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로우디가와 함께 비스메이저 크루를 비스메이저 컴퍼니(VMC)로 진화시킨 뒤 지난 3월, 첫 정규 앨범 < Zooreca >를 발매했다. 인상적인 앨범이었지만 힙합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는 아직 낯설다. 우탄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작년 < 쇼미더머니2 >에 나간 것도 그런 이유였으며 발라드 랩을 향한 소신 있는 발언 또한 마찬가지다. 속해 있는 크루의 이미지나 소수의 곡만 듣고 그의 정체성을 오판하기도 한다. 정작 카페에 들어온 그의 입가엔 고집스러운 팔자 주름이 아닌 순박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힙합 꼰대가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유로운 청년이었다.
반갑습니다. 앨범 발매 후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오늘 같이 인터뷰들을 하고 있어요. 라디오에도 출연하고요. 또 4월 25일, 제 생애 첫 번째 쇼케이스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비스메이저 크루가 VMC(Vismajor Company) 레이블로 설립되었습니다. 딥플로우가 회사를 만들자고 했을 때 위험이나 부담도 있었을 텐데 단번에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음악을 할 때도 멋있지만, 딥플로우 형은 회사를 차릴 때도 빛을 발할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한참 하고 있었는데 만든다고 하니까 믿음이 갔죠. 로우디가 형도 해외 뮤지션들과 아트 워크 작업을 많이 하고, 비즈니스를 하던 형이에요. 모두 신임이 가는 임원들이라 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제가 제일 무능력해요.(웃음) 음악 하나 열심히 해야죠.
크루가 회사로 변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저희들의 개인적인 성격이 야망가라든지... 막 야심 있는 성격들이 팀에 별로 없어요. 하다 어떻게 되겠지 이런 식으로 음악을 해왔었는데 회사를 만들면서 무형의 것들이 형체가 잡히니까 성공하고 싶은 욕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아요. 또 싱글을 내건 뭐 하나를 내건 크루였을 때보다는 책임감이 따르면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요. 기동력 면에서 의욕도 더 생기고, 좋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점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진 없어요. 음... 아무래도 그런 건 있죠. 이제는 '회사'로 넘어왔고 저희 인생이 걸린 일이라 크루 때처럼 모든 멤버를 케어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저희가 그래서 크루 멤버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다들이 컴퍼니의 잠재적 멤버들이긴 한데 그림을 그려와 달라. 어느 정도 그려와야지 색을 칠하든 뭘 할 수 있으니. 의욕적인 멤버들, 계획을 세운 사람들에 한해 정리를 해주겠다.”고요. 또 저희 내에서 앨범을 내더라도 스케줄을 조정해야하고 시기를 기다려야하고, 유통도 그렇고 체계가 생기면서 복잡해지긴 했죠.
비스메이저 크루 멤버가 14명가량 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계신지 소개 부탁드려요.
굉장히 다양해요. 래퍼는 대여섯 명, 프로듀서도 있고, 디제이, 아트디렉터도 있고. 심지어 그 안에 MTV PD를 하던 형도 있었고, 곧 저희가 밝힐 거지만 막 잘나가는 그런 건 아닌데 아이돌도 하나있고요. 한마디로 크루는 친한 친구들이랄까요? 이익활동을 하고는 있어도 친목에 더 가깝긴 해요. 그래서 별의별 거하는 사람 되게 많죠. 영어 강사 하는 형도 있어요.(웃음) 가끔 취미로 비트를 만드는.
공동 대표인 딥플로우는 래퍼이면서 뮤직 비디오 감독도 하고, 여러 아트 워크를 작업했습니다. 이번 앨범에 자체적으로 손이 많이 갔다고 하셨는데, 우탄 씨도 랩 외에 맡은 역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진짜 랩만 하고요.(웃음) 저희 크루에 동생들이 있어요. 오디라든지 그런 친구들 곧 앨범을 낼 건데 어떤 식으로 할지 상의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방향을 잡아주고, 이 정도예요. 딱히 제가 아트 워크를 한다든지 따로 하는 건 없어요.
첫 정규작품입니다. 신보 < Zooreca >에 '정체성의 발견과 그것을 통한 다양한 깨달음'을 담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Zoo'는 다양함을 의미해요. 예를 들어 동물원에 가면 강한 사자도 있고, 순한 양도 있고, 간사한 뱀도 있고. 한 곳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사운드적으로도 다양하고 싶었고요. 'Eureka'는 깨달음도 있지만 인지라는 뜻도 있거든요. '제 안에 여러 부분을 인지하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깨달음을 가사로 표현하겠다.' 그래서 < Zooreca >로 정했어요.
「No role model」, 「Ballad rap」, 「놀이터」에서의 표현력이 돋보입니다. 가사 작업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또 요즘 힙합의 큰 주제인 돈, 여자, 자랑이 아니라 인생, 연애, 힙합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합니다. 차별화한 이유가 있을까요?
전 제가 다루지 않은 다른 분야들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아요. 그냥 그 사람이 다룰 수 있는 게 그런 거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런 거니까요. 가사 작업할 때 고민이나 어려움은 별로 없어요. 이번에 느낀 건데 제가 가사 쓰는 걸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래퍼들이 할 수 있는 게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가사 쓰고, 랩 뱉고, 공연을 하고, 누군가는 비트를 만들기도 하죠. 전 그중에서 가사 쓰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가사거리가 없을까, 매일 메모장에 저장하는 습관도 많이 들고. 작업 자체를 재미있게 했어요.
드라마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My name is my name」도 드라마 < The Wire >에서 따오셨다고요?
맞아요. 미드(미국 드라마)를 광적으로 좋아해요.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죠. 가사가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인데, 제한된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없잖아요.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느낄 수 있는 것도 많고요. 가사의 소스를 얻는 거죠.
가사 쓰는 것이 즐거웠다는 답변은 의외입니다. 「Ballad rap」 같은 경우엔 치밀한 중의법이 계산된 곡이잖아요. 이런 것들 까지도 재미있으셨나요?
아 네 그렇죠. 근데 래퍼들이 다 그럴 거예요. 가사 쓰는 게 힘들다가도 정말 괜찮은 펀치라인이 나왔을 때, 그 희열은! 작업실에서 혼자 막 나스라도 된 것처럼!(전원 웃음) 사실 그 맛에 하는 거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Ballad rap」은 그러한 형식의 음악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연인 관계에 빗대어 표현한 곡인데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런 음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크루가 어떤 사건들로 인해 '타도 발라드 랩' 이미지를 얻었는데, 그건 일종의 퍼포먼스였어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희가 굳이 아이돌을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돌들은 아이돌만의 음악 세계가, 산업 체제가 있는 거니까요. 저 매드 클라운 형이랑 친하기도 하고, 연락도 많이 해요. 착해 빠진 형이라고 놀리기도 하고요.(웃음) 장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해요. 대중을 욕할 수도 없어요. 근데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굳이 '힙합'이라고 포장하는 거는 싫죠. “사실 돈 벌려고 했어요.” 이러면 얼마나 깔끔하고 보기 좋아요. 그리고 저는 그냥 제 음악 꾸준하게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장르 음악 발전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우탄 씨가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아니면 이번 < Zooreca >를 작업할 때 레퍼런스로 생각해둔 앨범이 있나요?
어...저희가 한 곡, 한 곡 디테일하게 레퍼런스를 잡은 건 있는데 하나의 앨범을 레퍼런스로 잡은 건 없어요. 메이벡 뮤직 그룹(Maybach Music Group)을 좋아하긴 해요. 저희가 거기서 어느 정도 차용하는 부분도 있고. 커뮤니티에서의 얘기처럼 (저스티스 리그 말이죠?) 그렇죠. 영향 안 받았다고 한다면 정말 사기꾼이에요. 왈레(Wale)의 앨범도 그렇고. 제가 좋아했던 음악에서 많이 영향 받았죠.
이즘의 공식 질문이기도 한데요. 인상 깊게 들으신 앨범 한 장에서 세 장정도 꼽아주세요.
정식 단위가 아니어도 되는 거죠? (예) 저는 믹밀(Meek Mill)의 랩을 되게 좋아해요. 믹밀의 < Dreamchasers 3 >가 2에 비해 빛을 못 발했지만 저는 3를 더 좋아해요. 그리고 제이콜(J. Cole)의 < Born Sinner >. 그 앨범은 아침에 들어요.
그걸 아침에 들어요? 시작부터 이번엔 더 어두울 거라 말하는 음반 아닌가요?
네. (전원 웃음) 아 그렇긴 한데, 사운드가 빈티지 한 게 아침에 듣기 좋지 않나요? 그렇게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더라고요. 아 그리고 우리나라 뮤지션 중에 넉살이란 형 정말 좋아해요. 넉살 형의 「RHYD YO」 꼭 들어보세요. 랩 초사이언이라고 제가 부르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곡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 가운데서 「나비야」를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은 현도 형이 피쳐링을 해주셨고요.(전원 웃음)(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죠?) 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게 치면 그레이 형이 피쳐링해 주신 「자각몽」도 좋았죠. 그런데 「나비야」가 가장 좋았어요. 다른 곳에서도 많이 얘기했는데, 전 여자 얘기 하는 걸 좋아해요. '여자'를 되게 좋아...아 말이 이상한데...(웃음) 여성을 피사체로서 표현할 때, 브레인스토밍이라든지 가사 쓰는 게 잘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나비야」 가사를 표현적인 부분에서 좋아해요. 그런 스타일이 저한테는 일종의 시도기도 했고요. 애초부터 작업할 때 타이틀로 하자고 세션 작업하고 그랬어요. 중간에 「자각몽」을 하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할까도 했지만 결국은 처음 생각대로... 그리고 현도 형이 해주셨고.(웃음)
스킷인 「20's line story」를 기준으로 앞뒤의 분위기가 달라요. 앞에는 강력한 힙합 넘버들이, 뒤에는 감성적인 노래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의도 하신 건가요?
예, 그렇죠. 사실 전부터 꿈꿔왔던 입장으로 한 가지 강박처럼 있었던 게, 사운드도 일관적이고 흐름도 유기적으로 정규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No role model」로 시작하면서 앨범에서 이야기할 모든 것들의 이유를 설명해놓고. 「My name is my name」, 「Do do do」, 「One hunit」, 강한 노래들이 나오다가 텐션을 떨어트리기 위해 「자각몽」이 나오죠. 그리고 스킷이 뚝 떨어트리면서 다시 시작하는 듯 한 느낌을 주고요. 어떤 사람들은 투 씨디를 듣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의 작전이 잘 맞아 떨어진 거죠.(웃음)(마지막은 너무 쳐지지 않게 「Champagne」으로 살짝 띄우시더라고요.)맞아요. 너무 청승맞게 끝내긴 또 그래서(웃음) 마지막에 축하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했죠.
보너스 트랙을 제외하고는 티케이가 모든 곡을 프로듀싱 했습니다. 음악적으로 합이 잘 맞는 다고하시던데 어떤 프로듀서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일단 티케이의 뜻이 '타쿠'에요. 오타쿠. 얘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음악을 항상 듣고 있어요. 기계처럼. 또 얘가 배운 애에요. 대학도 미디과인가 나왔고... 일단 믿음이 가요. 걔랑 하면 믹스를 같이 할 때도 그렇고, 곡에 대해 편곡 얘기 할 때도, 뭔가 애가 하는 말들은 다 맞는 거 같기도 해요.(웃음) 또 말도 잘 알아듣고요. 뭐 좀 해 달라 그러면 딱딱 만들어오고. 작업하기가 수월하죠. 또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하고요.
처음 정규 작업이었기에 욕심이 많았겠고, 동시에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제가 고생을 많이 한 케이스더라고요. 투자도 고난이 많았어요. 했다가 막판에 “안 된다.” 엎어진 경우도 있었고, 뮤직 비디오 모델도 8명이나 만나고. 또,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던 게 원래 현도 형이 쓰신 비트가 있었어요. 가사 쓰고 녹음까지 다 하고, 믹스 작업 들어가려고 하는데, 현도 형이 < 쇼미더머니2 >때 비트를 무료 공개로 풀면서 제 것까지(웃음) 공개하셨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죠. 그래도 첫 앨범인데 이런 식으로 곡을 넣긴 싫기도 했고요. 안 그래도 「나비야」 보코더 때문에 현도 형네 가야했어요. 가서 “형 그거 공개하셨더라고요”했더니 되게 쿨하게 “뭐 아마추어 애들이 거기에 랩 해봤자 너보다 잘 할 거 아니잖아. 하나 더 써줄게”라고 하시는 거예요. 결국 그 곡을 빼게 됐죠. 차후에 다른 곡을 받기로 했고요. 그래서 급하게 만든 게 「One hunit」이에요.
엎어진 곡 공개할 생각은 없나요?
글쎄요. 아직 공개할 스케줄은 없고 제 컴퓨터에 묻어 두는 걸로. (웃음) 정말 괜찮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무료 공개를 할 수도 있고요. 아직 계획은 없어요.
'단점은 없지만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이런 의견을 깨어버릴 본인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부분은 저도 약간 통감해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해요. 저라는 캐릭터 자체가 은은할 수는 있어도 강하거나 한 번에 확 가는 또라이가 아니에요. 사람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물론 저도 강한 자극에 눈길도 가고 매력도 느끼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거죠. 쇼미더머니할 때도 작가들이 저한테 답답해하던 게 그런 거였죠. 스윙스 형 인터뷰하는 거 보면 욕하고 소리 지르고 이러는데, 저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요. '단점은 없지만 끌어당기는 매력이 부족하다.'에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꾸준함밖에 없는 거 같아요. 꾸준히 하다 보니 제 음악 색이 잡혀가는 것 같거든요. 그냥 열심히 작업물을 계속 내면서 지금 제가 가진 걸 보여주는 게 해결책 같아요.
던 밀스의 「88 remix」에서 '아이돌 그룹, 발라드 뭔 단어들을 앞뒤로 갖다 붙여'라고 하셨습니다. 발라드는 아까 말씀하셨고 '힙합 아이돌'에 대한 의견을 여쭤보고 싶어요. 또 나아가서, 「My name is my name」에서 '머리 어깨 무릎 발 Swag 가사 고쳐'는 지드래곤 디스인가요?
사실 '힙합 아이돌'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너무 싫어요. 아이돌들이 “나도 뿌리가 언더였다.” 이런 얘기하면서 “언더시절 믹스 테이프 공연도 했었다”고 하잖아요. 언더그라운드랑 마이너는 다른 개념이에요. 언더그라운드는 언더그라운드예요. 공연장 대관해서 친구 몇 명 불러놓고 랩하면 이게 언더냐는 거죠. '힙합 아이돌'이라고 나와서는 “언더 생활하다가 힘들어서 이 길로 왔어요, 나중에 잘 되면 하고 싶은 거 할게요”라고 하면 그건 비겁한 변명이에요. 구려요. 마치 언더 뮤지션들 다 굶어 죽는 것처럼 얘기하잖아요. 그런 게 아니거든요. TV 앞에서 그렇게 말해버리면 안 보이는 데서 열심히 하는 뮤지션들은 뭐가 돼요. 15년 동안 굶어가며 했던 거면 이해하겠는데, 한두 번 해보고는 안 돼서 오디션보고, 아이돌 하고, 그러고서는 힙합 글자 붙이고, 이게 싫은 거예요. 전 아이돌 되게 좋아해요. 실제로 광희(제국의 아이들)도 친구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솔직한 게 중요한 거군요.
그렇죠. 아이돌이면 아이돌인 거죠. 깔끔하게 “나 아이돌이다”하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럼 「My name is my name」에서 '머리 어깨 무릎 발 Swag가사 고쳐'는 무슨 의미인가요?
오히려 그건 아예 다른 얘기에요. 뒤에 가사가 '이 시스템은 머리와 수많은 발뿐인 몬스터'거든요. 이 힙합 신에 중간은 없다는 거죠. '어중간해서는 안 된다.' '각박한 곳이다.' 그런 의미죠.
디스나 조롱보다는 오마주에 가까워 보이네요.
네, 지드래곤 좋아합니다.(전원 웃음) 팬입니다.
나가셨던 < 쇼미더머니2 >도 면밀하게 보자면 힙합에 오디션을 갖다 붙인 '힙합 오디션'입니다. 힙합 신에서 논란이 많았고요. 배척하시는 '발라드 힙합', '힙합 아이돌'과 무엇이 다른가요?
(긴 침묵 후) 그러네요.(전원 웃음) 듣고 나니까 그러네요. 음... 그런데 진짜 별 뜻 없이 나갔어요. 거기까지 올라갈지도 몰랐고요.(웃음)
어떤 계기로 나가게 되셨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스윙스 형이 나간다는 거에 혹해서 나갔어요. 재밌을 거 같았어요. 주위에 누가 나가는지 소문이 돌았거든요. 붙어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다 친한 형들이고, 디스를 하지 않는 이상 누가 이기고 지는지 알 수 없잖아요. 당장 누구를 디스 하고 싶지 않지만 대결은 해보고 싶었죠. 스윙스 형이랑 붙어보고 싶었는데, 못 붙어보고 떨어진 게 한이에요.(웃음) 잘 나간 것 같아요. 그 짜릿함은 진짜.(웃음) 2000명 줄 세워 놓고 예선 할 때, 전 솔직히 안 떨릴 줄 알았어요. 공연을 한 두 번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심장을 토할 뻔 했어요.
그날도 공연하다가 가지 않으셨나요?
아 맞아요. 그날 또 밖에서 스윙스 형 만났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형이 “야 이거 존나 떨리지 않냐? 미쳐버릴 것 같다.”(전원 웃음) 특별한 경험이었죠. 힙합을 제쳐두고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쇼미더머니2> 이후 부각된 래퍼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었습니다. 앨범을 빨리 내야겠다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나요?
분량이 왜 그러냐, 피디한테 돈 꿨냐는 말도 들었어요.(웃음) 불안감은 없었어요. 최대수혜자는 아니지만 저도 나름 수혜자라고 생각해요. 전보다 확실히 나아졌으니까. 근데 그런 말은 너무 싫었어요. 앨범 낸다고 했을 때 “이거 사그라지기 전에 빨리 내야지.” 맞는 말일 수도 있는데, 사실 저한테 중요한건 급한 거 보다 앨범 퀄리티거든요. 대답만 “네”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웃음)
<쇼미더머니2>는 우탄 씨에게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은데 불만도 있었나요?
몸이 힘들었어요. 예선은 정확히 24시간 걸렸고요, 하루 16시간 계속 촬영하는 건 일도 아니고. 몸이 힘든 거 빼고는 다 재밌었어요. 대기하고, 메이크업 받고. 진 빠지죠. 근데 그 짜릿함을 또 느껴보고 싶어요. 또 나가보고 싶어요... 절대 안 나갈 거긴 한데(전원 웃음) 그리울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추후 VMC 아티스트들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는 앨범이 많이 나올 예정이에요. 다음 타자는 <양화>라는 딥플로우 형의 3집이 아마 6월 정도에 나올 거에요. 확실하진 않고요.(웃음) 오디의 미니앨범도 나오고. 던밀스의 싱글, 「88」도 본인 정규의 수록곡이에요. 곧 나올 거고요. 저희 컴필레이션 앨범도 나올 거고요.(그것도 올해요?) 열심히 해야죠.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해야죠. 물량공세라도(웃음)
쇼케이스 이후, 우탄 씨의 개인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프로듀서 친구랑 앨범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식으로요.(티케이씨인가요?) 아니요. 티케이와는 나중에 할 거고... 이번에 같이 하는 친구가 누군지는 나중에 밝히겠습니다.(웃음) 풀렝스로 내고 싶었지만 회사 다른 임원 측에서 안 된다 해서 미니 앨범으로 계획 중이에요. 머릿속으로 여름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풀렝스 만들어보니 미니는 금방할거 같더라고요.(전원 웃음) 여러 가지 계획하고는 있지만 다른 앨범 시기 겹치지 않게 양보는 해야죠. 저는 지금 냈으니까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회사도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앞으로 음악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어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아빠, 남편 되고 싶고요... 소박해요. 뭐가 막 되고 싶다 그런 건 없어요. 지금 하는 거 계속하고 싶어요.(웃음)
인터뷰 : 이수호, 전민석, 정유나
정리 : 전민석
사진 : 이한수
글/ 전민석(lego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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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애송이
201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