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스튜디오가 ‘한국의 구글’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함께 나누는 일이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을까.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의 주인공들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구글’이라 불리며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핸드스튜디오의 CEO 안준희와 저자 도현영 아나운서와의 만남을 통해, 그 비결을 알 수 있었다.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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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떡볶이가 가맹비를 받지 않는 이유
수익과 나눔. 가까이 있을수록 아름다운 두 개의 단어다. 하지만 우리 현실 속에서 이들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나누는 일은 잠시 뒤로 미뤄둬야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의 주인공들은 나눌수록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성과도 즐거움도 꿈도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 그 믿음이 있기에 그들은 금요일 저녁을 아쉬워하고 월요일 새벽을 기다리며 신나게 일한다. 어쩌면 그것은 모두가 꿈꾸는 삶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을 동료와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면 누군들 그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래서 채널예스는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그 일에서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여러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선순환’을 실천하고 있었다. 거창하거나 비장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내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산증인들이었다. 그야말로 ‘착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의미 있게, 보람차게’ 돈 버는 사람들! (p.21~22)
저자 도현영은 한국 경제 TV와 국회방송, 채널IT 등에서 경제ㆍ시사 전문 앵커로 활동 중인 아나운서다. 그녀가 착하게 돈 버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된 이유는 어느 날 찾아든 의문 때문이었다. ‘돈도 벌면서 행복과 보람까지 느끼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라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공허감이 이유였다. 큰 불만 없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다가도 이따금씩 느껴지는 공허감. 채워지지 않는 그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야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삶에 이정표가 되어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의 주인공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도현영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선한 기운을 발생시키는 일이 없을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일하면서 돈도 벌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었죠.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에 소개된 분들을 만나면서 일과 돈, 보람이 공존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과 만났던 에피소드, 그리고 제가 느꼈던 내용들을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에 담아 많은 분들과 공유하게 됐습니다.
도현영 저자와 독자들의 만남은 논현동에 위치한 핸드스튜디오의 회의실에서 이루어졌다.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로 많은 이들에게 굿 컴퍼니, 즉 착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착하게 돈 버는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결심한 저자가 핸드스튜디오를 지나칠 리 없었다. 그녀는 안준희 CEO와 만나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와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간 ‘핸드스튜디오의 스토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안에 소개하며 많은 독자들과 함께 나누었다.
도현영 : 언론에서 핸드스튜디오의 복지에 관한 기사를 봤을 때 사실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조금 했었어요. 그런데 안준희 대표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심으로 구성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그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을 도구가 아닌 동행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모습에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말로만 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서 상상을 현실로 만나는 그 순간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번 돈은 나만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야 된다’는 확신이 있으셨죠.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에는 ‘한글의 구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핸드스튜디오의 안준희 CEO를 비롯해서 ‘노력한 만큼 돈을 가져가는 게 편해서 가맹비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국대떡볶이의 김상현 대표, 전 세계에 5만 개의 도서관을 짓는 것을 목표로 이미 한국(군포)과 네팔, 인도에 세 개의 도서관을 지은 ‘꿈을 짓는 재단’의 신학철 대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매년 200만원씩 자신이 직접 모은 돈을 투자해 공모전을 개최하는 비영리단체 CE의 이명한 대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리는 없지만 예외 없이 적용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에게 돈은 가장 상위에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현영 저자와 함께 독자들과 만난 안준희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핸드스튜디오는 어떻게 꿈의 직장이 되었을까
『나는 착하게 돈 번다』 의 독자들을 위해 강연을 준비한 안준희 대표는 자신과 핸드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누구나 바라는 ‘꿈의 직장’의 모습에 가까웠다. 일하느라 바빠서 쇼핑할 시간도 없는 직원들을 위해 직접 백화점까지 함께 가서 법인 카드를 쥐어주는 CEO가 있는 직장, 어버이날마다 모든 직원의 부모님에게 선물을 보내주고,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나올 때면 그 핑계로 컴퓨터의 전원을 모두 끄고 팔씨름 대회를 여는, 핸드스튜디오는 그런 곳이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직원에게는 각각 1000만원을 제공한다. 자격증 취득이나 영어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닐 때에도 아무 조건 없이 회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안준희 대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핸드스튜디오의 문화는 따로 있다.
안준희 : 저희 회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회사 송년회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송년회를 위해서 국내와 해외에 계신 모든 부모님께 비행기 티켓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서울의 가장 좋은 호텔로 모십니다. 그곳에서 가장 비싼 음식과 가장 좋은 방을 제공해 드리고, 1박 2일 동안 공식적으로 효도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직원들은 부모님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가족이 함께 모여서 사진 촬영을 합니다. 매년 함께 찍은 그 사진들이 저희 회사의 가장 자랑스러운 사진입니다.
지금의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핸드스튜디오는 ‘굳이 기업이 하지 않아도 될 역할’까지도 자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사가 어버이날이나 연말에 우리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내가 쇼핑하는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직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스튜디오는 아무런 망설임도 의심도 없이 직원들을 위한 복지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제대로 된 길을 걷는 일이라고 말한다.
안준희 : 굿 컴퍼니라고 하면 마치 사측이 직원들에게 마음껏 퍼주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주 정당하게 거래를 하는 거죠. 지금까지의 거래는 굉장히 불공평하고 정당하지 못했으니까요. 직원은 무조건 일만 하고 사장은 월급을 주는 것으로 거래가 끝난다고 생각해왔죠. 하지만 저희는 보이지 않는 거래까지 정당하게 주고받는 것이 굿 컴퍼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매출을 올리고 싶으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면 됩니다. ‘내가 이만큼 월급을 많이 주니까 너도 매출에 신경을 써라’ 라는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직원은 움직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싶다면 개인의 성장에 힘을 실어줘야 됩니다. 그것이 바로 정당한 거래입니다. 직원이 성장하면 회사가 성장합니다.
이쯤 되면 직원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말하는 핸드스튜디오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렇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이상한 것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착하지 않은 기업’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닐까.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되지 않았던가?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지 놀러 오는 곳이 아니라는 말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핸드스튜디오는 일하는 것만큼이나 함께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달에 하루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전 직원이 자전거를 타거나 영화를 보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유다. 업계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핸드스튜디오의 경쟁력은 ‘함께 어울려 놀 듯이 일하는’ 문화 속에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급 대신 꿈이 적힌 명찰을 걸고, 직급은 물론 나이와 학력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펼치는 문화에서 핸드스튜디오의 힘이 생겨나는 것 아닐까.
안준희 : 굿 컴퍼니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굿 컴퍼니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되짚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배웠을까’ 하고요. 그러다가 대학교 신입생 때 경영학 첫 수업시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기업의 정의에 대해서 책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기업은 가계의 자원을 활용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여, 그 이익을 다시 가계와 사회와 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가 배운 기업의 정의는 이게 전부입니다. 기업의 본질적 정의만 기억하고 그 정신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굿 컴퍼니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핸드스튜디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일부는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금은 회사가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경영이 어려워지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핸드스튜디오와 같은 착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규모가 작고 자본이 적은 기업들은 따라 하기 어려운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이야기들에 대한 안준희 대표의 대답은 간단하다. 사업 초기 핸드스튜디오의 복지 제도가 단 2개에 불과했을 때와 복지 제도가 16개로 늘어난 지금을 비교할 때, 직원들의 만족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창업 당시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의 만족도는 93.7%였다. 당시에는 월 급여가 120만 원 정도였고, 직원 복지라는 이름으로 다 함께 영화 관람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경영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지금의 복지 제도와는 비교도 어려운 수준이지만 만족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12년에 조사한 직원들의 만족도는 94.6%. 복지 제도가 8배 늘어난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굉장히 작다. 이와 같은 현상에 기대어 안준희 대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재 자신과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가 수익을 냈기 때문에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안준희 :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회사의 규모가 더 커졌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겠냐고요. 저는 그 질문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그 분들은 그 길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걱정을 해주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한테는 낯선 길이 아닙니다. 가장 익숙한 길이죠.
강연을 마치며 안준희 대표는 ‘모든 회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핸드스튜디오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과 갈등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는 ‘회사와 그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상식적인 수준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무엇을 바라보고 나아가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아마도 그것은 안준희 대표뿐만 아니라 『나는 착하게 돈 번다』의 모든 주인공들이 생각하는 바일 것이다. 속도보다는 방향을, 경쟁보다는 공존을 선택한 그들의 이야기는 갇혀있던 우리의 생각에 균열을 가져온다. 『나는 착하게 돈 번다』와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 나는 착하게 돈 번다 도현영 저 | 문학동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인상적인 17인의 스토리를 담은 것으로, ‘한국의 구글’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 ‘소자본 창업의 성공주자’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세상을 바꾼 게임’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이자 비영리단체 CE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명한씨 등의 가슴 벅찬 삶이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고민을 우리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고 그 답을 좀더 빨리 찾아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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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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