라마 <정도전> 팀들은 조재현 씨가 있는 수현재씨어터로 몰리던데요. 이번 <민들레 바람되어> 같은 경우 남자배우 연령대가 맞지 않지만, 곧 조재현 씨로부터 콜이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연극열전 하실 때 한 번 거절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는 하게 되겠죠(웃음)? 얼마 전 DMZ국제다큐영화제 홍보대사 해드렸잖아요. '재모가 좀 해줄래?’가 아니라 '재모야, 네가 해!’예요. 뭐, 저도 대학로에 차 세울 때 없으면 수현재씨어터에 세워놓곤 해요(웃음).”
아무래도 앞으로 대학로에서 자주 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뮤지컬도 그렇고 재밌는 연기라면 공연 쪽에도 계속 도전하실 것 같습니다.
“네, 뮤지컬에 대한 매력을 느낀 만큼 가능하면 1년에 한 작품씩은 하고 싶어요. 매력을 너무 늦게 알게 돼서 아쉽고, 작품을 놓친 것도 후회될 정도예요. 배우가 직업이지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역할에 있어서도 주인공이나 조연 개념도 지웠어요. 배우의 퀄리티나 성공,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얘기고요. 저는 재밌을 것 같은 작품,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역시 송용진, 김도현 셜록에 익숙한 관객 중 한 명으로, 안재모 씨가 과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보다는 ‘즐겁게’ 연습에 임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새삼 새로운 이미지의 셜록을 기대하게 되네요. 제작진이 11월 13일 ‘첫공’에 안재모 씨를 무대에 세운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안 셜록’과 함께 새롭게 <셜록홈즈>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있는데요. <위키드>로 떠오른 박혜나 씨는 왓슨을, 쌍둥이 형제 에릭과 아담 역은 이주광 씨와 초연 때 열연했던 테이 씨가 제대 후 첫 무대로 참여하게 됩니다. 셜록의 머릿속을 구현하듯 더욱 영리해진 무대와 의상, 조명도 볼거리라고 하니 2014년판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 기대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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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앙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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