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도서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15년 전, 박영숙 관장은 자비로 책을 마련해 사립 도서관을 만들었다. 단지 책만을 제공하는 도서관이 아니다. 사람들은 ‘책’을 매개로 모여 삶을 성찰하고 일상을 나눈다. 끼니를 굶는 아이들이 있으면 밥을 주고 돌봄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현재는 성인 후 자립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15년 째 모든 사람들의 ‘꿈꿀 권리’가 실현되는 터전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박태근 : 느티나무 도서관이 처음 생긴 15년 전과 지금, 도서관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긴 했지만 국립도서관, 사립도서관, 작은 도서관의 개념이 혼란스럽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박영숙 : 공립은 관에서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사립은 개인 혹은 단체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공공도서관은 소위 ‘돈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도서관의 재원이 세금에서 충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다른 대안을 더 모색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립도서관이 해외에는 많이 있었다. 대부분 회원제였다. 사립으로 운영하는 건 도서관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에 자율성이 강하다. 힘이 들지만 ‘자유의 대가’를 치루며 느티나무 도서관은 다양한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박태근 :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이후 최근 『꿈꿀 권리』,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를 펴냈다.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되었는가?
박영숙 : 지금 이 자리에 도서관과 함께 자라온 청년들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 자립 연령이 되었는데 가장 기초적인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청년마이크로크레딧을 운영 중이다. 『꿈꿀 권리』의 인세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박태근 : 『꿈꿀 권리』 안에는 찡한 에피소드가 많다. 먼저 제목이 매력적인데 어떻게 붙이게 되었는가?
박영숙 : ‘꿈’이라는 낱말에 끌렸다. 꿈은 영어로 명령형이 안 된다고 한다. 지극히 자발적이다. 작은 힘이 모이면 우리가 만들고 싶어 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꿈을 꾸는 사람은 적어도 남을 누르고 올라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꿈과 욕심의 차이이다. 누군가 굳이 의무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꿈의 몫을 할 수 있다.
책을 건넨다는 것은 존엄함에 말을 거는 일이었다.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언제든 그 책을 펼쳐 읽을 ‘수도’ 있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의 잠재력과 배움과 꿈에 응원을 건네는 일이었다. ( 『꿈꿀 권리』 16쪽)
뮤지션 이아립은 『꿈꿀 권리』를 읽으면서 ‘이상형은 도서관 같은 남자’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내 독자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유인 즉, “일단 장르가 다양하고,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말없이 스스로 배울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행 가듯이 도서관에 방문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도서관 예찬처럼 느티나무 도서관의 책 읽는 풍경은 매력적이다.
이아립 : 『꿈꿀 권리』를 읽으면서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까지 멋들어지게 표현한 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특히 사람들이 책 읽고 있는 사진들이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관장님의 생각을 책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하나 궁금한 것이 생겼다. 15년 간 느티나무 도서관을 꾸려 오시면서 꼭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박영숙 : 꼭 지키려고 했던 것은 역시 ‘공공성’이다. 정말 매력적인 유혹도 많았다. 특히 기부로 연계될 수 있는 사업도 많았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 인력,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었다. 도서관이 견제해야할 가치를 지키려 했다. 개인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무래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늘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
박태근 : 『꿈꿀 권리』안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노력이 나온다. 취지는 아름답지만 ‘과연 이걸 몇 명이나 사용할까?’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간극은 늘 부딪히는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박영숙 : 도서관의 역할이 사회주의적 시설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것이 시장으로 운영되는 삶을 살고 있지만, 모두 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업들은 효율성을 보면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공공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항상 ‘건강한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따라서 다른 의미로 발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다 누릴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박태근 : 책 속 에피소드 중에서 안타까운 것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목사, 신부는 지역공동체에서 덕망 있는 이미지를 주는데, 도서관장은 여전히 거리가 있다.
박영숙 : 셀 수 없이 많다. 면회 가서 보호자의 사인을 할 때 ‘도서관장’이라고 했다가 지구대에서 독서실로 이해한 적도 있다. 이럴 때 마다 벽을 느낀다. 한국에서 이용자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이 20년 밖에 안 된 일이다. 도서관에서 감동받는 체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다. 도서관이 자기 삶에서 의미를 가지는 기회가 더 필요하다. 작은 동네에서 믿을 만한 사람 중에 사서, 도서관장이 그 역할을 조금씩 나눠가져야 한다.
공공성이란 기르고 다져가는 과정
저자이자 도서관장 박영숙이 느티나무 도서관을 만들어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자발성, 일상성, 창의성, 다양성’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의 가치가 중심이 될 때 ‘공공성’은 저절로 길러진다고 말한다. 공공성은 시민이 탄생하는 제 3의 공간이며, 자기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다고 덧붙인다.
박영숙 : 공공성이란 단순히 무료로 책과 공간을 일방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느티나무 도서관 안에서 체험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공공 도서관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지극히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행위이다. 자신의 배움이 잘 발현될 수 있으려면 자신과 타인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박태근 : 현재 많은 공립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열람실이 많다. 칸막이 있는 열람실은 너무나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박영숙 : 그렇다. ‘칸막이’ 자리는 너무나 폐쇄적이다. 사실 칸막이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사연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 담론의 장이 되고 함께 숨 쉬는 공간을 회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 큰 숙제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고유성
느티나무 도서관은 자유롭게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책 속에는 누운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이용자들과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하품하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느티나무만의 고유한 분위기는 박물관장의 몇 가지 원칙 덕분이다.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고수해온 원칙 중 하나가 “안 돼”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모든 걸 허용하거나 방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규제가 생기면 그만큼 자유가 몫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책을 펼쳐들고 있을 때만이 아니라 도서관에 머무는 모든 시간 동안 자유롭고 자발적인 긍정의 기운을 누리기 바랐다. (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87쪽)
이아립 : 『꿈꿀 권리』에서 책 읽는 사진들을 보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맛있게 물먹는 당나귀를 보면 옆에서 따라 먹게 되는 것처럼, 느티나무 도서관은 맛있게 차려놓은 밥상 같은 존재이다. 즐거운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책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는 멋진 터전이라고 생각한다.
박태근 : 느티나무 도서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함께 고유한 분류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살림’으로 모인 책들을 보면서 정말 와 닿는 분류라고 생각했다. 사실 도서관은 정보를 담지 하는 곳이고 필요한 정보를 편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일하고 있는 서점은 시장 친화적이다 보니 분류가 유연하게 바뀌는 추세이다. 관장님만의 분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영숙 : 책이 말을 걸어오도록 분류한다. 책이 먼저 말을 걸고 다가오는 도서관을 꿈꾼다. 책이 단 한 권이라도 더 주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서관은 우연한 만남에서 출발한다. 누군가 검색해서 필요한 것만 딱 찾는 게 아니라 별 뜻 없이 거닐다가 만나는 책에 중점에 둔다. 분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책을 잘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박태근 : 이제는 느티나무 도서관이 자라나서 다른 도서관의 전범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박영숙 : 느티나무 도서관이 전범이 아니라 고유한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유기체이며, 실천의 현장이자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 개의 매뉴얼이나 모델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지극히 구체적이고 사소하고 일상 속에서 공동체를 구현시키시길 바란다.
박영숙 저자는 『꿈꿀 권리』,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의 실제 지은이는 도서관을 이용한 분들과 활동가들이라고 강조한다. 대담이 끝난 이후,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과 무대 위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도서관의 존재는 책에서 얻은 작은 성찰을 곁에 있는 공동체에서 함께 나눌 때 빛을 발할 것이다. 느티나무 도서관의 기적처럼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며 소중한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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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권리 박영숙 저 | 알마
작지만 아주 특별한 곳, 느티나무도서관이 만들어가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세상은 도서관이 책을 쌓아두고 빌려주는 곳, 시험공부 하기 위한 곳일 뿐, 장애인과 학교밖청소년들과 다문화가정은 얼씬할 수 없는 곳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언한다. 학력 나이 직업 국적 불문, 누구나 예외 없이 마음껏 쉬고 뒹굴고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라고. 그것이 헛된 희망이나 허황한 이념이 아니라 실제로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는 공간, ‘느티나무도서관’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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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박영숙 저 | 알마
지난 15년간 작지만 특별한 사립 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측면에서 구현하고 증명해왔다. 그래서 ‘도서관계의 실험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책은 그런 선구적인 도전과 실험들의 세세하고 친절한 보고서이자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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