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됐다. 전 세계에서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본선 티켓을 거머쥔 31개 대표팀과 개최국 브라질 대표팀 등 총 32개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팀당 4개팀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른 뒤 16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 제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대한민국은 H조에 속해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등과 겨룬다. 이번 대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본선 단골 진출국' 대~한민국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 당시 성적은 처참했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헝가리에 0-9로 참패했고 터키에게도 0-7로 졌다. 유럽 원정 자체가 낯선 시절이었고 군용기 등을 갈아타며 한국을 떠난 지 무려 60시간 뒤에야 개최지에 도착한 직후에 경기를 치렀다. 컨디션을 제대로 회복할 틈도 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한국 축구는 이후 32년간 월드컵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 중이다. 이 기록은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과다. 한국보다 연속 진출 회수가 긴 나라는 전 대회 출전국인 브라질(20회)를 포함, 5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축구는 브라질과 독일(15회 연속),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6번째로 긴 연속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5회 연속(1998~2014)으로 한국의 뒤를 잇는다.
'호날두냐 메시냐' 치열한 득점왕 경쟁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5회 이상 참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라 해도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를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들에게 득점왕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세계 축구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호날두(포르투갈)와 메시(아르헨티나)의 득점왕 경쟁에 많은 시선이 쏠리는 것은 그래서다.
이 둘에게 이번 월드컵은 첫 출전이 아니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는 와중에 만난 대회라는 점에서 득점왕 0순위 후보로 꼽힌다. 첫 눈에는 호날두보다 메시가 앞선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조별리그를 G조에서 독일, 가나, 미국 등 만만찮은 상대와 치러야 하지만,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F조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란, 나이지리아 등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들과 만난다. 결승전까지 다 치러도 7경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약체를 만나 몰아넣기를 하는 선수의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높다.
이들 외에는 네이마르(브라질)와 클로제(독일)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이미 2골을 몰아친 네이마르는 개최국 브라질의 희망이자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거론되는 선수다. 반면, 독일의 클로제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역대 통산 최다골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올해로 서른 일곱 살인 클로제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을 듣지만 소속팀 라치오(이탈리아)와 대표팀에서 여전히 매서운 득점 감각을 뽐내는 중이다. 최근 3차례의 월드컵에서 14골을 기록 중인 클로제는 이번 대회에서 2골만 더하면 호나우두(15골)를 제치고 역대 최다골 기록 보유자가 된다.
브라질의 6번째 우승 도전
대한민국의 4강 신화에 개최국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평가에 굳이 반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개최국들은 홈에서 열린 대회를 치르면서 다른 대회 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왔다. 예외가 있다면 1950년 월드컵을 개최하고서도 준우승에 거친 브라질 정도가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역대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이 이번 대회 우승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64년전 당시 우루과이에 우승컵을 내준 마라카냥 경기장에서의 결과를 '참극'이라 기억하고 있는 브라질 팬들이기에 이번 대회에서는 기필코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탄탄한 수비와 화려한 공격을 겸비한 이번 대회 전력을 감안하면 과장된 꿈은 아니다.
이들에 도전하는 팀으로는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첫 손에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개최 대륙 국가로서의 강점에 리오넬 메시라는 막강 카드를 최전선에 내세우며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대회에 비하면 내리막이라는 평을 듣지만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도 여전히 우승 후보다. 스페인은 브라질(1958년 스웨덴, 2002년 대한민국)과 함께 타 대륙에서 우승(2010년 남아공)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국가다. 챠비와 푸욜 등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도 많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을 쉬운 상대로 보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이 밖에는 토너먼트의 강자 독일과 이탈리아, 남미의 실세라 부를만한 우루과이 등이 유력한 우승 경쟁자로 거론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달라진 것들
이번 월드컵은 축구가 오랜 전통을 깬 첫 대회로 꼽힌다. 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은 그간의 보수적인 태도를 바꿔 골 라인 판독 시스템 도입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역대 최초로 주심의 눈이 아닌 기계에 의해 골 여부가 결정된다. 첨단 장비로 무장한 골 라인 테크놀로지는 규정에 따라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서는 순간 주심에게 골 신호를 보낸다. '쿨링 브레이크' 도입도 눈에 띈다. 이름도 낯선 이 용어는 최근 경기 중 사고로 쓰러지는 선수들이 발생하는 현상과 브라질 특유의 열대 우림 기후를 감안해 도입한 제도다. FIFA의 기준에 따라 '쿨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후반 25분 이후 각 한 차례씩 3분 이내에 한해 쿨링 브레이크를 실시한다.
브라질 월드컵의 상금과 벌금
이번 대회의 총 상금은 3억 5800만 달러(약 3700억 원)다. 그 중 우승팀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3500만 달러다. 우리나라 돈 3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지난 대회보다 50억원 이상 인상된 금액. 이 밖에 준우승팀은 2500만 달러, 3위와 4위 팀에게는 각각 2200만 달러와 2000만 달러가 지급된다. 8강 진출팀은 1400만 달러, 16강 진출팀은 900만 달러를 받게 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들도 8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다. 참가국 32개팀 전원에게 '준비금' 조로 150만 달러가 지급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심판의 눈을 속이는 '헐리웃 액션'을 하는 선수들에게 1만 스위스 프랑(약 1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대회에 비해 대폭 인상된 금액이며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유도하려는 FIFA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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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멘사이먼쿠퍼저/서지민역/서형욱감수|풋볼리스트(FOOTBALLIST)
사이먼 쿠퍼의 최근작 《풋볼멘》은 축구 선수 및 감독, 축구계 인사 53명에 대한 인물비평지(誌)다. 요한 크루이프, 지네딘 지단, 데이비드 베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는 물론이고, 웨인 루니,프랭크 램파드, 박지성 등 현재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의 숨은 이면을 촘촘히 그려낸 저서다. 감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의 성공과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디에고 마라도나와 주제프 과르디올라, 효율적 팀 경영과 조직화의 대가인 아르센 벵거와 거스 히딩크의 마술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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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욱(풋볼리스트 대표, MBC축구해설위원)
영국 리버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축구산업학을 공부했다. 2000년 SBS축구채널을 시작으로 MBC와 KBS 등에서 축구해설위원을 역임했다. 스포츠굿데이 축구전문기자, 엠파스 스포츠팀장, 스포탈코리아 편집장 등을 거쳐 현재 MBC와 MBC스포츠플러스 축구해설위원, 풋볼리스트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과 『유럽축구, 유럽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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