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기 싫으면 젊을 때 잘하세요 (강신주 1편)
개그맨이 철학자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쏟아낼까? 오는 10월, 군 입대 예정인 개그맨 최효종이 철학자 강신주를 만났다. 최근 『강신주의 다상담』을 펴낸 강신주는 심플한 철학 이론, 인문학자로서의 성찰을 단박에 풀어냈다.
글ㆍ사진 엄지혜, 임나리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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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늘도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쪼리를 신고 등장한 철학자 강신주. 물론 강신주 제2의 거처, 문사철 사무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기 때문이지만 타인의 시선을 좀체 의식하지 않는 대범함이 ‘다상담’의 주인공다웠다. 최근 출간된 『강신주의 다상담』은 2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서 출발한 벙커1 강연 ‘강신주의 다상담’을 묶은 책.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주제로 펼쳐진 강신주의 돌직구 상담은 팟캐스트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신주는 “괜찮아. 네 탓 아니잖아”라는 위로대신, “네가 쓰러졌으니 네가 일어나야 한다”고 직구를 날린다. 토닥토닥 위로를 원하는 독자라면 『강신주의 다상담』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다만,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쫓고 싶으면, 당장 책을 펴보길 권한다. 지금까지 27권의 저서를 집필한 철학자 강신주에게 『강신주의 다상담』은 무척 특별한 책이다. 대한민국 현재의 텍스트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주는 “다상담을 하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진짜 철학자가 됐다”고 말한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던 개그맨 최효종에게 ‘아직도 애매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군 입대를 앞둔 최효종이 슬리퍼를 즐겨 신는 철학자 강신주에게 도움을 청했다. 8월, 최효종의 추파는 여느 때와 다른 색깔이었다.

최효종 : 철학자와의 인터뷰라니 낯설고도 신선합니다. 우선 정말 반갑습니다. 얼마 전에 선생님께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셨잖아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그런데, 노홍철 씨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선생님을 섭외하셨다는 얘기가 사실인가요?

강신주 : 거짓말이에요. (일동 웃음) 담당 PD가 홍철 씨한테만 얘기해 놓은 거예요. 나머지 사람들은 좀 까칠하잖아요. 홍철 씨가 촬영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려고, 출연자들에게 모두 미리 얘기를 해놨었어요.

최효종 : 아, 그런 사연이(웃음). 예능 프로그램은 첫 출연이셨던 것 같은데,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신주 : 콘셉트가 워크샵에서 강연하는 거였잖아요. 평소에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까 큰 부담은 없었어요. PD들이 예전에 MBC 파업할 때, 잘 알던 제작진이라서 편했죠 뭐(웃음).

최효종 : 최근에 『강신주의 다상담』을 출간하셨는데, 굉장히 돌직구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말씀하시는 게 직접적인 편이신가요? 평소에 사람들하고 대화하실 때는 다르실 것 같은데요.

강신주 : 물론 상황마다 다르죠. 원래 사람이 세 명 모이면 IQ가 100이 되고, 50명 모이면 70이 돼요. 인원수가 많아지면 다 만족을 못 시키죠. 그래서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하게 얘기해야 돼요. 어린애들, 유치원생들에게 얘기하듯이.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서 돌직구를 던지는 건 피해야죠. 강의 때는 내 얘기를 듣는 게 아니고, 철학자의 말을 듣는 거니까 가장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가급적 정직하게 얘기해야 된다는 지론도 가지고 있어요.




자기가 살아갔던 모습의 인간관계를 수확한다

최효종 : 방송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었어요. ‘사료’와 ‘식사’를 구분하시면서 선생님도 ‘사료’를 드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서 ‘식사’로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요?

강신주 : (웃음). 40대 후반이 되니까 사람들이 없어져요. 몇 명 안 남아요. 그러니까 젊으신 분들이 잘 알아야 되는 게, 20대 되면 만날 사람 많죠? 30대가 되면 줄어들고, 40대 초반 되면 또 줄어들어요. 제가 지금 40대 후반인데, 이 나이가 되면 보통 네댓 명 밖에 안 남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랑 같이 먹으면 식사가 되는 거예요. 젊은 분들이 호강에 겨워서 “사람들 만나면 귀찮다” 이렇게 얘기하죠? 나중에는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서 밥 먹어야 돼요(웃음). 참 재미있는 게, 젊었을 때가 제일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요.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이 줄어들고요. 저도 식당에서 혼자 사료처럼 밥을 먹고 있으면, 주위에 혼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웃음).

최효종 : 요즘 식당에 1인 테이블도 많이 생겼잖아요.

강신주 : 혼자 먹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보통40대고, 20~30대 직장인들만 하더라도 누군가랑 같이 식사를 하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젊었을 때, 같이 식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서 40대에도 식사를 하고 50대에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관계를 많이 만들어 놔야 돼요. 지금 젊은 분들 보면, 주위에 사람들 많다고 그 사람들이 소중한 줄도 모르고 짜증을 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잘못하면 나중에는 혼자 먹어야 돼요(웃음).

최효종 : 지금 선생님께 남아있는 절친한 분들은 어떻게 유지가 됐다고 생각하나요?

강신주 : 유지가 아니고, 뭐라고 얘기해야 될까요. 측은한 거죠. 나이 들어가는 게 서로 측은한 관계고(웃음), 애써 가면서 살아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죠. 대부분 만나는 사람들이 정직한 사람들이에요. 권력이든 무엇에 대해서든 정직한 사람들이요. 가진 건 하나도 없는데, 글이나 말을 통해서 굽히지 않는 옛날 같으면 선비 같은 사람이죠. 저한테는 그런 선배님들이 존경스럽고 ‘나도 저 나이 들면 저래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부를 잘 안 해 오셨고요. 아부 안 하고 살기 힘들잖아요. 그렇게 40~50대가 되셨으니 존경스럽고요. 서로 자기 얘기를 당당하게 하고 눈치를 안 보는 사람들 있잖아요. 자기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있어요. 자기가 정직하게 살면 정직한 사람이 모이는 거고, 자기가 농담 얘기하길 좋아하면 그 사람들이 모이고요. 그렇게 자기가 살아갔던 모습의 인간관계를 수확한다고 해야 되나요? 그렇게 살면 40~50대에는 그런 사람만 모여요, 알짜만. 그게 참 힘든 거죠. 그래서 잘 살아야 돼요. 20~30대 젊었을 때는 잘 지내야 되는 것 같아요.

최효종 : ‘혼자남’으로 사는 일상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강신주 : 일단은 굉장히 편해요(웃음).

최효종 :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인가요?

강신주 : 그렇죠. 저 같은 경우는 글도 써야 되고 강의도 많이 해야 되기 때문에 더 그렇죠. 예를 들면 제가 개를 한 마리 키운다면 개가 아프면 나갈 수가 없잖아요. 혼자 있으니까 편안한 게 그거예요. 내가 의식을 안 하고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일이잖아요. 강연을 통해서 누구를 만나야 되고 도움을 줘야 되는데. 집에 있는 개가 눈에 밟히면 못 나가잖아요. 제가 뭔가 대중과 일반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게 편해요.

최효종 : 가끔씩은 외롭거나 누구랑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실 법도 한데요.

강신주 : 잠이 좀 안 올 때가 있어요. 음악을 들어도 잠이 잘 안 올 때, 그럴 때는 약간 외롭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언제나 약간의 견뎌야 되는 것들은 있는 거니까요. 전반적으로는 편해요.




겉치레를 중시하는 사람들, 편한 관계를 유지 못해요

최효종 : 선생님을 대면해보면 철학자라는 게 의외라서 ‘무려 철학 박사’로 불리고 계신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정관념의 복장이 아니라, 편한 복장으로 강의를 하시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의미인가요?

강신주 : 어떤 의미 아니에요. 더워서예요. 땀이 많기 때문에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선호해요. 어떤 분들은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입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런 생각은 없어요. 더워서 이렇게 입을 뿐이고 날씨가 시원해지면 다시 긴 바지를 입어요(웃음).

최효종 : 대중들도 그 사실을 아는 것 같아요. 일부러 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거부감을 느끼는데요. 선생님처럼 ‘내가 편해서’ 한다는 걸 알면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강신주 : 그런데 요즘에는 신경도 안 써요. 그냥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죠(웃음). 제가 이제 마흔 일곱인데 ‘그냥 아저씨가 저러나 보다’ 생각하는 거죠. 성적으로는 중성적으로 대우하기 때문에(웃음). ‘오늘 모임에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되나’ 고민하고 눈치 보는 건 젊으니까 그런 거예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면 편하게 하셔도 돼요. 마흔 정도 넘어가면 대개 편하게 사는 것 같고요.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상태가 좀 안 좋은 거죠. 그게 질투예요. 제가 고등학교 강의도 가는데요. 지방에 가면 교장 선생님이 두 종류예요. 한 명은 반바지 입고 가면 아래위로 훑어요. 그 분은 짜증나는 거죠. 선생이 강의를 왔는데 왜 저렇게 입고 왔냐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선생님한테는 ‘선생님, 부럽죠?’라고 말해요(웃음). 또 한 분은, 진짜 좋은 교장 선생님들은 ‘저도 2년만 있으면 은퇴해서 선생님처럼 다닐 거예요’ 이렇게 말해요. 첫 번째 교장 선생님 같은 분들은 교육 당국에서 ‘더우니까 반바지 입고 오게 하라’고 해도 안 하게 하는 사람이죠. 두 번째 같은 교장 선생님은 교육 당국에서 반바지 입으라고 하면 자기 손으로 다 입히는 분이죠(웃음). 제가 반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고, 허례허식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당혹스럽죠. ‘저 사람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까’ 생각되는 거예요. 겉치레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 편한 관계를 유지 못하는 사람들이죠.

최효종 : 현재까지 많은 책들을 쓰셨지만, 『강신주의 다상담』은 확실하게 젊은 사람들한테 와 닿는 책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강신주 : 철학자나 철학에서 학위를 받았거나 인문 쪽 저자들이 사실은 우리 시대에 살지 못해요. 예를 들면 어떤 할아버지를 보면, 50년 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들 있잖아요. 나랑 같이 2013년에 살고 있는데 유신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성숙하다는 건 2013년에 살면 2013년에 살아야 해요.

최효종 : 적응을 확실하게 해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강신주 : 적응이라기보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할아버지나 나이 드신 분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2013년에 사시는데 1970년대에 살고 계시거나 그런 분들이 있죠. 인문 저자들이나 철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이 대개가, 강단에 오래 있다 보니까 시기가 언제 사는지 애매해요. 30년 전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2013년 책이에요. 철학자가 2013년을 살아서 쓸 수 있는 건 힘든 거예요. 8년, 10년을 대중들 만나고 강의하고 얘기하면서 그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책이라서, 개인적으로 뿌듯하죠. 최소한 2013년에 살고 있는 철학자로 지금을 살고 있다는 게 굉장히 소중하고, 그래야 저한테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어요. 저한테도 대견한 것 같고요.

최효종 : 현재를 말하는 것,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강신주 : 공부하는 사람이 두 가지를 읽어야 되거든요. 하나는 옛날의 좋은 책들도 읽어야 되고, 현재도 읽어야 되고요. 그러니까 고전이라는 텍스트도 있고요, 현실이라는 텍스트도 있어요.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잘 읽어야 돼요. 그리고 현실을 잘 읽으면 ‘이 책을 읽으면 현실에 도움이 되겠네’하고 읽을 수 있잖아요. 이 책 자체는 그런 책이죠, 현실이라는 텍스트를 읽은 책이요. 옛날에 제가 썼던 책들은 니체나 칸트를 ‘이 사람들이 우리한테 의미 있어요’하고 썼다면, 이 책은 바로 지금 현재의 텍스트를 쓴 거죠. 100년, 200년 지나서 이 책이 어떤 도서관에 꽂혀 있으면,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연구하면 돼요. 2013년에 한국에서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서 무엇을 고민했고, 일에 대해서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게 문제였는지. 그러니까 자료적 가치도 굉장히 있는 거죠. 그래서 뿌듯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것, 굉장히 소중하다

최효종 : 벙커1 ‘강신주의 다상담’에서는 매달 상담 주제를 정하고고 독자들의 고민거리들을 받고 있는데요. 요즘 20~30대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강신주 : 미래에 대한 걱정이죠, 생계. 그게 핵심이고요. 그 생계 때문에 여자 친구랑 싸우고 부모와 갈등해요. 그러니까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걱정하는 문제고요. 나머지 문제들은 그게 증폭돼 있는 거예요. 우리도 인간인지라 기본적인 경제적인 것, 물질적인 것, 그런 생계 문제가 제일 중요하고요. 책에서도 사랑 부분이나 이런 부분들 보면 돈 문제가 항상 들어가요.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거예요, 미래가 불안해요.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죠. 대학을 다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어떻게 살지도 모르고, 그런 불안의 정도가 너무 커지는 게 지금 우리 상태고, 나머지 문제는 다 그거에 의해서 증폭되고 변화되는 것 같아요.

최효종 : 사랑에 대해서 ‘나도 실패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사랑도 경제적인 부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근본적인 방안이 뭐가 있을까요? 돈을 많이 벌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는 게 가장 큰 해결 방법일까요?

강신주 : 경제적으로 붕괴가 됐을 때 사랑이라든가 관계가 깨질 수 있잖아요? 그러면 사실 사랑은 아닌 거죠.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거예요. 왜냐하면 인간관계가 정리되잖아요. 효종 씨나 연예인들 같은 경우에도 인기가 없고 경제적인 수입이 떨어질 때 인간관계가 재편돼요. 사실은 바닥까지 갔을 때 나한테 진짜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거죠. 만약에 어떤 커플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가 실직을 해서 헤어지게 됐다면 헤어진 게 잘 된 거예요. 나중에 50~60대 돼서 직장 그만뒀는데 헤어져 봐요. 그건 감당도 못 해요. 사실 사랑이라든가 의미가 있는 것들은 경제적인 걸 넘어서죠. 극단적인 선택 같아요. 돈 많이 가지고 혼자 살 건가, 아니면 차라리 돈이 없어도 누구랑 같이 살 건가.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할 걸요? 물론 조건은 있어요. 절대적으로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 굶으면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죠.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이면 어느 정도 수익을 조금씩은 얻을 수 있잖아요. 그걸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요.

최효종 :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조건을 너무 따져요. 본인이 결정하는 거 맞나 싶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요.

강신주 : 지금 우리 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가 거의 인신매매처럼 결혼을 한다고요. 결혼 사이트 한 번 가보세요. 여자 고르고 남자 고르는 게임이에요. 물론 만날 때는 그렇게 말해요. ‘돈만 보고 만나는 건 아니다, 저 사람이 좋다’고요. 그런데 돈이 없어졌을 때가 문제예요. 이게 사실 인신매매거든요. 그런 식으로 결혼하고 사랑하면 경제적으로 붕괴됐을 때 완전히 깨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죠.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돈으로 안정을 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 때문에 갈등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뭐든지 그렇지만, 경제의 잣대로 남녀 관계나 인간관계가 유지되면 안 돼요. 경제의 잣대로 우정도 유지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걸 많이 얻었으면 좋겠어요. 난 보잘것없고, 난 취업도 안 되어있고, 무엇도 안 되어있고, 다 안 되어있을 때 인간관계의 재구축. 이 때 여자를 만나거나 남자를 만나거나, 우정이나 사랑을 맺는 것. 그 때가 됐을 때 ‘이제야 인간관계가 정리되겠다’ 하고 뿌듯해하시면 돼요. 그걸 잘못 아시는 분들은, 인기가 없고 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인기를 더 얻으려고 해요.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고요. 그러면 자기 삶이 편안하지 못하고 말려들어가 버려요. 평생 쫓기면서 사는 거예요. 삶이 고통스럽고 바닥에 있고 인기도 없고 돈도 없을 때, 주변을 잘 감시하고 나 자신을 응시해보면 편해요.

최효종 : 망해도 보고 실패도 해봐야 인간관계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거네요.

강신주 : 비가 올 때 비 안 맞으려고 우산을 들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비가 확 들이치거나 차가 지나가면서 물을 팍 튀기면 우산을 버리고 났을 때 편해져요. 특히 젊을 때 한 번 패가망신을 해봐야 돼요. 왜냐하면 젊었을 때는 일어날 수 있는데 40~50대에 패가망신하면 못 일어난다고요. 그러니까 최효종 씨도 악플도 받고 욕도 바가지로 얻어 먹어보는 게 좋아요. 그 정도를 견디면 세상 별 거 아니에요. 사랑을 하든 우정을 쌓든 인간관계를 맺을 때, 바닥에 이르렀을 때 잘 응시를 하셔야 돼요.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좋아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그리고 나중에 바닥을 치고 올라와서 잘 됐을 때, 그 사람들을 잘 생각해봐야 해요. 그 사람들이 진짜 중요한 사람들이거든요.

최효종 : 저는 곧 입대를 하게 되니까, 그때부터 좋은 인간관계를 재편할 수 있겠네요.

강신주 : 제대해서 방송으로 돌아오면 알아요. 대중들이 너무 간사하잖아요, 빨리 변하고. 변덕스럽단 말이에요. 연예인들의 생활은 속도가 빠르잖아요. 그래서 아마 다시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 때 힘들 때 주변이 보일 거예요. 지금은 몰라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얻으면 연예인 생활을 계속 하시는 데 힘이 되죠.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 우선순위가 다 있어야 돼요. 그리고 순위가 바뀌기도 해요. 그런데 제일 바보는 ‘다 나를 사랑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면 안 돼요. 확실하게 보여야 돼요. 두 사람과 동시에 만나야 할 때는 0순위와 만나고 있어야 돼요. 그게 성숙한 거거든요. 효종 씨가 군대에 가는 것, 저는 좋다고 봐요.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으니까요. 제대하고 돌아왔을 때 효종 씨가 나간 빈자리에 누군가 들어와 있을 거예요. 그래도 내 손을 잡고 같이 해보자고 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아니면 ‘군대 다녀왔으면 예비군 훈련이나 받지 여기에 왜 있어?’ 이런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 때 다 보여요. 친구도 보이고, 동료도 보이고, 선배도 보이고요. 그런데 그건 길게 보셔야 돼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10년~30년 후에 식사할 사람들이 생기는 거예요. 굉장히 소중한 거거든요.




네가 일어나야 된다는 걸 얘기해 줘야 한다

최효종 : 저는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마음이 약해져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책들을 읽어보면 괜찮다는 말들이 많이 있거든요. ‘힘들어도 괜찮다, 젊으니까 괜찮다,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기성세대와 나라의 잘못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저는 그것들이 큰 도움은 안 된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강신주 : 전혀 도움 안 되죠. 예전에 시민단체 선생님 한 분이 여자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오셨어요. 그 아이가 모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해요. 결손가정 아이인데 예뻐요. 그런데 사립대학에서 미술 공부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이 아이가 술집에 나가서 돈을 벌었어요. 그러면서 고민에 빠진 거죠. 그러던 중에 시민단체 선생님을 만나게 됐는데 그 분은 ‘지금 우리 사회가 취업이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네가 술집에서 돈을 벌게 된 거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들으면서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선생님 앞에서 ‘네 탓이다’ 이렇게 말했어요. 이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얘기인 게, 저는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 제가 진보 진영에 속해있기 때문에, 진보적인 인사는 구조 탓을 해야 돼요. 왜냐하면 진보적인 사람은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사람이거든요. 개인 탓을 하면 구조를 놔두자는 이야기잖아요. 그러니까 글 쓸 때는 절대 개인 탓을 안 해요. 그런데 상담하러 오면 개인 탓을 해줘야 돼요. 제가 그 아이한테 ‘네 탓이다’라고 얘기한 건, 네가 술집에 갔듯이 나와야 하는 것도 너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시민단체 선생님처럼 구조 탓이라고 얘기하면 그 아이가 돌아가는 길에 ‘나는 벗어날 수 없으니까 다시 술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저는 사적으로 만날 때는 항상 넘어진 놈이 일어나야 된다고 말해요. 자기가 넘어진 걸 알면 그 사람이 일어나야 되거든요. ‘네 탓이야, 네가 술집에 들어갔듯이 네가 나오는 거야’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아이가 돌아가면서 ‘내가 나와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상담은 그 사람이 어떤 구조에 속해있든지 간에 그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 해요.

최효종 : 글을 쓰실 때는 상담과 다른가요.

강신주 : 글 쓸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불특정 다수한테 쓸 때는 구조를 가지고 써야 하는데, 사람을 만날 때 구조 탓을 하면 상대방은 ‘너 잘났다, 구조분석 잘하네,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이렇게 생각해요. 차라리 뺨을 때리는 게 나아요. 네가 들어간 거 아니냐, 라고요. 아마 처음에는 술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도, 제 이야기가 가슴에 들어오면 ‘내가 내 인생을 버리는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 들어서 술집에 안 나가게 될 거예요. 그럴 때는 사실 저도 아프죠. 구조 탓인데 그 아이를 탓하는 거니까, 속으로 쓰려요. 그래도 어떡해요. 주위에서 밀어서 넘어졌다고 ‘나 누워있어요’ 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내가 일으켜 세워줄 수는 없고 자기가 일어나야죠.

최효종 : 사람들이 힘들 때 종교를 많이 의지하잖아요. 종교는 어떻게 바라보세요?

강신주 : 종교를 하는 사람들은요. 자꾸 누워있는데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해요. 그리고 자신한테 의지하게 만들고 헌금 받고 그러죠. 인문학자는 누워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 않아요. 가만히 있다가 발로 툭 차면서 ‘너 여기서 뭐해’ 이러는 거죠. 아이가 일어나려고 할 때만 옆에서 도와주고요. 어떻게 보면 그런 문제들이 많죠. 한 사람이 구조의 영향이 있고 시대의 영향 때문에 힘들겠지만, 유사 이래로 다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구조대로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 같아요. 조선조 시대 때도 그렇게 힘들었지만 일어난 사람들이 있었단 말이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최효종 :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구조 탓을 해야 하나, 개인의 문제를 지적해야 하나.

강신주 : 구조 탓은 핑계일 수도 있는 것 같고요. 몇몇 선생들이 ‘너희들은 구조 탓이야, 어쩔 수 없어’ 라고 말한다면 자기가 구조를 바꿔주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건 안 해요. 구조 탓이라는 말만 하고 지나가요. 그게 뭐예요. 아무것도 안 되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조의 영향을 받지만 그 구조를 바꾸는 것도 그 한 사람 한 사람이죠. 거기에서부터 출발을 하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희망을 주는 게 아니라 네가 일어나야 된다는 걸 얘기해 줘야 되는 거죠. ‘괜찮다, 괜찮다’고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것 같고, 굉장히 짜증나는 얘기예요. 자존심 강한 사람은 ‘건방지게 왜 내가 구조의 노예라고 얘기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괜찮다고 얘기하는 건 위로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 것 같아요. 무책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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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56

2014.02.05

요즘의 상담은 늘 경청, 내담자 중심, 인간중심 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상담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데.. 강교수님 말씀 들으니 상담에 대한 중압감이 좀 줄어드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상담자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네 탓이다'라고 말해도 된다(?)라는 말씀이 괜히 와닿아용.ㅎㅎㅎ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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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거스피자

2013.11.30

재밌었어요.2탄도 봐야겠네ㅎㅎ 책도 다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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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오후

2013.09.26

당첨자 발표는 어디서 하나요? 어디로 가서 확인하면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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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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