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힐(SunnyHill) < 1st Album Part.A ‘Sunny Blues’ >
브라운 아이드 걸스를 비롯한 내가네트워크 소속 가수들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써니힐 역시 안정성이 장점인 걸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네 멤버 각 개인의 기량부터 평균이상이라 고른 파트분배를 가진 곡들이 많고 퍼포먼스에서도 쳐지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를 내비치지 않아 다른 여성 아이돌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서도 자유롭다. 하지만 이들이 아이돌 시장에서 크게 회자가 된 적은 없었다. 안정적 기량이 안정적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지라 파트 A 로 먼저 발표된 이 정규앨범이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써니힐은 여태 콘셉트의 선택에서 여러 번의 부침을 겪어온 전력이 있다. 시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룹 색을 가지고 있지만 바뀌어가는 트렌드를 아예 무시해온 것도 아닌지라 7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들은 혼성그룹에서 걸그룹이 되었고 장르도 R&B에서 댄스로 바뀌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트랙은 단연 「Monday blues」다. 점차 시들어가는 기색은 있지만 이민수 김이나 작곡 작사 콤비의 위력은 아직 유효하다. 외모지상주의 연애와 같이 공감 가는 소재가 월요병이라는 이야기로 다시 한 번 옮겨왔다. 가볍고 현실적인 소재답게 가사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익살이 붙어 생동감을 내뿜는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대상들을 끌어다가 유머와 하소연을 섞는 데는 어느 정도 연륜이 생긴 듯하다. 물론 기획의 힘이지만 그룹 자체가 이를 잘 받아들여 내재화 시킨 면도 존재한다. 예전의 싱글 「Goodbye to romance」에서 보여주었던 과거에 대한 추억과 애틋한 정서를 소환시키는 모습도 「그 해 여름」에서 성공적으로 드러난다.
써니힐이 빠른 시일 내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의 위치에 오른다든가 음원차트를 줄 세워 탈환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방황을 통해 얻어낸 콘셉트 혹은 그룹의 특색마저도 막상 대중성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는 탓이다. 결국 이 상황에서는 가던 길을 그대로 고수하는 끈기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써니힐을 기억하는 대중 역시 늘어간다. 더욱 두터워져가는 지지층을 버팀목 삼아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라도 앨범의 파트 B가 별 탈 없이 준수한 퀼리티로 등장하길 바란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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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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