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가 체험한 임사체험, 천국은 존재할까?
지난 7월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나는 천국을 보았다』 북토크쇼가 열렸다. ‘과학, 신학으로 함께 읽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행사, 김민웅 교수(성공회대)가 사회를 보고 김자성 박사(신경정신과 의사), 정현채 교수(서울대 의대 내과) 등이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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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통해 삶을 이야기하다
원제가 ‘천국(하늘)의 증명(증언)(Proof of Heaven)’이다. 제목만 보면, 죽음의 세계를 다뤘다기보다 죽음이라는 통로를 통해 발견한 하늘나라 이야기 같다. 이 책을 어떻게 읽었나?
진짜로 임사체험이 이뤄지나?
김자성 : 최근 2년 동안 이런 책을 많이 읽었다. 기독교를 믿었지만 천국을 믿지 못하고 유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무시 못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믿을만한 정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사체험을 한 사람은 남들이 그것을 믿든 어떻든 본인에겐 진실이고 그 이후 삶이 달라진다. 저자도 뇌과학자지만 그걸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우리의 삶이 육체나 뇌의 죽음과 더불어 끝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게 된 특권을 누리게 된 지금, 이 몸과 이 지구를 넘어서 내가 보게 된 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p.21) | ||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일어난 일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서는 두 가지 계기가 조화롭게 일치했던 것이고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오직 물질 영역만이 실재하고 의식 또는 영혼은 우주의 위대하고 핵심적인 신비가 아니라고 안간힘을 다해 고집하는 과학적 환원론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p.227) | ||
언제부터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나?
정현채 : 10년 정도 됐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20년 동안 내과의로 많은 죽음을 봤다. 그런데 죽음을 내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10년 전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관심을 가지게 됐고 불안과 공포를 느꼈었다. 그렇다고 종교 등의 믿음만 갖고 만족할 순 없었던 거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읽었는데, 궁금한 내용이나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임사체험은 더 유발난 사람이 겪는 기묘한 체험이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현상이다. 임사는 죽음에 임박했다는, 근사는 죽음에 가깝다는 거라고 얘기하는데, 최근에는 죽음의 체험이라고도 얘기한다.
누구나 다 알아야 하는 거라고 했는데, 알아서 뭐가 좋은가?
정현채 : 자살방지 카운셀링에도 중요하다. 또 말기암 환자의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것이 얼마나 큰가. 이런 것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일 수 있다.
저자는 박테리아 대장균에 의해 대뇌피질이 손상을 받고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저자의 내부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개인사의 독특한 점도 있다. 미혼모 아이로 태어나 버려진 뒤 입양이 된다. 이 사실을 안 뒤 친부모, 형제를 찾는다. 가족관계가 복잡하면서 풍부하다. 1950년대 미국의 버지니아 주법에는 입양된 뒤 친부모를 찾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선을 넘는다. 그러나 친부모는 그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상처를 받는다. 또 하나, 저자는 하늘을 나는 꿈을 많이 꾼다. 저자는 버림받았지만 훌륭하게 성장하고 하늘을 나는 경험도 한다. 그것이 의식의 무중력 공간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치지는 체험이었다면? 심리적인 역동이 있어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심리적인 원함으로 펼쳐질 수 있지 않았을까?
김자성 : 여러 가능성에 대해 열고 독립적인 사고와 믿음이 아닌 여러 논리와 생각을 통틀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로 대해야할 것 같다. 이후 더 정보를 찾아보고 취하면서 자기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면 좋겠다. 임사체험을 하면서 잠재된 소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아쉬운 점이 사랑하고 존경했던 5년 전 돌아가신 양아버지가 임사체험을 하면서 나오질 않았다. 또 의사체험 뒤 의심하는 시기를 거치는데, 그때 고민하는 게 다른 사람과 달리 아는 사람을 만난 기억이 없는 거지. 그런데 살아 있을 때는 몰랐던 누이의 존재도 알게 되는 경험도 한다.
“나의 체험은, 육체와 뇌의 죽음이 의식의 종말은 아니라는 것, 인간의 체험이 무덤을 넘어서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20) | ||
정현채 : 대부분 의사는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수다(웃음). 대부분 뇌가 헷갈린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한 의사들은 약물이나 물리적 자극에 의한 경우는 기억이 조각나고 정리가 안 돼 있으니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또 약물이나 물리적 자극은 생의 회고를 동반하지 않고, 빛을 보거나 이후 삶의 변화도 없다.
현대 의료기구가 포착하지 못한 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겠나?
정현채 : 퀴블러 로스 박사의 책 『사후생』을 보면, 4~5세 아이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난다. 짧은 시간 겪은 체험을 부모에게 말한다. 그때 오빠를 만났다고 말하는데, 부모는 그때서야 이 아이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죽은 오빠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 번도 얘기를 하지 않은 친오빠를 임사체험을 통해 보고 귀환한 거지. 무의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사례는 무척 많다.
“나는 침실에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 이후의 삶 On Life After Death》이라는 책을 계속 읽고 있었는데, 마침 어떤 열두 살짜리 소녀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임사체험의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혼자서 간직할 수가 없어서 결국은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기가 막히도록 아름답고 사랑으로 가득한 경관 속에서 여행을 하고, 오빠를 만나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p.223) | ||
임사체험이 아니라 해도 죽음 세계 이후를 감지할 수 있는 과정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자성 : 깨달음의 순간에는 정상적 의식 상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열린다. 특별한 차원이 열리는 거지. 우리가 생각하고 보는 것이 다가 아니고 엄청난 깊은 세계가 있다는 것에 눈이 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현채 : 신비체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윌리엄 제임스는 100년 전 이에 대해 얘기하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깨달음 등의 특징을 말한다. 근사체험이 신비체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보고 들은 게 다가 아니다. 임종하는 사람이 뭔가를 본다. 먼저 떠난 가족 등을 만나는데, 마중을 나온 거지. 다른 차원이 있고, 뭔가가 있다. 육신이 우리의 전부가 아니고 영적인 부분이 중요할 수 있음을 증거 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저자의 임사체험이 그의 삶의 본질을 바꿨다는 것이 중요하다. 임종 경험에서 공통된 것이 있다. 돌아가시기 전에 뭔가를 본다. 희한하다. 그때는 현실과 유리돼 있다. 누군가와 만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책을 보면 죽음 이후의 경험이 빛의 만남 등으로 충만하다. 귀환이 보장된 임사체험이라 에너지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임종 직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뭔가를 만난다. 뇌 안에 신을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정현채 : 호스피스 실무자들은 잘 알고 있다.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이걸 어떻게 알고 활용해야 할까. 이걸 안다면 임종을 맞는 사람이 허공에 대고 뭔가를 얘기한다고 주사를 놓는 등 위축시키면 안 된다.
김자성 : 다음에 나올 책이 성공회 신부가 40년 동안 목회하면서 겪은 임사체험에 대해 쓴 것이다. 거기서 재밌는 것이, 예외적인 경우지만, 지옥 같은 임사체험을 한다. 강력한 경고도 있고, 공룡에게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의 체험도 있다. 그런 사람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삶을 살지 않고 모질고 고약한 삶을 살았다고 그 책은 말한다. 교회를 다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삶과 착하게,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임사체험은 어떤 것보다 귀한 삶의 처방이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영적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존재로 인간 체험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이후의 삶의 두려움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저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
정현채 : 1952년에 나온 <이끼루(生きる)>라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가 있다. 죽음학을 얘기할 때 꼭 언급되는 영화다. 제목은 살다, 살아있음이라는 뜻인데, 공무원인 주인공이 무사 안일한 삶을 살다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술도 마셔보고 도박도 하지만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데, 미해결 민원서류를 뒤지다가 버려진 공터를 어린이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주인공이 직접 나서서 7개 담당과를 가면서 도장을 받고 민원을 해결한다. 퇴근길에 저녁노을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모르고 30년을 살았다며 어린이공원 개장 하루 전 죽는다.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기 전에 미라 같은 삶을 살다가 짧은 순간 성공적인 몇 개월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권해주고 싶다.
Q&A
영적 세계나 큰 흐름이 있다 해도 현실의 사회구조적 모순에서 도피하고 방패막이로 쓸 수 있는 건 아닐까? 세속살이의 거친 마음도 따듯하게 포용할 순 없을까? 현상을 넘어선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보나?
김자성 : 빛의 존재를 만났을 때 종교적 배경에 따라 해석하는 이름이 다를 수 있다. 범문화적인 것이고, 모든 종교에서 경험적인 데이터가 축적될 때 어떤 반응은 신학적 도전이 될 수 있다.
정현채 : 삶을 긴 스펙트럼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겪는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믿음을 강요하는 것도 없다. 못 믿으면 덮으면 된다. 새로운 종교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근사체험은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과 전혀 상관없다.
- 나는 천국을 보았다 이븐 알렉산더 저/고미라 역 | 김영사
2012년 10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례적으로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의 ‘사후세계 체험기’를 표지기사로 실어 집중조명했다.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가 뇌사상태에 빠진 채로 죽음 후의 영적인 세계를 여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가 간 그곳에 대한 체험이 실제였음을 과학적 탐구와 의학적 검증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기사는 전 세계에 급속히 전파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의 임사체험기는 생명에 대한 현대과학의 정설을 뒤엎고, 죽음의 의학적 금기를 깬 세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그는 뇌사상태에서 도대체 무엇을 봤을까? 그의 체험담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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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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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sweetspring6
2013.08.03
먼 것이라고 생각할 때의 삶이란- <죽음학>이라는 것도 있나보네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오르게 합니다