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속살 엿보기 PartⅠ
익숙한 혹은 생소한 시드니의 매력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첫 번째 여정. 시드니사이더의 자부심인 오페라하우스의 비밀을 엿보고, 푸치니의 음악이 흐르는 야외 오페라 축제를 즐긴 뒤 비엔날레의 무대가 된 교도소로 간다.
글ㆍ사진 론리플래닛매거진
201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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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의 돛을 닮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외관은

시드니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띈다.

 

아름다움은 과학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시드니에 도착하면 굳이 찾지 않아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다. 시드니 하버 베넬롱 포인트(Bennelong Point)에서 빛의 결에 따라 우아하게 반짝이는 하얀 지붕. 오페라하우스가 자리한 지점은 거대한 만(灣)이 여러 개의 작은 만으로 갈라진 올록볼록한 형태의 시드니 해안에서도 거의 중앙이라, 도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어김없이 그 자태를 볼 수 있다. 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도 사진으로 수없이 보아온 건물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막상 실물을 눈앞에 두었을 때는 감흥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10시간이 넘는 밤 비행 후에 맞은 아침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멀리서 본 첫인상. 진짜 오페라하우스의 곁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물 지붕은 두 종류의 세라믹 타일로 이뤄져 있어요. 하나는 유광이라 화창한 날 햇빛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이고, 다른 하나는 무광으로, 비가 오면 습기를 머금어 연한 크림빛을 띠죠. 비를 맞으면 자체적으로 지붕을 정화하는 기능도 있고요.”

 

오페라하우스 투어를 맡은 가이드 이계영 씨의 말이다. 자연의 음영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이 세라믹 타일은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Jorn Utzon)이 스웨덴의 타일 회사와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한 것이란다. 그저 요트의 돛을 겹친 모양을 형상화한 지붕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그 시각적 아름다움 안에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오페라하우스의 건축적 우수함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화강암, 목재, 스틸 그리고 바다에서도 부식이 더딘 밀도 높은 콘크리트가 오페라하우스의 실내를 책임지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시원한 바다가 각 건축 요소와 어우러져 고요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국제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예른 웃손의 설계안은 당시에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담하고 창의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를 현실화하기까지 무려 14년의 기간이 걸렸고, 초기 예상 금액의 10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새로운 구조 공학과 건축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청사진이었기 때문이다. 1959년에 시작한 건축은 1973년에야 완공했다. 그리고 2007년, 20세기 건축물로는 거의 유일하게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쯤 되면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 시드니 사람)의 문화적 자부심이 결코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핀 꽃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페라 하우스 투어 한국어를 포함해 6개 국어로 진행한다. 언어에 따라 30분~1시간 소요. 24호주달러, sydneyo

pera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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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하버를 배경으로 한 야외 무대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 공연이 한창이다.

 

가을밤의 푸치니, 한다 오페라


시드니의 온화한 날씨는 야외 공연 문화가 발달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주역이다. 매년 3월부터 4월 사이 2주 동안, 지구 남반구에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면 시드니 하버에 오페라가 울려 퍼진다. 야외 오페라 축제 시드니 한다 오페라(Handa Opera on Sydney Harbour)의 소리다. 무대는 로열 보태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s) 내 미시즈 매콰리스 포인트(Mrs Macquaries Point).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시드니 하버브리지(Sydney Harbour Bridge)가 어우러진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곳이다. 공연이 열리는 저녁 무렵이면 많은 이가 일찌감치 정원에 모여 야외 피크닉을 겸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의 타이틀은 푸치니의 〈나비 부인(Madama Butterfly)〉. 운 좋게도 오늘 무대에는 한국인 소프라노 권혜승이 마담 버터플라이로 출연한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호주에도 탄탄한 오페라 관객층이 형성돼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일본 출신의 오무라 히로미(Hiromi Omura)와 함께 더블 캐스팅된 그녀의 말이다. 그중 40퍼센트는 관광객이란다. “한다 오페라는 나이와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드니만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어요.”


국내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 밀라노의 베르디 콘세르바토리오(Verdi Conservatorio)를 졸업한 그녀는 남편과 함께 호주로 이민 와서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Opera Australia)의 단원이 되었다. 푸치니의 아름다운 선율이 소프라노 음색과 만나 밤공기 속으로 퍼져 나간다. 석양을 표현하기 위해 바다에 띄운 대형 발광 반구와 무대에 동원한 실제 차량과 선박용 컨테이너까지 실감 나는 배경과 무대 장치도 공연의 흡입력을 높인다. 이윽고 한국인 오페라 가수에게 쏟아지는 환호……. 공연 이상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목격한 감동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시드니 한다 오페라 opera.org.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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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커투 섬의 오래된 건물은 시드니 비엔날레 기간 내내 전시장으로 변한다.

 

교도소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시드니 비엔날레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이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것은 1770년.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던 영국 정부는 그로부터 8년 뒤 시드니에 함대를 보냈고, 이 일대를 뉴사우스웨일스라 이름 붙인 뒤 자국 영토로 공표했다. 자국민 비율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영국 정부는 반역자나 범죄자를 이곳에 보내기 시작했다. 나이 어린 범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소년 죄수를 수감하던 감옥이 카커투 섬(Cockatoo Island)에 있었다.


호주 최초의 유럽인 거주지인 더 록스(The Rocks) 끝자락. 카커투 섬까지 운항하는 페리가 이곳의 서큘러 선착장(Circular Quay)에서 출발한다. ‘카커투’는 머리에 화려한 벼슬을 단 호주 앵무새를 뜻한다. 이름과 달리 암울한 역사를 지닌 이 섬은 2년에 한 번 현대미술의 경연장으로 변신한다. 19세기에는 교도소가, 이후 이를 개조한 배 수선소가 있었고, 2007년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섬 전체가 시드니 비엔날레(Sydney Biennele)의 무대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한때 이곳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누가 머물렀는지는 안내판의 설명을 읽든 상상의 나래를 펴든 개인의 자유. 분명한 것은 섬 곳곳에서 마주치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의 영상과 설치 작품이 이 공간 안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충돌 혹은 결합하며 기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는 사실이다. 호주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아트 갤러리 오브 뉴사우스웨일스(Art Galley of New South Wales) 등 비엔날레의 다른 무대와 달리, 이곳에서는 작품 그 이상의 무엇을 전달한다. 매끈한 예술 공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그것 말이다.

 

▶시드니 비엔날레 카커투 섬을 주축으로 시드니 도심 내 여러 장소에서 열리며, 전시 관람은 무료다. 19bos.com

 

문화&예술 애호가를 위한 시드니의 레스토랑 3곳


카페 시드니


서큘러 선착장 옆, 평화로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 시드니(Cafe Sydney)는 옛 세관 건물 루프톱에 자리 잡고 있다.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개조한 공간은 트렌디한 분위기를 풍긴다. 현지 식자재를 활용한 퓨전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대도시의 면모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시드니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메인 요리 35호주달러부터, cafesydney.com

 

블랙 바이 이자드


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꼽으라면 단연 블랙 바이 이자드(Black by Ezard)가 상위에 랭크된다. 경계를 넘나드는 대담한 시도로 독창적인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 티에지 이자드(Teage Ezard)의 첫 번째 시드니 레스토랑으로, 어떤 메뉴를 택하든 만족스럽다.

 

▶메인 요리 29호주달러부터, blackbyezard.com.au

 

골든 센추리


시드니 차이나타운에 있는 골든 센추리(Golden Century)는 시드니를 방문한 세계 각국의 정상과 대기업 회장이 한 번쯤 들르는 곳으로 유명한 중식 레스토랑. 거대한 바닷가재, 굴, 가리비, 전복 등을 생강, 샬롯과 함께 쪄 낸 것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이 지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새벽 3시 30분까지 영업을 한다.

 

▶ 메인 요리 18.50호주달러부터, goldencentury.com.au

 

 

 

한예준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지 〈ASIANA〉의 편집장이다.

4월 시드니를 방문해 다양한 페스티벌과 예술 행사를 즐겼다

 

PHOTOGRAPHS : JAC K ATLEY, JAMES MORGAN, LEE DOO YONG, DESTINATION N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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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 6월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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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플래닛 #해외여행 #여행 #시드니 #호주 #오페라 하우스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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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

2014.07.18

텔레비전에서 호주 관광청 광고를 할때마다 넋을 놓고 보게 됩니다. 우와~ 멋지다! 좋겠다! 가보고 싶다! 이러면서요 ㅎㅎ 제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는 로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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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2014.07.18

저 역시 시드니하면 오페라 하우스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정말 익숙한듯 모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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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2014.07.11

무려 10년전에, 다녀온 곳입니다.
강산도 변한다는데, 시드니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네요.
언제나 그리운 곳입니다. 다시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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