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진 “풍경사진 잘 찍고 싶다면, 기본은 수평”
풍경사진을 잘 찍고 싶은 독자들이 지난 11월 9일, 서울 마포구의 강북청년창업센터에서 저자와 만났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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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계절, 떨어지는 가을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계절의 풍경 또한 삶을 조각하는 하나의 퍼즐일 테니. 그러니 카메라를 들고 나서도 좋다. 단 나서기 전, 『대한민국 풍경사진 레시피69』 을 본다면 더욱 좋겠다.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대한민국 아름다운 풍경사진 여행지의 베스트 포토존 69곳과 촬영법을 소개한 이 책, 초보들도 따라해 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 수 있도록 구성됐다. 렌즈와 조리개, 셔터속도 같은 일반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어떤 지점에서 어떤 자세로 촬영했는지까지 세심하게 기술했다. 풍경사진을 잘 찍고 싶은 독자들이 지난 11월 9일, 서울 마포구의 강북청년창업센터에서 저자와 만났다.




풍경사진은 무엇인가?

이미지 유통회사 ‘토픽이미지’의 전속작가이자 캐논 블로그에서 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문철진 작가가 ‘풍경사진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풍경사진은 다음과 같다.
자연풍경: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자연현상, 계절의 변화
도시풍경: 인공적인 아름다움, 작가의 생각, 삶의 모습
즉, 자연풍경만 풍경사진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좋은 풍경 사진을 충분히 찍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낸다면 좋은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풍경사진을 찍을까?

“사진을 취미로 찍는 사람의 50~60% 이상이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다. 왜 그럴까?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다. 출사나 출사 포인트를 찾아다닌다. 이유를 들자면, 먼저 카메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진 기술을 익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배우며 풍경사진을 찍는데, 거기서 그친다. 사진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풍경사진을 찍고 어느 정도 기술이 되면 다른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데, 계속 풍경사진만 찍는다. 대부분 그게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나의 기술로 찍을 수 있는데, 대부분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원하는 사진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한곳에 머물고 매몰돼 있으면 발전이 없다.”

그는 풍경사진을 찍기에 앞서 주의할 점에 대해 언급한다. 풍경사진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날씨다. 즉, 풍경사진은 날씨놀음이다. 이에 기상청의 날씨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리 일기예보를 보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위성 영상 정보가 있는데, 구름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참조하란다. 더불어 사전공부는 필수다. 촬영지의 정보를 파악하고 포인트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출사코리아(http://chulsa.kr)’도 참조할 것을 권한다.

“풍경 사진은 정답이 없다.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똑같은 사진을 찍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기술이 어느 정도 습득되면 그것과는 다른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이 거기서 만족하다. 나도 찍고 너도 찍는 사진은 큰 의미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풍경사진은 정답이 없다. 내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에 의하면, 풍경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그 기본은 수평이다. 물론 수평을 꼭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배울 때는 수평을 잘 맞춰주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초점은 팬포커스로 맞추는데 조리개를 닫아줘야 한다. 망각렌즈는 f4정도만 돼도 팬포커스가 맞춰지나 망원렌즈일 경우 f16정도 돼야 한단다. 앞뒤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면 조리개를 조이면 된다.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을 쓴다면 팬포커스를 맞추기가 쉽진 않단다. 초점을 잡을 때, 아래쪽 1/3지점에 맞춰주면 된다. 가로선, 세로선이 많은 사진은 수평과 수직을 잘 맞출수록 보기 좋은 사진이 된다.


풍경사진을 위한 10가지 조언

이어 문철진 작가는 풍경사진을 위한 10가지 조언을 건넨다. 풍경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은 주목!


1. 사진은 뺄셈이다 : 단순한 구성/ 불필요한 요소 찾기/ 썰렁한 사진

“어떤 사진이든 간단하게 찍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사진에 뭔가 많이 들어갈수록 주제가 흐려진다. 주제만 빼고 연습을 하면 된다. 간결하고 될 수 있으면 썰렁할 정도로 하는 것도 좋겠다. 망각렌즈는 사실 넓어서 초보자들이 쓰기가 어렵다. 많이 찍혀서 좋으나 내가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프레임에 들어온다. 이런 것들을 빼는 것이 좋은 사진을 찍는 기술이다.”

2. 풍경 속에 사람을 배치하라 :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 나만의 풍경/ 기다림

“사람 한 둘 정도 있는 게 더 좋다. 그래야 다른 이야기가 생긴다. 풍경은 ‘아름답다’로 끝나지만 사람이 있으면 몸짓, 옷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사진의 깊이가 달라지는 거지. 그런 걸 의도하고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상상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사람이 있기 때문에 풍경이 완성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들어가면 좋을지 사진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거지. 풍경만 있을 때는 ‘멋진 풍경이네~’로 끝나지만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보는 사람이 여러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어서 사진이 재밌어진다.”

3. 색을 강조하라 : 시선을 끄는 색/ 원색효과/ 보색

“풍경사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이다. 요즘 같은 가을에는 빨강, 노랑이 계절의 느낌을 전해준다. 봄에는 흰색, 분홍색이다. 색을 잘 관찰하고 색을 잘 담으면 남들과 다른 풍경사진을 내놓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원색이다. 색을 잘 보고 찾아내는 연습을 하면 사진 찍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보색의 대비도 강렬하기 때문에 보색을 일부러 찾아서 찍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빨간색, 초록색이 대표적인 경우다. 색깔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찾아 찍는 것도 좋다. 노란색과 파란색도 보색이다.”

4. 입체적인 이미지를 만들라 : 전경 중경 원경 / 걸고 찍기 / 빛과 그림자

“입체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경, 중경, 원경을 한 프레임에 약간 비스듬하게 넣으면 입체감이 잘 산다. 화면 앞에 뭔가를 하나 걸고 찍으면 입체감을 더욱 부각할 수 있다. 초점이 맞는 범위를 심도라고 하는데, 심도가 깊으면 초점이 맞춰지고 얕으면 일정 부분만 초점이 맞춰진다. 심도를 얕게 해서 깊이를 만들 수 있다. 초점의 차이로 인해 거리감이 느껴지게 만들 수 있다. 심도를 얕게 하려면 조리개를 활짝 열어주면 된다.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도 심도를 얕게 할 수 있다.”

5. 길잡이선을 이용하라 : 독자의 시선/ 집중/ 입체감

“사진 속에 선이 있는 것을 길잡이선이라고 하는데,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준다. 사진가들은 이것을 의도적으로 사용할 때가 많다.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사진을 이렇게 보라고 말하는 경우다. 길잡이선을 찾아 사진 속에 배치하면 입체감도 생긴다.”

6. 장노출을 활용하라 : 빛의 중첩/ 시간의 중첩/ 시간의 흐름

“사진은 찰나를 기록하는 예술이다. 순간이 쌓이면 시간이 된다. 그게 또 사진의 매력이다. 찰나를 찍지만 시간의 흐름을 기록할 수 있다. 장노출을 찍으려면 셔터 속도를 느리게 해야 한다.”

7. 여명을 노려라 : 해뜨기 직전 직후/ 매직아워 매직컬러/ 부제

“풍경사진은 결국 빛이다. 빛을 얼마나 잘 가공하느냐의 싸움이다. 해뜨기 직전과 직후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빛이 나타난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찍지 못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빛이 좋은 시간대에 가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좋은 빛의 세기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날, 사진가들이 미친다. (웃음)”

8. 빛을 분석하라 : 빛의 방향/ 빛의 질감

“모델이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광에선 밝고 화사하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일부 그림자가 생길 수 있다. 입체감도 약간 떨어질 수 있고. 모델의 뒤통수에 있는 역광은 얼굴이 검게 나오나 모델의 실루엣을 뚜렷하게 해준다. 측광과 사광은 옆에서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빛인데, 입체감을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 빛을 잘 봐야한다. 전문적인 풍경사진가들은 사진을 찍으러 가서 하루 이틀 빛만 본다. 가장 좋은 빛이 있는 시간을 잡아서 그때 사진을 찍는다.”

9. 주제와 부제를 명확히 하라 : 시선 집중/ 간결함/ 주제에 초점

“주제를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부제로 배치해줘도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주제와 부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부제 하나가 줄 수 있는 힘을 찾아 프레임에 같이 넣어주면 좋다.”

10. 나만의 주제를 찾아라 : 남과 다른 사진/ 생각과 아이디어/ 끈기와 노력

“어려운 주문일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사진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찍힌다 싶을 때 해당하는 얘기다. 수준에 어느 정도 올랐을 때 내가 찍고 싶은 무언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그러면 남과 다른 사진이 될 수 있다. 꾸준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몇 개의 주제가 있는데, 가장 애착을 가진 주제 중의 하나는 4시30분~5시 사이의 빛, 그 느낌을 계속 담고 있다. 이런 것을 모아서 발표를 할 수도 있다.”

팁으로 일출, 일몰, 야경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노하우도 건넨다.


일출 사진

-정확한 노출 : 평균측광/ 언더노출/ 9200K
-주제와 부제 : 오메가 일출/ 조연 배치
-일출의 조건 : 기상 위성 사진/ 수증기/ 구름과 시정

일몰 사진

-노출과 흔들림 : 평균측광/ 그라데이션필터/ 삼각대/ 화이트밸런스
-주제와 부제 : 태양과 주변 사물/ 해진 후 부제/ 구름과 매직아워(낙조)
-일몰의 조건 : 비 내린 후/ 태풍이 오기 전

야경 사진

-매직 아워 : 해진 후 30분/ 여명
-국민 세팅 : M모드/ ISO100/ F11~14/ 4200K
-쨍한 야경 : 시정 30km(겨울)/ 삼각대/ 타이머/ 릴리즈

그리고 사진을 찍고 나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집에 가면 사진을 빨리 저장시켜놓는가? 그날그날 컴퓨터에 옮기는 것이 좋다. 사진을 1년에 몇 십만 장 찍는 분들이 있는데, 그 사진을 그때그때 보지 않으면 나아질 것이 없다. 똑같다. 자기 사진을 봐야 한다. 사진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볼 수 있는 만큼을 찍어서 당일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그렇다면 당일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후보정이다. 후보정 작업을 하면 당일에 사진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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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풍경사진 레시피 69 문철진 저 | 미디어샘
『멋진 사진 레시피 69』, 『사진초보 탈출 프로젝트 30DAYS』 등을 통해 사진실용 입문서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저자 문철진이, 이번 책에서 그의 전공분야인 풍경사진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대한민국 아름다운 풍경사진 여행지의 베스트 포토존 69곳과 촬영법을 소개한 이 책에서는, 2년여 간 저자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두발로 뛰며 경험한 수백 가지 풍경 가운데 사진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곳만을 엄선하여 담았다. 계절별로 어울리는 촬영지를 선정하고, 각 촬영지마다 자세한 촬영팁은 물론 어느 지점에서 사진을 찍었는지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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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