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매생이 만나면 놓치지 마세요
김, 미역, 다시마, 파래 등 비교적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해조류를 두고 왜 매생이를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그린 푸드로 선택했는지 의아할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김, 미역, 다시마, 파래보다 덜 친숙하지만 영양성분은 다른 해조류 못지않은 매생이를 이번 기회에 소개하여 좀 더 다양한 해조류가 식탁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고, 해조류 중에서도 가장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가 매생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글ㆍ사진 홍영재
201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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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자기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또한 사회에 대한 의무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우리가 해조류를 먹어야 하는 이유

요즘 식문화의 트렌드는 단연 채식이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고급 식당에서 육식을 하는 것이 소위 잘 먹는다는 말의 상징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정갈하게 차려진 채식식단, 채식을 활용하지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각종 퓨전 요리 등을 잘 하는 식당을 아는 사람들이 세련되고 자기 관리까지 잘 하는 사람들로 비춰진다. 먹을 것이 없어서, 값싸서 채식을 먹던 시대가 가고 건강을 위해 일부러 좋은 채소, 다양한 채소요리를 찾아서 먹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직 놓치고 있는 채소가 있는데 바로 바다의 채소라 불리는 해조류이다. 김, 다시마, 우뭇가사리, 톳, 파래 등과 함께 매생이 역시 이 해조류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채소라 불리는 것들이 땅에서 나는 식물의 종류이듯 해조류 역시 바다나 담수 등 물에서 나는 식물로 수산식물에 속한다. 식물학적으로는 크게 그 색깔에 따라 녹조, 갈조, 홍조, 남조로 구분되는데 그 종류가 매우 많다. 모두 식용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일부가 식용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서식하는 약 500여 종의 해조류 중 약 50여 종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용되는 다시마와 미역, 톳, 실말 등은 갈조류, 파래와 매생이 등은 녹조류, 김, 우뭇가사리, 바닷말, 강리 등은 홍조류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해조류는 채소와 매우 흡사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해조류 역시 광합성을 하므로 엽록소는 물론 각종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당질, 단백질 등이 골고루 다 함유되어 있으며 무기질의 일종인 요오드, 단백질 등 일부 영양소는 땅에서 나는 채소보다 훨씬 풍부해 우리 몸에 매우 유익하다.

이렇게 좋은 해조류는 안타깝게도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서양의 경우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라고 생각하여 거의 섭취하지 않는다. 반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섬나라인 일본의 경우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해조류의 섭취가 그래도 많은 편인데, 장수국가 일본의 경우 해조류를 어패류와 함께 석기시대부터 섭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도 전 세계에서 가장 해조류를 많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등이다. 다만 최근 들어 서양의 의학계가 해조류를 주목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보아 머지않아 서양인들의 식탁에서도 해조류를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왜 매생이인가

김, 미역, 다시마, 파래 등 비교적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해조류를 두고 왜 매생이를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그린 푸드로 선택했는지 의아할 것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김, 미역, 다시마, 파래보다 덜 친숙하지만 영양성분은 다른 해조류 못지않은 매생이를 이번 기회에 소개하여 좀 더 다양한 해조류가 식탁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고, 해조류 중에서도 가장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가 매생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매생이는 순수한 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류가 완만하고 물이 잘 드나드는 곳 중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맑고 청정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무공해식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완도, 부산 등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채취하여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추운 한겨울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르면 11월에 채취를 시작해 늦으면 다음해 2월까지 채취가 이루어지므로 길어야 2~3개월 반짝 먹을 수 있고, 모든 채취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며 모두 자연 채묘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워낙 신선한 상태로 섭취하는 식재료다 보니 보관과 운반이 용이하지 않아 대개 채취된 지역에서 대부분 소비가 되고 있다. 원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세상에서 가장 신선하게 섭취할 수 있는 귀한 식재료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므로 만약 운 좋게 마트 등에서 매생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

매생이는 귀한 식재료만큼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며 미끈거리는 촉감을 가진 이 식재료는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특유의 향을 간직하고 있어 다른 식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선사하여 식욕을 돋우고, 소화흡수가 매우 잘 되며, 강알카리성 식품으로 우리 몸이 산성화 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 또 식물성 식품이면서도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고단백식품으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이 5대 영양소가 모두 가지고 있는 완벽한 식품이다. 때문에 우주 식량으로 지정된 바 있으며, 『동국여지승람』 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과거에는 임금님께 올렸던 진상품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귀한 식품이면서 미래의 식량이기도 한 매생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식물성 고단백 식품 매생이

조선 후기 문신인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魚類學書 『자산어보』 를 보면 매생이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추측컨대 정약전은 직접 매생이를 먹어보고 그 부드러움과 맛, 그리고 향에 반했음이 분명하다. 매생이는 한번 맛들이면 자꾸만 찾게 되는, 미식가들도 놀라게 하는 독특한 식재료니까 말이다.

이러한 매생이를 비롯한 모든 해조류에는 ‘클로로필chlorophyll’이라고 불리는 엽록소가 들어 있다. 예전 TV 방송에서 방영되어 크게 주목을 클로로필은 ‘태양의 영양소’라고 불리는데 독소가 쌓인 혈액을 깨끗하게 해주는 혈액 클렌징 효능, 암세포 등 비정상적인 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주는 면역력 강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소화 작용을 증진시키고 만성피로를 개선하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해독 및 살균 작용으로 구취 등의 악취를 없애준다. 또한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아 알카리성으로 유지시켜주는 효능 등을 가지고 있다.

또 매생이의 성분을 보면 5대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백질이 무려 20.6%로 매우 높고, 지방은 0.5%로 매우 적어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인 고단백식품이다. 무기질과 비타민의 함유량도 매우 높은데 그중에서 칼슘, 칼륨, 철분, 비타민 A, 엽산 등이 특히 풍부해 각종 성인병과 빈혈을 예방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우울증 및 육체적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노화를 방지하고, 위궤양 및 십이장궤양 등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은 반면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어 대장암, 비만, 동맥경화, 심장질환, 뇌질환, 당뇨 등의 질병 예방에도 효능이 있으며 변비에도 좋다.

다른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매생이에도 해조류 특유의 점성이 있는데 이는 다당류의 하나인 알긴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긴산은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체내 과도한 나트륨이나 인스턴트식품 등에 들어있는 인체에 해로운 식품 첨가물 등 유해한 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

매생이를 고를 때는 색이 녹색으로 선명하고 광택이 있는 어린잎으로 하고, 구입한 매생이를 바로 요리해 섭취할 때에는 찬물에 잘 씻어 고운 채에 받쳐 물기를 뺀 후 사용하면 되는데, 씻을 때에는 넉넉한 물에 담가 엉켜진 것이 풀어지게 한 후 조금씩 집어 물에 흔들어가며 씻어 건져낸다. 이물질 등이 매생이 사이에 끼어 있을 수 있고 바다에서 채취한 것이라 짠 맛이 강할 수 있으므로 서너 번 씻어 주는 것이 좋다. 또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매생이는 실온에 두거나 냉장보관하게 되면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오래두고 먹으려면 먹기 좋게 나눠서 용기 등에 담아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실온에서 녹였다 요리해 먹는다.

매생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요리는 매생이국으로 매생이에 굴을 넣고 끓여 먹는데, 냄비에 굴,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굴 향이 우러날 때까지 볶은 다음 마지막으로 매생이를 넣고 물을 부어 살짝 끓여 국간장으로 간을 맞춰주면 완성된다. 매생이는 살짝 끓여줘야 매생이 특유의 신선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고 영양상으로도 좋으므로 너무 오래 끓이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굴과 함께 끓여 먹는 매생이국은 굴에 함유된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으로 훨씬 좋은 건강음식이 되며 간장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효능이 탁월해 원기회복과 피로회복에 아주 좋다.

단, 매생이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아 뜨거운 줄 모르고 먹다가 입안이 데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한다. 매생이국의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매생이국은 일명 ‘미운 사위국’으로도 불리는데, 옛날에 딸에게 잘해주지 못하는 사위가 미우면 딸의 친정어머니, 그러니까 장모가 일부러 매생이국을 끓여 사위에게 먹여 입을 데게 했다고 한다.

매생이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요리로는 무침이나 전, 죽, 칼국수 등이 있는데 모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매생이 무침은 파래무침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채 썬 무와 당근에 매생이를 넣어 식초와 설탕, 깨소금, 다진 마늘으로 버무려 주면 되는데 취향에 따라 간장과 고춧가루도 넣어먹을 수 있다. 부침가루나 밀가루에 매생이를 섞어 부치는 매생이전은 아주 간단한 요리지만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별미고, 매생이죽 역시 기존의 채소죽을 끓이는 방식에 마지막에 매생이만 더하여 끓여주면 소화흡수를 매생이가 도와주어 위에 더욱 부담이 없어 좋다. 이외에도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 때, 또 스파게티 요리에도 매생이를 넣어주면 향과 맛이 업그레이드 된 좀 더 특별한 요리로 탄생된다.

얼마 전에는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에 매생이를 넣어주는 야식이 한 방송에서 소개되어 화재가 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매생이를 라면에 넣어주면 매생이가 라면의 풍미를 살려줄 뿐 아니라 라면에 함유된 과도한 나트륨을 매생이가 체외로 배출해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건강면에서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생이만을 믿고 라면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역시 좋지 않다.


노벨상을 받은 클로로필 이야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고은’은 십수 년간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가 첫 번째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수상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한글이 가진 문학적 섬세함이 영어 등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언젠가는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 기대하며 또 다른 노벨상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20세기 세계문학사상 최대의 기획’이라는 『만인보』의 고은도 수상하지 못하고, 평생 한 번도 수상하기 힘든 노벨상이건만 과학 분야 쪽에서는 의외로 마리 퀴리처럼 한 사람이 두 번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 두 사람 이상이 공동 수상한 경우, 가족이 같이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 등이 종종 있다. 또 같은 연구 주제로 노벨상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식물의 엽록소인 클로로필도 과학자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연구과제로 관련 연구를 한 두 사람에게 노벨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영광의 주인공들은 독일의 과학자 리카르트 빌슈테터Richard Willstatter 박사와 역시 독일의 과학자 한스 피셔H. Fischer 박사다. 빌슈테터 박사는 1915년 클로로필을 정제 결정화하여 구조를 연구하고 클로로필에 의한 광합성 작용의 연구를 확립 했으며 클로로필이 인체에 흡수되면 혈액으로 변한다는 사실 등을 밝혀내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한스 피셔 박사는 혈색소와 피롤 유도체를 연구하고 헤민hemin의 합성과 포르피린류, 클로로필 등의 구조를 결정한 공로로 1930년 역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두 번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아직 우리는 엽록소, 클로로필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클로로필에 대한 연구는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는데 언젠가 또 한번 클로로필 연구로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인간의 위대한 업적이란 결국 자연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모든 질병의 해답 역시 자연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자연이 하루라도 빨리 그 해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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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섭생 홍영재 저 | MID 엠아이디
4만여 명의 아이를 받은 강남의 잘 나가던 산부인과 의사, 홍영재 박사가 58세의 나이에 찾아온 두 가지 암을 이겨내며 건강을 되찾은 비법과 자신의 스토리를 다섯 가지 색으로 대표되는 섭생법으로 정리했다. 삶의 단면들을 다섯 가지 색의 건강 채소/과일과 연결하여 단순한 안티에이징(anti-aging)이나 슬로우에이징(slow-aging)을 넘어 웰빙에이징 라이프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제안한다. 각각의 색에 맞춘 건강 식품들을 소개하면서 음식과 건강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음식과 관련된 색 이야기, 음식의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스토리를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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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과정을 마치고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건국대학교 부속 민중병원 산부인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총동창회장, 전국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부회장, 아시아성 학회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이사,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대한노화방지연구소 소장, 대한여성비만노화방지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으며 산타홍 클리닉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58세에 대장암, 신장암 두 가지 암이 발견되어 수술과 항암치료 후 식이요법과 청국장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청국장의 우수성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서초동에 청국장 레스토랑을 오픈하여 현재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며, 활발한 대중 강연을 통해 건강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 『암을 넘어 100세까지』, 『청국장 100세 건강법』, 『닛다 임신법』, 『홍영재의 젊은생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